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보컬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한 이예준(26)은 도화지 같다. 청아하고 깨끗한 목소리로 그 어떤 색깔의 노래를 불러도 감정이 잘 살아난다. 데뷔 싱글 ‘약속’은 이런 특성의 절정이다. 익히 노래해온 슬픈 발라드다. 이번에는 한층 절제해 더욱 애틋하다. 무슨 곡이든 온전히 분위기를 살려내는 이예준의 보컬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중의 기대와 다른 곡을 들고 나오면 괴리가 있을 것 같았다"면서 "차근차근 다양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예준이 `보이스 코리아 2’ 첫 무대에서 부른 `가수가 된 이유’의 원가창자인 보컬그룹 `포맨’의 신용재가 듀엣으로 호흡을 맞췄다. 작곡가 박근태와 킹밍이 공동 작곡하고, 작사가 민연재가 노랫말을 붙였다.
지난해 5월31일 우승했으니 약 7개월 만에 정식 프로 가수로 나서게 됐다. “기다리는 동안 잊혀지면 어떻게 하나 부담이 있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내 곡이 생겨서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그간 여러 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불렀어요. 언제쯤, 제 노래로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노래가 나오니 참 신기해요." 주변 반응만 보면 “가장 성공한 사람 같다"며 웃었다.
정통 발라드가 가장 자신 있는 장르라는 사실을 인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본래 팝송을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가요를 잘 부르지 않았는데 `보이스 코리아’에서 부르게 된 거예요. 가요 레퍼토리도 없었죠. 그런데 부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더라고요. "목소리도 너무 평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일부러 허스키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피고름이 나오기도" 했다. “마냥 깨끗해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감정 이입을 잘 해요." 보컬 코치도 했던 그녀는 학생을 가르치다가 노래가 너무 슬퍼 울기도 했다. `다중이’도 감정 기복이 심해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무대에서 더 처절하게 슬픈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표정에 슬픔이 다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가수 윤복희(68)와 영국 가수 제시 제이(26)를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손꼽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개성이 도드라지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보이스 코리아 2’ 당시 코치인 가수 강타(35) 역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앨범 재킷 사진을 보고 놀렸어요. (실물보다 예쁜 모습이어서) 사기극이라고. 그렇게 아직도 장난치면서 애정을 주세요. 참 감사하죠." 이예준은 음악이 일상인 가정에서 자라났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이 늘 음악이 함께 했다. "가족들끼리 화성 파트를 정해서 화음도 맞추면서 노래했어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신기해하더라고요. 점점 자라면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고인의 팔순 잔치에서 부른 영화 `시스터 액트’ 삽입곡 `오, 해피데이’를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늘 음악을 접했지만, 보통 가수를 꿈꾸는 이들보다 다소 늦은 고3때 뮤지션의 길을 결심했다. “음악을 잘 할 수 있고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했고, 가르치는 것이 좋아 학생들의 보컬 코치로 나섰다. 그러다 “죽기 전에 사고를 치자는 마음에" `보이스 코리아2’에 지원했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예준이 지금 노래하는 것은“꿈 없이 지내던 청소년 시절에 대한 보상이자 위로"다. “늦게 가진 꿈인만큼 각별"하기도 하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결연하기만 하다.
프로페셔널이 된만큼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너무 자랑스럽다"고 여겼다. “이제까지 어디 가서 가수 이예준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웠어요. 이제 가수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도 되니 좋아요." 그녀에게 음악은 곧 물이다. “솔직히 가끔은 노래를 부르기 싫을 때도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안 부르고 있으면, 갈증이 나서 미치는 거예요. 많은 분들에게 제 노래가 물 같았으면 해요."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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