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을 목에 건 미국선수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차례 대결만에 처음으로 미국 꺾고
아시아 국가 첫 월드컵 챔피언 등극
승부차기서 3-1
일본여자축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꺾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일본은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 아레나에서 벌어진 제6회 대회 마지막 날 결승전에서 두 차례 한 골 차 열세를 만회하며 2-2로 끈질기게 맞선 끝에 승부차기에서 3-1로 미국을 울렸다.
일본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독일에서 꺾은 후 미국까지 26차례 대결 만에 처음으로 제치고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을 들어 올리는 시나리오는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은 1991년 초대 대회부터 매번 여자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1995년 2회 대회 때 8강 진출 이후로는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던 팀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승하기 전까지는 2, 3회 대회 연속 4강에 올랐던 중국의 3회 대회(1993년) 준우승이 아시아 국가가 여자 월드컵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이, 2008년 U-17 여자 월드컵에서 북한이 우승하는 등 청소년 대회에서는 아시아 국가가 우승한 적이 여러 차례 있지만 성인 대회 우승은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 주장 호마레 사와는 1-2로 뒤지던 연장 후반 막판 극적인 동점골(대회 5호골)을 터뜨리며 ‘골든부트’(득점왕)와 ‘골든볼’(MVP)까지 휩쓰는 겹경사를 누렸다.
반면 1991년 초대 대회와 1999년 3회 대회에 이어 3번째 우승을 노렸던 미국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번번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에 시달렸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끌려간 끝에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경기 내용에서는 미국이 앞섰다. 미국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로렌 체이니가 왼쪽 측면에서 시도한 첫 슈팅을 신호탄으로 전반 9분 웜바크의 오른발 중거리슛, 전반 18분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매건 라피노의 왼발 슈팅 등으로 끊임없이 일본 골문을 위협했다.
득점도 미국이 먼저 올렸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게 실망이었던 미국은 후반 24분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라피노가 일본의 공을 가로챈 뒤 상대 페널티박스 앞까지 날아간 긴 패스를 띄워주며 역습 찬스를 만들었고, 발을 다친 체이니 대신 교체 투입된 알렉스 모건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에 리드를 안겼다. 모건이 찬 원터치 대각선 왼발슛은 일본 골대 오른쪽 코너에 꽂히며 미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8강에서 챔프 독일을, 준결승에서는 유럽의 강호 스웨덴까지 물리치고 올라온 일본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정확한 패스가 돋보인 일본은 후반 36분 골문 앞 크로스를 미국 수비수들이 깨끗하게 걷어내지 못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야 미야마가 잽싸게 뛰어들어 차 넣으면서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남은 시간 미국의 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일본은 연장 전반 14분 미국의 주포 애비 웜박에게 헤딩골을 허용, 1-2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주장 사와가 ‘해결사’로 나서 일본을 구했다. 경기 종료 약 3분 전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오른발로 살짝 방향을 돌려놓으면서 극적으로 2-2 동점을 만든 것.
여기서 김이 빠진 미국은 승부차기에 들어가 첫 키커 3명이 연속으로 실축, 일본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골키퍼 호프 솔로가 2번째 유키 나가사토의 킥은 막고, 4번째로 나선 웜박은 미국 키커 중에서 유일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잠시 미련을 갖게 했지만, 사키도 쿠마가이가 실수 없이 일본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