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절룩거렸다. 목발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몸은 불편해도 고아라(23)의 표정은 활짝 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안겨준 행복감 때문이다. 케이블채널에서 시청률 10%를 웃돌며 호평받은 고마운 드라마다. 회를 거듭할수록 ‘나레기’(쓰레기·성나정) 커플과 ‘사이다’(칠봉·성나정) 커플을 지지하는 시청 층이 늘었고 ‘응사 신드롬’이 일었다.
고아라를 향한 대중의 시선도 달라졌다. 인형 같은 외모, 마네킹 몸매로 주목받은 그녀에게서 연기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촌스러운 단발웨이브, 후줄근한 박스티로 외모를 가리고 막춤, 사팔눈, 욕 섞인 사투리를 거칠게 내뱉으며 변신을 꾀했다. 고아라가 망가질수록 시청자들은 `성나정’에 자신을 이입, 친근함을 느꼈다.
“앞으로는 더 망가질 수 있습니다"며 의욕을 보이는 것이 영락없는 `성나정’이다.
“사실 제 이미지가 도도하고 고고한 줄 몰랐어요. 그 말을 듣고 제가 경이롭게 느껴졌다니까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고아라의 고향은 경상남도 사천이다. “시골 중 시골에서 자랐는데 도시적이라니…. 연예인 이미지 같아 기분이 좋아요"라며 즐거워한다.
세련된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깍쟁이 같았다. 적은 말수에 어투도 사무적일 것 같은 편견도 있었다. “실제 성격은 `나정’과 비슷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생각하는 모습 때문에 신경 쓰이기도 했죠. 밥을 먹을 때도 저는 먹성이 좋은데 이미지상 깨작거리게 되고요. 지금은 친근하게 봐주셔서 아주 좋아요."
이미지의 벽을 깨는 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응답하라 1994’의 주연으로 결정됐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전작 `응답하라 1997’에 대한 향수가 짙을수록 고아라의 연기력을 의심했다. “많은 분이 억지일 것 같다고 걱정하셨죠.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단정한 분도 있고. 하지만 방송이 나가자 지인들은 `너의 실제 모습인 거 사람들은 모르지? 열연했다고 생각할 거야’라고 말해줬죠. 감독님께서 잘 표현해주고 정우 오빠와 (유)연석 오빠가 잘 받쳐준 것 같아요."
“데뷔 10년,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는 고아라는 사소한 칭찬 한마디에도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외국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연기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어요. 흥행에도 크게 연연해 하지 않았고요. 제가 출연한 작품이고, 촬영하면서 배운 걸로 만족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게 꿈만 같아요"라는 고마움의 표현이다.
달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도 있었다. 하지만 철심 하나를 박고 촬영을 이어갔다. 이달 중순 수술을 앞둔 상태다. “하루가 다르게 시청률이 1%씩 오르는 체험을 처음 해봤어요. 신기했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어디를 가도 `응사’에 대한 얘기가 들려왔어요.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가면 반겨주고 촬영도 배려해주고요. 아픈 줄 모르고 촬영할 힘을 얻었죠"라며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이 작품으로 고아라는 10년 동안 따라다닌 `옥림’을 떼어냈다. 대신 `성나정’이 붙었다. 이 또한 넘어야 하는 산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고아라는 “부담은 없어요. 옥림 때도 그렇고 친근하게 느껴서 계속 그렇게 봐주는 것 같아요. 작품 속 이미지를 좋게 봐준 거잖아요. 앞으로 할 게 많으니깐 괜찮아요"라고 긍정했다. “로맨틱코미디, 사극, 스릴러, 액션, 독한 캐릭터 등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이제 시작이에요. 제 안에 다른 모습이 많이 있답니다"는 대답이 야무지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도 있어요"라며 속내도 털어놓았다. “연기 잘하는 많은 분과 작품을 하고 싶지만 그중 현빈 오빠랑은 꼭 하고 싶어요. 오빠가 제대 후 노출이 적어서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제까지 기다린 분들을 위해 저와 함께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어떨까요? 하하."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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