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터키 주의 도로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등 대서양 연안 중·동부 지역에 역대급 눈폭풍이 몰아치면서 이 일대가 완전히 마비상태에 빠졌다.
22일 오후 1시께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계속 쌓이는데다 뉴욕과 버지니아, 델라웨어 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23일 새벽부터 강풍까지 몰아치기 시작해 '스노마겟돈'(Snowmageddon·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에 필적할 만한 눈폭풍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눈폭풍의 전선은 당초 예상보다 더 북상해 보스턴 남단까지 영향권에 들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과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 등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 정부 당국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눈폭풍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 머물라고 거듭 당부했다.
AP 통신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워싱턴D.C. 일원에 시속 80㎞의 강풍과 더불어 60㎝의 가량의 눈이 쌓였다고 전했다. 역대 워싱턴 D.C.의 최고 적설량은 1922년 1월의 71㎝로, 이번 눈폭풍은 적설량 면에서 역대 2, 3위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덜레스 공항 인근에도 58㎝가량의 눈이 내렸다.
미 기상청은 애초 주말까지 워싱턴D.C.와 볼티모어에 60cm 이상, 필라델피아에 60cm 가까이, 뉴욕 일대에 최소 30㎝ 이상의 눈의 각각 쌓일 것으로 예보했으나 뉴욕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예상 적설량을 상향조정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오전 10시 현재 29㎝의 눈이 쌓인 가운데 적설량이 많게는 최대 76㎝에 달할 수 있다는 예보도 나오고 있다.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비상상황"이라며 "이 시각 이후 도로를 운전하고 다니면 필요에 따라 체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시내 모습
뉴욕 시는 이날 정오를 기해 시내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오후 2시30분부터는 아예 뉴욕시를 포함한 뉴욕 주 남부 전체에 대한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또 켄터키 주(州) 동부 일대에도 전날 이미 46㎝의 눈이 내리면서 75번 주간(州間) 고속도로 35마일 이상이 밤새 주차장으로 변했다.
CNN 방송은 기상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일부 지역에는 최대 1m가량의 눈이 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초대형 눈폭풍으로 인해 사망사고와 고립과 정전, 항공기 결항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미 연방정부가 22일 오후부터 일찌감치 문을 닫고 워싱턴D.C.와 뉴욕, 뉴저지, 켄터키 등 11개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이번 눈폭풍 관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최소 9∼11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사망자를 9명, AP 통신은 11명이라고 각각 보도했다.
또 노스캐롤라아, 버지니아, 뉴저지 주를 비롯해 13개 주 20만 여 가구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고, 전날부터 24일까지 총 9천290편의 항공편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워싱턴D.C. 일대의 경우 24일까지 지하철 운행도 완전히 중단됐고 필라델피아 등지에선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도 일부 연기됐다.
바하마를 돌고 24일 볼티모어 항구에 입항하려던 호화유람선 한 척은 25일로 입항을 연기했다.
특히 뉴저지 주 남단 동부 해안 케이프 메이 지역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상치 못한 홍수까지 겹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눈폭풍에 홍수까지 몰아닥친 뉴저지 주의 케이프 메이(AP Photo/Mel Evans)
델라웨어 해안에 불어닥친 시속 120㎞의 강풍이 6m 높이의 초대형 파도를 유발하고 이것이 해수면을 끌어올리면서 불어난 바닷물이 눈덩이와 함께 인근 케이프 메이 지역의 도로와 주택가로 흘러들었다. 인근 와일드우드 지역도 일부 도로가 물에 잠겼다.
루이스 유첼리니 기상청 국장은 ""최소 5천만 명 이상이 이번 눈폭풍의 영향을 받으면서 최소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이번 눈폭풍에 영향을 받은 시민을 기상청 수치보다 많은 8천500만 명으로 추산하면서 미국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폭설 피해와 달리 버지니아 주 등 일부 지역의 스키장들은 뜻밖의 '호재'를 만나 기뻐하고 있고 미 언론이 전했다.
버지니아 중부 윈터그린 스키리조트의 매니저 행크 티에스는 AP 통신에 "눈이 많이 와 신이 난다. 제2의 스키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스키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미 연방의회 경찰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의사당 주변에서 썰매 타는 것을 허용했다.
버지니아를 필두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주 곳곳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선 기록적인 폭설로 발이 묶일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미리 생필품과 월동장비 사재기에 나서면서 상품 재고가 동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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