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장이머우 감독님이 원작의 10%만 영화에 녹여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원작에 발목 잡히지 말자. 이건 영화다’라고 생각한 거죠. 가벼운 마음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촬영하고 싶었어요.”
배우 하정우(37)가 감독으로 돌아온다. 2013년 장편영화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내놨던 그가 2년 만에 새 영화 ‘허삼관’을 들고 관객을 만난다. 하정우는 ‘허삼관’에서 연출은 물론 주인공 ‘허삼관’도 맡았다.
하정우가 언급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인생’(1994)은 중국 소설가 위화의 소설 ‘인생’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인생’은 원작을 새롭게 해석해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생’은 장이머우 감독의 최고작이다.
이번에 하정우가 감독한 영화 ‘허삼관’ 또한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원작이다. 9일 오전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정우는 “처음에는 원작 소설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영화 ‘인생’을 보고, 영화적인 매력을 살려 원작을 재창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피를 파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위화는 허삼관의 삶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다.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이 소설을 감독 하정우는 기본적인 줄거리를 유지한 채 더 따뜻하고 더 코믹하게 풀어낸다.
“밀도 높고, 방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설 속 드라마의 깊이를 어떻게 두 시간짜리 영화에 담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촬영 도중 감독이 길을 잃거나 헤매는 건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에 가장 큰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하정우가 시나리오 작업 가운데서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대사다. ‘허삼관’ 속 대사는 구어체보다는 문어체에 가깝다. 하정우도 평소 말을 할 때 문어체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소설을 읽었을 때의 재미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옮기기 위해 문어체적인 대 사를 썼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정우는 두 번째 연출작으로 왜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택한 것일까. “허삼관이라는 인물이 매우 영화적이고, 영화화했을 때 매우 독특한 캐릭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하정우는 여기에 덧붙여 ‘드라마의 보편성’도 언급했다.
“제가 예전에 연극 무대에서 했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같은 것을 되돌아보면 이 비극들의 메인 드라마 라인은 소소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허삼관 매혈기’에서 벌어지는 갈등 또한 특별한 듯 보이지만 매우 보편적이고, 그 보편적인 이야기에 강한 힘이 있다고 봤어요."
배우로서 함께 일하던 동료, 선후배 배우들을 감독과 연기자의 위치에서 만나자 쑥스러웠다는 하정우는 ‘허삼관’을 “터닝포인트였다"고 짚었다. 그는 “배우로서 영화를 찍으며 무감각해졌던 것들, 마비된 것들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며 "영화인으로 살아가는 꿈을 꾸던 십대, 이십대의 초심을 되살린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영화 ‘허삼관’은 14일 개봉한다. 하정우, 하지원, 전혜진, 정만식, 조진웅 등이 출연한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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