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시각화’라고 했다. 앨범을 듣고 있으면, 옴니버스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 멤버 개코(33·김윤성)가 데뷔 15년만에 발표한 첫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REDINGRAY)’에 대한 소속사 아메바컬쳐의 설명이다.
영등포CGV의 한 영화관은 그래서 `레딘그레이’ 청음회 장소로는 제격이다. 15일 오후 여러 미디어의 대중음악 담당 기자들은 이곳에서 개코의 `음악을 봤다.’`될 대로 되라고 해’ `화장 지웠어’ `장미꽃’ 세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음악을 들었다. `될 대로 되라고 해’는 지난해 미리 공개한 싱글이다. `화장 지웠어’와 `장미꽃’은 `레딘그레이’의 더블 타이틀곡이다.
`화장지웠어’는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낸 그룹 `원더걸스’ 멤버 예은과 아메바컬쳐 소속 힙합가수 자이언티가 피처링했다. 두 사람은 뮤직비디오에도 나온다. `장미꽃’의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겸 래퍼 `YDG’로 활약하는 양동근이 출연했다.
예은은 매혹적이고 양동근은 호연하는데 음악이 눌리지 않는다. 영화관은 단지 화면을 보여주기 위한 장식용이 아니다. 입체 사운드는 음악을 감상하는데 더할 나위 없다. `화장을 지웠어’의 솔(Soul) 감성의 유려한 사운드, `로즈’의 비장하면서도 마냥 무겁지 않은 멜로디가 더 살아났다.
`레딘그레이’에는 총 17곡이 실렸다. 9곡, 8곡씩을 2장의 CD에 나눴다. 디지털 싱글이 대세인 현재 대중음악 신에 역류한다. 때문에 개코의 `음악적 고집’이 느껴진다. 아메바컬쳐는 지난해 개코를 비롯해 소속사 가수들이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음악에서 파생된 일도 있었으나 그 외의 `가십’도 많았다. 개코는 이 회사의 대표다. 음악에 목 말랐을 법하다. 아메바컬쳐의 노영열 홍보팀 부장은“음악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개코는 이날 청음회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신인가수라고 해야 하나요"라고 인사했다. 15년 차 가수에 작지 않은 규모를 지닌 회사의 대표인데, 땀을 많이 흘렸다. “개코라는 이름으로 만든 첫 번째 앨범"이기 때문이다. 항상 그의 곁에는 절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동지인 다이나믹듀오의 또 다른 멤버 최자가 있었다.
최자가 없는 앨범은 개코의 개인적인 색깔이 또렷해졌다. 기존 다이나믹듀오 앨범은 두 사람이 공감하는 부분이 악보로 옮겨졌다. 그런데 두 번째 CD 2번 트랙 `복수의 칼 2’에는 최자가 목소리를 보탰다. “솔로 앨범인데 최자가 참여하면 어떡하냐는 말도 하시는데 제 생각에 최자는 최고의 친구지만 MC(Microphone Controlle·r래퍼)로서 정말 잘해요. 고백하는 느낌이라 어색하기는 한데. 하하하. 그 곡에 최자의 목소리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앨범 제목 `레딘그레이’는 개코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상징화한 조어다. 개코가 세상을 보는 회색영역(GRAY)의 시선 그리고 붉은색(RED)으로 정의한 사람들의 잠재된 욕망을 합쳤다.
“선과 악을 쉽게 나눌 수 없잖아요. 저는 흑백이 아닌 중간의 영역을 봐요. 그렇게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회색이 가장 어울리는 색깔이라고 느꼈죠. 빨간색은 앨범 전반에 흐르는 `인간의 욕망’입니다. 회색 영역 안에 있는 빨간 욕망, 그래서 앨범 제목을 `레딘그레이’로 지었어요."
`래퍼 개코’로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스웨그를 뽐내는 다른 래퍼들과 달리 최근, 특히 이번 앨범에서 그는 자신의 일상 또는 주변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사운드는 최신의 그것이지만 그래서 담백하게 느껴진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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