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TV 프로그램 PD 친구들도 제 70~80년대 노래는 모르더라고요.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의미가 있어요. 동시에 어떤 의미로는 마무리, (음악인생) 마감을 잘하자는 뜻도 있죠."12곡이 실린 이번 음반은 양희은이 기존 주로 들려준 포크 음악과 다른 재즈풍이다. 그럼에도 양희은식 노래의 힘은 여전하다.
MC 김나영의 에세이집 ‘포북’ 속에서 노랫말을 따온 노래로 보컬그룹 ‘바버렛츠’가 피처링한 ‘나영이네 냉장고’,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이자 김광석 ‘서른 즈음에’ 작곡가로 유명한 강승원이 듀엣한 ‘당신 생각’, 인디 밴드 ‘장미 여관’ 멤버 육중완이 작곡한 ‘내 생에 가장 아름다움 말’, 1962년 국내 가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외국곡 ‘찰리 브라운’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7위에 오른 그룹 ‘김시스터즈’의 또 다른 동명곡을 리메이크한 ‘김치깍두기’, 양희은의 동생 양희경이 출연한 창작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넘버 두 곡을 합쳐 만든 ‘넌 아직 예뻐’…. 여전히 양희은 표, 따듯한 곡들이다.
데뷔 44년 차를 맞은 양희은은 이번 앨범을 내면서 ‘첫 경험’을 잇따라 했다. 미디어 상대 쇼케이스도 처음, 양희은과 절친한 개그우먼 송은이가 감독을 맡은 ‘나영이네 냉장고’ 뮤직비디오로 뮤직비디오 촬영도 처음이다.
애초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하려다가 개인 사정으로 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가수 김장훈은 이날 곡들을 듣고 “심장과 귀에 필터가 걸쳐지는 느낌"이라면서 “제가 무명 때 콘서트, TV 프로그램 ‘빅쇼’ 등이 있을 때마다 저를 불러주시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동시에 양희은은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뜻밖의 만남’이라는 디지털 싱글 음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싱글을 내는 것 역시 처음이다. 지난달 21일 싱어송라이터 윤종신과 함께 발표한 ‘배낭여행’으로 포문을 열었다. 지난 5일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참여한 ‘꽃병’을 발표했다. 이후 추가로 싱글을 발표해 이를 한데 모아 새 앨범도 내놓는다. “젊은 남자 뮤지션들의 기를 받으니 새롭다"고 즐거워했다.
양희은의 앞으로 일정 역시 꽉 차 있다. 12월 11~14일 서울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맡고 있는 라디오 방송과 ‘찾아라 맛있는 TV’ 진행도 잘 해야죠. 새롭게 도전을 많이 한 앨범인 만큼 노래 활동도 열심히 해야죠."앨범 재킷과 속지에 실린 사진은 양희은의 어머니 윤순모(84) 여사가 50여 년간 작업한 퀼트·포크아트·유화 등을 촬영한 것이다. 윤순모 여사는 지난 5월 ‘엄마의 꿈-양희은·희경 자매 어머니 윤순모의 홈아트’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양희은·희경 자매가 기획했다.
리메이크곡으로 김시스터즈의 ‘김치깍두기’를 고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기본이 밥과 김치인데 이것이 무너지고 있어요. 김치를 얻고 먹고 사서 먹는데, 담글 줄 알아야 식탁이 건강하고 튼튼해집니다. (앨범에 실린 곡의 제목으로 가수 이한철이 피처링한) ‘막걸리’도 우리 술이죠. 시골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고된 일에도 막걸리 마시고 김치 드신 다음에 힘을 내시죠. ‘김치 깍두기’는 제 나름대로 사랑을 표현한 거예요."양희은이 말하는 사랑은 곧 정성이다. 음식을 사랑하는 그녀는 밥을 짓듯이 노래를 짓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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