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터뷰]`책 도둑’ 음악 작곡’ 존 윌리엄스
▶ 스필버그는 40년 전 처음 만나… 젊은 그를 따라가려고 늘 노력
현재 상영 중인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책 도둑’(The Book Thief)의 음악을 작곡한 존 윌리엄스(81)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호주 작가 마쿠스 주삭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책 도둑’은 2차 대전 때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의 가난한 부부 집에 입양된 용감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소녀 리즐이 책을 통해 전쟁의 공포로부터 도피하면서 기쁨을 찾는 이야기다. 단어와 상상의 힘을 통해 변신하는 소녀의 성장기로 리즐의 순수와 모든 것을 압제하는 전시의 주변상황을 대조하면서 불굴의 인간정신의 유연성과 생을 찬미하고 있다. 제프리 러시와 에밀리 왓슨이 리즐의 양부모로 그리고 리즐로는 소피 넬리스가 나온다. 감독은 브라이언 퍼시발. 머리 양 옆으로 흰 머리가 난 대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윌리엄스는 자상하고 친절해 마치 이웃집 마음 좋은 할아버지를 만난 듯 했다.‘조스’와‘스타 워즈’ 등으로 모두 5번 오스카상을 탄 윌리엄스는 질문에 조용한 음성으로 천천히 신중하게 대답했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를 취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박흥진 편집위원>
*지난 8년간 스필버그의 영화음악을 빼고는 다른 영화음악은 작곡하지 않았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세월은 정말 유수와도 같다. 그동안 나는 하프협주곡을 작곡하고 많은 콘서트를 지휘하는가 하면 다른 음악활동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관여해 온 보스턴 팝스와 독주자를 위한 작곡 등으로 바빴다. 영화음악은 내 활동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책 도둑’을 작곡하게 된 경위는 우선 폭스사가 보내온 각본을 읽고 크게 감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퍼시발 감독을 만나보고 그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이 작곡한 수많은 영화음악 중 어떤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모든 음악은 다 자신의 자식들과도 같이 사랑스럽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고르라고 한다면 ‘제3세계와의 조우’와 ‘스타 워즈’ 그리고 TV 영화 ‘제인 에어’다.
*당신이 음악을 작곡하는 과정은 어떤가.
- 절대적으로 혼자서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한다. 내가 작곡하는 곳은 스필버그의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데 거기선 에어컨 소리도 안 들린다. 난 컴퓨터를 쓰지 않고 내 삶의 한 부분과도 같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이용해 연필로 종이 위에 작곡한다. 일단 한 악절을 쓴 다음 그것을 마치 조각하듯이 계속해 수정 보완한다. 작곡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영화의 주제를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낭만파 시대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작곡가로 태어나고 싶은가.
- 브람스다. 브람스의 음악은 구조적이다. 그는 위대한 학자로 그의 음악은 19세기에서는 현대음악이었다. 아울러 그의 음악은 매우 고전적이었다. 브람스는 진실로 베토벤의 연장이었는데 이런 양면성 때문에 그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브람스의 음악 중 특히 좋아하는 것은.
- 물론 교향곡이다. 그러나 실은 교향곡보다 더 좋은 것은 독주곡과 4중주 및 5중주곡과도 같은 실내악이다. 브람스는 실내악의 대가다.
*악기가 발명된 지 200년이 지나도록 신세사이저를 제외하곤 아직도 같은 악기를 쓰고 있는데 악기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고 여기는가.
- 나도 그 점이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뒤 다시 이 세상에 돌아와 과연 어떤 악기가 사용되고 있는지 보고 싶다. 난 음악을 배울 때 전통악기로 배워 영화음악에도 컴퓨터음악을 거의 안 쓴다. 언젠가 악기도 변화해 새로운 것이 나오겠지만 내 생각에는 현대 음악 작곡가들이 우선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을 작곡할 때 전통악기를 탈피한 레퍼터리를 작곡해야 한다. 이제 음악은 과거처럼 유럽 위주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것이다. 내가 지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미래다. 오케스트라는 재정적 문제 외에도 청중과 연결될 수 있는 레퍼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명제를 갖고 있다.
*당신은 락이나 컨트리 또는 랩 같은 대중음악을 듣는가.
- 안 듣는다. 아마도 들어야 하겠지만 매일 같이 작곡을 하는 나로선 시간이 제한됐다. 난 아직 하이든 교향곡도 전곡을 다 듣지 못했다. 라흐마니노프는 이런 말을 했다. “음악은 일생을 채우고도 남지만 일생은 전 음악을 다 채우지를 못 한다.” 그러나 점점 대중음악에 대한 흥미가 커지고 있다. 재즈를 좋아하는데 엘라 피츠제럴드와 빌리 할러데이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마저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시나트라의 유일한 감독 영화인 ‘논 벗 더 브레이브’의 음악을 작곡했다.
