▶ [주간 한국이슈] 최대 규모 여성 시위
▶ “남자가 피해자면 적극 수사, 여성 피해자 사건 무시”
지난 1월 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바람이 상륙한 뒤 한국 사회에서 성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불법 촬영 성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1만2,000여 명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경찰의 편파 수사 의혹을 규탄했다.
이들은 최근 여성 모델이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중 ‘몰카’(몰래 카메라)로 동료 남성 모델의 누드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시킨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340여개 여성·시민단체 모임인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2주기를 맞은 지난 17일 오후 7시쯤 사건 발생 장소 인근인 신논현역 앞에서 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개최했다.
‘몰카 편파 수사’ 규탄 시위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 시위이다. 경찰은 당초 시위 참가자를 500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참가자들이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발언대에 선 운영진은 “불법 촬영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경찰·검찰·사법부의 경각심 재고 및 편파 수사를 통해 드러난 성 차별 규탄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빨간 옷을 입고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 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 판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발언대에 오른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남성 몰카 범죄자들에게 선처가 이어졌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남성 성범죄자 사례들을 줄줄이 제시했다. 그가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라고 소리치자 참가 여성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고 흔들며 야유했다.
이들은 홍익대 몰카 사건과 관련,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가해는 몰카·폭행·살인을 막론하고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지만, 그 반대는 그렇지 않다”면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의 가해에 경찰은 이례적인 태도와 수사 방법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중대한 몰카 범죄의 경우 성별 구분 없이 구속 수사가 이뤄졌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19일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붙잡힌 몰카 피의자 총 1,288명 가운데 남성은 1,23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다. 여성 중 구속된 피의자는 홍익대 몰카 사건의 안모(25) 씨가 유일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몰카 등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성별과 관계없이 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여성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홍대 몰카 사건은 범행 당시 제한된 공간에 20여명만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빨리 진행됐을 뿐 피해자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두아 변호사는 성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법적으로는 양성 평등이 제도화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아직도 성 차별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며 “일 자리와 안전 문제에서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이 완전한 성 차별 해소를 위해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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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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