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유 감독
이런 걸 두고 하는 소리가 있다. 시쳇말로 ‘빵 터졌다’고 한다. 정말 영화관이 시시때때로 빵 터졌다. 영화 속 웃음 코드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6일 달라스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에 소개된 ‘웨딩 팰리스’는 재미교포 3세가 만든 최초의 할리우드 한미 합작 영화다. 머리가 까만 동양 배우들만 나오는 이 영화가 미국 관객들의 배꼽을 쏙 빠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웃기는 영화를 만든 사람은 바로 ‘크리스틴 유’(36) 감독. 할리우드 유일의 여성 한인 감독이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그녀를 만났다.
유쾌 상쾌 발랄
유쾌함이 넘친다. 한국어와 영어를 적절히 섞어 표현하는 농담이 상대방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만든다. 그녀가 코미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녀는 “나는 재미난 것이 좋다. 그리고 나도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런 유쾌한 유전자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았단다. 유 감독은 한 마디로 부모님을 표현한다. “웃긴 분들이에요.”
재미 외에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예술’이다. 한 시도 이 부분을 놓치고 산 적이 없다. 자라면서 한 때는 화가로, 한 때는 피아니스트로, 한 때는 작가로 살았다. 그러다 꽂힌 것이 영화다. 음악과 그림,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1995년 USC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는 2000년부터 거의 10년 동안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새뮤얼 잭슨 주연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프로 사무라이’(Afro Samurai)를 집필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꽤 잘나가는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韓과 美의 제대로 된 합작영화
하지만 허전했다. 시나리오는 최종본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감독에 의해 바뀔 수 있었다. 자신의 의도와 다른 장면이 화면에 담길 때가 많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감독이 되기로. 사실 그녀의 첫 영화 ‘웨딩 팰리스’는 10년 전에 탈고한 시나리오다. 서른을 앞둔 재미교포 2세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다. 장롱에 오랫동안 모셔두고 때를 기다렸다. 그녀는 이 영화가 한국과 미국의 제대로 된 합작 영화라고 말한다. 양쪽의 프로듀서와 자본이 잘 융합됐다. 인기 독립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프로듀서 조리 와이츠가 제작자로 참여했고, 한국 정부는 물론, LG,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진로 등이 투자에 나섰다. LA에서는 미국인 스태프와 서울에서는 한국인 스태프와 영화를 찍었다. 제작비는 100만 달러 정도. 그녀의 말대로 가장 힘든 일은 투자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녀의 본거지 LA의 지원도 뜨거웠다. 1년간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촬영지는 일반 한인 교포들의 지원으로 무상으로 사용했다. 모두가 그녀의 성공을 한인 사회의 성공으로 받아들였다.
강혜정 임신은 ‘복병’
주인공도 화제가 됐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인 브라이언 티가 맨 먼저 캐스팅 됐다. 상대 배우로는 올드보이의 히로인 강혜정이 출연했다. 강혜정에게는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영어 대사 작품이다. 여주인공과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강혜정이 막바지 촬영을 앞두고 임신한 것이다. 유 감독은 “하루가 다르게 배가 불러와 아찔했다”며 “촬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혜정에 대해 미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그녀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여러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외모적으로 봐도 충분히 할리우드에서 통할 수 있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촬영은 2009년 11월에 끝났다. 그동안 편집을 마치고 상영일만 기다려 왔다. 내년 2월이면 미전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한국 상영은 내년 4~6월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벌써 여러 곳에서 호평을 받았다. 시네 기어 필름 페스티벌에서는 베스트 픽처, 베스트 시네마토그래피로 꼽혔다. 부상은 세계적 영화사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의 후원이다. 다음 영화에 10만 달러의 지원을 받게 돼 있다.
‘한국 문화’의 힘
그녀는 이 영화의 힘은 ‘한국 문화’라고 말한다. 미국 사람은 절대 ‘웨딩 팰리스’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녀는 “한국 문화는 나에게 독특한 시각을 가지게 만들어줬다”며 “미국을 벗어나 글로벌한 시야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영화는 역시 코미디다. 현재 댄스 코미디를 구상 중이다. 그녀의 유쾌하고 상쾌한 느낌의 유머가 물씬 묻어나는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자유분방함에 한국의 해학적 유머를 타고난 크리스틴 유 감독. 그녀의 이런 ‘콤보’ 무기가 무섭게 할리우드를 위협하고 있다.
<함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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