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사망한 신해철(1968~2014)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 장례기간 가요계 동료·선후배들은 물론 일반 조문객 1만6000명이 빈소를 찾으면서 고인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했다. 당대의 아이콘으로서 가요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릴만한 인물이라는 점이 재조명된 셈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선구자…록·국악 접목한 무대 못봐 아쉬움
"음악인으로서 저에게 커다란 산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국내 가요계의 혁신가로 통하는 가수 서태지가 존경을 표했을 정도로 신해철은 앞서가는 뮤지션이었다. 서태지는 지난달 31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1990년대 초반 신해철에게 샘플러 사용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알렸다.
샘플러는 미리 기억된 자연음을 음원으로 사용하는 악기를 가리킨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 악기의 이름조차 생소했다.
밴드 ‘넥스트 등에서 보듯 신해철의 음악적 기반은 록이지만 신시사이저나 미디 등 음악에 최신 장비를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까지 미친 영향력
신해철이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DJ를 맡아 과감하면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마왕’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엘리트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서강대 철학과 중퇴라는 학력도 한몫했다.
특히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보이던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유세에도 참여했다. 2003년 이라크전 파병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내뱉는 ‘독설 논객’으로도 통했다. 사회를 뜻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연예인을 가리키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신조어인 소셜테이너의 원조 격이다. MBC TV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 간통죄 반대, 학생 체벌 금지 등을 주장했다.
정치권도 이례적으로 가수의 죽음에 대해 논평을 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가 이 세상을 떠났더라도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행복한지를 생각해’라는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마왕 신해철씨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트위터에 “제가 아는 신해철씨는 불합리한 것에 앞서서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가진, 멋진 사람이었습니다"고 회고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수많은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데는 고인의 인간적인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마왕’ ‘독설가’ 등 평소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는 연예계에선 따뜻한 형이자 동료였다.
최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회고담들이 인터넷에 퍼졌다. 대표적인 내용 중 하나는 2007년 MBC TV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몰래 카메라’다. 당시 신해철이 이끌던 가요기획사 사이렌 소속 가수들인 지현수, 오종혁 등이 회사를 나가겠다며 거짓으로 그를 속이는 내용이다.
신해철은 소속 가수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회사를 나가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음에도 화를 내키는커녕 그들을 진심으로 다독였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지자 마자 가수 조용필과 싸이 등 공적인 자리에 웬만하면 나서지 않는 거물들이 바로 찾아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드롬으로 번진 추모물결 현재진행형
신드롬으로 번진 고인에 대한 추모 물결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C 대학가요제 출신들의 모임인 ‘대학가요제회’(대가회)는 11월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2014 대학가요제 포에버’ 콘서트에서 신해철(1968~2014) 추모 무대를 선보이기로 했다.
신해철은 하반기 발매 예정인 넥스트의 새 앨범에 수록될 신곡을 약 10곡 정도 작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믹싱 등의 작업이 남아 있지만 보컬 녹음이 끝난 곡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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