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내원 이사장, 이정실 회장, 박선아 교수.
전후 70년 만에 성사된 아베 신조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워싱턴 한인사회가 총궐기의 태세다. 식민지배의 역사와 위안부 등 전쟁범죄에 대한 왜곡과 호도를 일삼는 아베에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는 28일, 29일 의회 앞에서 아베 규탄대회를 갖는 한편 워싱턴 포스트에 광고를 게재해 올바른 역사를 미국사회에 알릴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을 앞두고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아베 방미의 의미와 규탄대회의 목적과 준비상황, 왜 한인사회가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이종국 기자>
<참석자>
이내원 전 워싱턴한국학교협의회 이사장
미주 이순신 교육센터 이사장
이정실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회장
조지 워싱턴대 미술사학과 교수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눔의 집 고문변호사, 조지메이슨대 방문교수
냉담-무관심에 놀라...역사교육 필요성 절감
미일‘가쓰라 태프트 밀약’생각나게 하는 상황
전쟁범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게 캠페인 기본목적
-반(反) 아베 캠페인 준비는 잘 돼 가나. 워싱턴 포스트 광고를 위한 모금상황은 어떤가?
이정실: 사실 워싱턴포스트지 광고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무관심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사실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냉담함과 무관심에 놀랐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결국은 몰라서, 막연히 알고 있는데서 비롯된 거였다. 그래서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시고 모금도 뉴욕 등 전 미국과 한국은 물론 호주에서도 동참해주는 등 활발해져 용기가 샘솟고 있다.
이내원: 한국이 역사교육을 등한시했다는데 공감한다. 자업자득이다. 역사 인식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아베 총리의 방미와 의회 연설이 특별히 주목 받는 이유는 뭔가?
이내원: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 핵심이다. 현 정세는 구한말과 비슷하다. 미국과 일본이 협잡해 조선 지배를 인정해준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 떠오른다. 중국 봉쇄 정책에 힘이 부치는 미국에서 일본을 활용하자는 공감대가 미 정치권에 확산되면서 아베의 상하원 합동연설이 성사된 것이다. 일본을 동아시아 대중 견제전선에 앞세우려니 한국에 반하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제2의 침략이다.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중요한데 한국의 외교력만으로는 어림없다.
이정실: 신군국주의 부활 의도에 공감한다. 모든 나라는 약해질 때 국수주의를 앞세운다. 아베가 쓴 책을 읽어보니 일본에 구심점이 없어지면서 제국주의 시대의 영화를 내세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프랑스가 세계 대전에서 독일에 깨지고 난 후 과거의 영화를 내세우며 역사책을 다시 썼다. 일본은 대미 로비에 엄청난 금액을 써대고 있다.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국에서 일본과 한국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수준에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자칫 한국만 왕따 당할 수 있다. 아베의 미국행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이는 한일 간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에도 문제가 생긴다. 위안부 문제 등 아베가 빼달라는 그네들의 역사는 한국의 문제만 아니라 미국과 전 인류의 문제다.
박선아: 2007년 미 하원에서의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국제사회의 연대가 계속돼 왔다. 심지어 일본의 지방의회에서조차 결의안이 통과됐다. 미국에서도 한인 풀뿌리 운동을 통해 위안부 기림비를 세웠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방문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그간의 흐름과 배치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종전 70주년을 맞은 2015년 4월은 전쟁 피해국에 대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기인데 이런 흐름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베 규탄대회의 목적은 뭔가? 왜 한인들이 나서야 하는가?
이정실: 이번 캠페인의 기본 목적은 ‘아베는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옆에 아이를 때려놓고 ‘너 아프겠다’는 식의 사과로 일관해왔다. 종군 위안부를 비롯한 모든 전쟁 범죄 피해자들에 ‘내가 그랬다’고 사과의 주체와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요구하는 거다.
이내원: 지난 동해 병기 캠페인에 세 차례 참여하면 느낀 게 있다. 미 정치인들은 결국 ‘표’에는 꼼짝 못한다는 걸 본 것이다. 우리는 주권을 가진 미국 시민이다. 미국 여론을 바꾸는 건 재미동포들의 역사적 소명이다.
박선아: 위안부 문제만 해도 한국 정부가 그간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정부의 문을 두드려도 논의를 기피해왔다. 일본을 움직일 나라는 미국뿐이다, 미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에는 동포들이 있다는 식으로 발뺌해왔다. 한국에서는 그런 기대가 있다.
미국의 한인들은 지적 수준이나 미국사회의 기여도, 미국식 자유주의에의 호응도가 높다. 미 하원 종군위안부 결의안, 위안부 기림비, 교과서 동해병기를 해낸 건 결국 동포들이다. 이번 캠페인도 동포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에서 위안부 문제만 집중 부각돼 공감대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내원: 이번 캠페인은 범 동포사회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각 한인회들이 중심이 되고 정대위가 주축이 되며 모든 단체들과 연대해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위안부 이슈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일본의 침략, 인권유린, 집단살인 행위 등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이슈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아시아 피해 국가 주민들과의 연대감도 생긴다.
박선아: 그렇다. 전쟁범죄를 포함시켜 제기해야 한다. 그동안 접근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하원 결의안과 유엔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일본이 저지른 범죄라는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 범죄에는 행위와 책임, 2가지가 있다. 우선 책임이 우선이다. 전쟁범죄의 책임을 인정하라고 일본에 명확히 요구해야 한다.
이정실: 옳은 말이다. 집회에서는 너무 공격적이거나 너무 마일드하지 않고 심플하면서도 정중하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정신대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주만 기습 등 전쟁과 침략을 강조하면 일본이 미국에 사과하고 나면 끝이 나버린다. 일본과 미국의 이야기로 끝이 나고 한국은 왕따가 된다.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인 정신대 이슈는 다르다.
최근 일본은 우리가 워싱턴포스트에 광고를 낸다니까 정말 내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미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엄청난 자료들을 퍼가고 있다. 자기들을 변호할 일종의 자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는 하느님께 고백하면 용서하리라는 말이 있다. 만일 일본이 과거사 책임을 인정하면 전 세계가 그들을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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