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사연구소가 ‘지워진 한국영화사: 문화영화의 안과 밖’ 펴냈다. 한국영화사연구소 주최로 2012년부터 2년여 동안 진행된 연구 세미나 성과를 묶은 책이다.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소홀히 다뤄진 문화영화를 새롭게 조명했다. 문화영화는 정부 시책을 전달하고 선전하는 것에서부터 시청각 교육과 계몽, 한국의 근대화·산업화된 모습과 이국 풍물, 스포츠, 쇼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소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광복 이전부터 1980년대 무렵까지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대한뉴스’처럼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극장에서 본영화 상영 전에 상영되거나, 일반 영화처럼 장편영화로 제작돼 상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영화는 1990년대 이후 사회, 경제, 제도적 변화와 매체, 기술의 변화에 의해 점차 극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국영화사의 기록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망각되고 지워졌다.
이 같은 문화영화를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용어조차 생소한 지금의 독자들에게 문화영화의 생산과 수용이 활발했던 1960, 70년대를 비롯, 보다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의 사회·문화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영화사 연구자 이순진이 서문 ‘대안영화에서 선전영화까지: 한국 문화영화의 역사와 쟁점’에서 밝히고 있듯, “문화영화는 이론적으로 정의된 개념이거나 그 경계가 분명한, 배타적인 범주가 아니다. 그것은 영화 장르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합의된 일종의 소통체계이며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해온 범주이다.”문화영화의 명확한 개념 정의를 목표로 한 책은 아니다. 문화영화를 둘러싼 제도적 변화, 생산과 수용의 측면에 집중한다. “문화영화라는 범주가 어떤 힘들의 작용에 의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또 문화영화가 여타의 범주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구성해왔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오히려 더 생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부 ‘문화영화의 제도와 역사’는 문화영화 관련 제도와 역사적 맥락을 조명한다. 문화영화를 규정해온 법적, 제도적 장치들과 그것들이 주조한 장 안에서 문화영화가 어떻게 자리잡았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정종화와 조준형의 논문, 그리고 문화영화를 생산해온 두 주체, 즉 정부의 영화 제작 기구와 민간 문화영화 제작사들의 역사를 다룬 이순진, 이정아의 논문이 수록돼 있다.
2부 ‘문화영화의 생산과 수용’은 보다 구체적인 사례 연구 혹은 텍스트 분석이다. 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장면이 포함된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 ‘올림피아’(1938)가 식민지 조선과 해방 이후의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등을 밝히는 심혜경의 논문,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공보 선전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던 맥락 안에서 국립영화제작소의 애니메이션을 위치 짓는 공영민의 논문, 민간에서 제작된 ‘쇼 문화영화’를 분석하는 박혜영의 논문, 독일의 성교육 영화 ‘헬가: 인간 탄생의 기원’(에리히 F 벤더·1967)이 1960년대와 70년대에 한국으로 수입돼 검열되는 각각의 과정을 당시의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조준형의 논문 등 4편이 수록돼 있다. 368쪽, 2만원.
<김태은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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