*스필버그와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 40여년 전 그가 자신의 데뷔작인 ‘슈거랜드 익스프레스’의 음악을 내게 의뢰하면서부터다. 나는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난 그 뒤로 젊은 스필버그에 따라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25년은 충분히 일할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와 함께 일을 하자면 그 때 내 나이가 백 살이 될 것이다.
*당신이 음악을 작곡할 영화를 처음 보면서 번뜩 악상이 떠오른 적이라도 있는가.
- 없다. 그 반대다. 내 음악은 수 주간에 걸친 노력 끝에 나온 것이다. 그것은 발견의 과정이다. 그리고 난 영화음악을 지을 때 끝 부분을 먼저 작곡한다.
*지은 것을 내던지고 새로 시작한 적이 있는가.
- 전체를 내던진 적은 없지만 늘 악절 등 부분적으로는 버리곤 한다. 난 언제나 한 장면을 위해서 두 개의 다른 음악을 작곡한다. 그리고 이 두곡을 마지막 더빙 장면 때 사용하면서 어느 것이 더 영화에 적절한가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동료 작곡가들은 예산문제로 나와 같은 호사를 누리지 못하는데 난 스필버그 덕분에 예산 걱정 안 해도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당신은 어느 선배 영화 음악가의 영향을 받았으며 당신이 주목하는 후배 음악가는 누구인가.
- 난 어렸을 때 극장엘 가지 않아서 독일과 비엔나에서 할리웃으로 와 영화음악을 작곡한 맥스 스타이너나 어네스트 콘골트 같은 클래시컬 작곡가들의 음악과는 친숙하질 못했다. 내가 젊었을 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이들보다 후배들인 버나드 허만과 알프레드 뉴만 그리고 프랜츠 왁스맨 등이다. 내가 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친 것이 나의 음악에 대한 각성을 가져다준 계기였다. 미래의 훌륭한 음악가들은 중국에서 많이 나올 것이다. 후배 영화음악 작곡가들로는 토머스 뉴만과 알렉상드르 드플라의 음악이 좋다.
*당신이 음악을 작곡할 때 부인이나 다른 가족의 의견이라도 묻는가.
- 내 아이들은 이제 내 음악을 견디지 않고 살아도 될 만큼 컸다. 내 아내는 총명한 사람이긴 하나 음악엔 도통 관심이 없다. 내가 음악을 작곡하는 방의 문이 닫혀 있으면 아내는 내가 작곡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방해를 안 한다. 난 아내에게 내 음악에 대한 의견을 거의 묻지 않는다. 우린 서로 음악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내는 음악회에도 가지를 않아 난 딸과 같이 간다. 결혼은 종종 서로 상반된 사람들끼리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아내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이자 테니스 선수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내 아내는 숙녀이나 음악만은 안 즐긴다.
*작곡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는가.
- 그렇다. 난 아이들과 야구도 함께 하지 못했고 또 경기장에도 가질 못했다. 난 늘 일을 했다. 아이들 키우는 것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내 전 아내가 도맡아 했다.
*식당 같은 데서 백그라운드 음악이 나올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 음악가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그에 반응할 것이다. 피상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파고들면서 분석하려고 한다. 어쩌다가 디너파티에 가서 연주되는 음악을 듣노라면 미칠 지경이다. 난 음에 대해 완벽한 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음이 틀려도 알아듣는다. 그러자니 파티의 개최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모른다. 먹으면서 배경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나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난 음악이 한 음표라도 틀리는 것을 못 본다.
*81세인 당신은 음악을 작곡할 때 60년 전에 시작했을 때와 같은 정열을 느끼는가.
- 똑같다. 같은 도전과 흥분을 느끼곤 한다. 난 저녁 9시에 작곡을 시작해 새벽 3시에 끝낸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일할 의욕과 느낌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라흐마니노프의 말이 내 경우엔 진실이다. 난 저녁을 먹은 뒤 모차르트의 악보를 읽으면서 기쁨을 느낀다.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 시간이란 우리 모두에게 귀한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다.
*베토벤이 지금 살고 있다면 영화음악을 작곡했을 것이라고 보는가.
- 그가 지금 살고 있다면 존 애담스와 같은 작곡가 됐을 것이다. 작품에 지적 힘을 쏟아 붓는 베토벤이 영화음악을 작곡하리라곤 생각할 수가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