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개성 음식과 개성방문단을 환영하기 위해 놓인 북측 맥주와 들쭉술.
개성공단의 한식당내 위치한 북측 기념품 판매점에서 판매원이 특산품 꿀을 판매하고 있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말 그대로 ‘특구’
분단 50년, 철의 장막, 자유무역주의와는 동떨어진 철저한 사회주의 체계로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했던 개성공단. 하지만 서울에서 불과 1시간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북 공동 번영의 염원을 담고 지난 2004년 첫 시범단지의 분양을 시작으로 출범한 ‘개성공단’.남측출입관리소를 지나 경의선도로를 통해 북측출입관리소를 향하며 차창 밖으로 마주친 북측 군인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볼 때까지도 남과 북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느끼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들어서는 순간 그 곳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과 북이 만나 새로 탄생시킨 경제 특구. 바로 개성공업단지였다.
미주한인 투자 기다리는 개성공단 3
■변화속의 개성공단
지난 2000년 8월 남측의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간 개성 일대의 총 2,000만평 개발합의서 체결에 따른 일환으로 2004년 시제품이 생산되며 그 막을 올린 개성공단.
총 3단계에 걸쳐 800만평의 개발계획 가운데 현재 1단계 100만평의 공단 조성이 완료되었으며 2007년 12월 현재 67개 남측 기업이 이곳에서 북측 근로자 및 각 기업의 파견 인력을 포함해 총 2만5,000여명을 동원, 연간 2억달러의 생산액을 기록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향후 3단계에 걸쳐 350만평의 IT·전자단지 및 골프장, 리조트 등의 휴양시설까지 조성하는 등 첨단 국제무역 도시를 목표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LA 한인의류협회 관계자 및 한국섬유연합회 관계자 등 총 40명으로 구성된 개성 방문단의 18일 첫 공식 일정으로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의 개성공단 사무소에서 만난 신언상 위원장은 “이곳은 남측의 법질서만으로도 아니고 북측의 것만도 아닌 제3의 법질서가 존재하는 곳”이라며 “개성공단에 머무는 동안 남측에서 갖고 있던 사고방식을 떠나 개성공단만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개성공단의 시찰에서 신 위원장이 왜 그렇게 ‘제3의 세계’를 강조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3의 질서’적용되는 독특한 지역
편의점·은행 등 서울과 비슷하지만
달러 통용·업소 배너 등 색다른 점도
24시간 편의점 훼미리마트
개성공업지구점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 ‘훼미리마트’의 간판을 본 순간 무척 놀랐다. 촌스러운 간판의 어느 시골 상점의 모습을 예상했던 방문객들은 훼미리마트 앞에 놓인 파라솔 밑에서 자유시간을 누리고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이곳이 북한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마트 내에서의 물품 구매 역시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것이 개성공단 측 관계자의 설명. 하지만 원화의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모두 달러화의 유통만이 허용된다는 점이 특이 사항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남측에서 생산된 것으로 여느 편의점에서 보던 제품과 같았다.
종업원은 북측 근로자였으며 센트 단위로는 가격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다. 일부 방문객들이 직접 마트에서 달러를 주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함에 있어서 어떠한 불편이나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달러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편의점 훼미리마트 개성공업지구점.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
편의점 바로 옆에는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이 있었다. 은행에 들어서자 벽면에 “개성공업지구 발전, 우리은행이 함께 합니다”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은행 개성지점에는 지점장을 비롯해 총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남측 은행과의 온라인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모든 업무는 전화와 팩스로 이뤄지고 있었다.
연영환 지점장은 “개성공단 내 입주 기업들의 대부분의 송금 및 환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북측 행원들의 업무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은행에서는 개성공단 내 기업 관계자가 환전업무를 보고 있었으며, 송금과 관련된 문의를 위해 은행을 찾은 고객도 보였다.
북측 리충실 행원은 “지난 2004년 12월1일 개점된 우리은행 개성지점은 남측 기업의 원활한 업무진행에 많은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며 “매일 100~150건의 이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에서 북측 은행원이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개성소방대 & 한국전력공사
지난 2005년 발족한 개성소방대는 지난 3년간 총 976건의 출동 및 지원활동을 펼쳤다. 지난 2005년 2월21일부터 2008년 3월18일까지 집계된 현황에 따르면 화재출동 27회, 구조출동 7회, 훈련출동 242회, 업체지원 492회, 신축건물 소화전 압력시험 3회, 북측 운전원 운전교육 206회 등이 활동 내역이었다.
이날 방문단을 맞은 북측 소방대원은 “24시간 소방대에 상시 대기하며 어떠한 소방관련 사고에도 철저히 대응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개성공단 내 어떠한 화재발생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 소방대의 복장과 소방차량 등은 남측에서 지원된 것으로 소방대원이 북측 발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어디 출신인지 분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개성지구는 공식 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사무실을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본 모습은 남북 근로자들이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여느 사무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쭉 냅시다”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개성공단 내 한식당 ‘봉동관’. 길게 늘어선 상에 각종 북측 음식이 놓여 있었다. 돼지고기 삼겹살 무침, 순대, 소라볶음, 냉이나물, 도라지나물, 떡볶이, 오징어 볶음, 떡, 족발수육, 햄, 소고기 당면볶음, 북어볶음, 김치 그리고 개성냉면.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마쳤던 방문단은 시장한 감도 있었겠지만 처음 먹어보는 개성 음식을 신기해하며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1개월 평균 월급이 약 70달러인점을 감안하면 1인당 3만5,000원에 달하는 점심가격이 고가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북측에서 제공하는 여흥무대도 포함된 것이었다.
방문단을 맞은 북측 최고위 관계자 류용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책임참사는 한국 섬유산업연합회 김정회 상무의 건배제의를 받아 축사를 마친 뒤 “개성공업지구의 발전과 조국통일 위해 쭉 냅시다”라고 답사를 건넸는데 북측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 식당 내 방문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여기서 “쭉 냅시다”라는 말이 남측 표현으로 “원 샷”이라는 설명을 듣고 난 뒤 일부 방문단은 내려놓았던 잔을 다시 들어 비우는 모습을 보였다.
■개성공업지구 협력 병원 ‘그린닥터스’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이사장 박희두)의 개성공업지구 협력병원은 지난 1월 개원 3년 만에 진료건수 6만건을 돌파했다.
지난 2005년 1월 말 개원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지난 1월말까지 모두 6만3,552명의 남북 근로자를 진료했다.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총 120평 규모로 남측 의사들이 진료하는 남측 진료소(40평)와 북측 의사들이 진료하는 북측 진료소(40평)로 분리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 3년간 남측 진료소에서 2만4,705건, 북측 진료소에서 4만1,869건 진료가 이뤄졌으며 하루 평균 이용자수는 남측 30명, 북측 170명을 기록했다. 공동시설(40평)에는 X-선 초음파 수술실 임상검사실 등이 설치돼 남북 의료진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개성병원의 김정용 병원장은 “이곳에 모인 의사들은 오로지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위해 모였으며 남북 근로자에 대한 구별 없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로 개원 3주년을 맞은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에서 김정용 병원장이 병원 소개를 하고 있다.
개성병원은 공단 내 위치해 산업재해 환자의 방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건설 현장의 추락사고, 손가락 절단 사고 등 외과 환자가 상당수이며 이 외에 말라리아나 결핵 등 전염병 환자, 감기 폐렴, 부인과, 치과 관련 질환의 순으로 환자가 많다.
개성병원 남측 진료소에는 내과 외과 등 의사 3명 및 요일별 순환근무 의사 20여명, 간호사 4명 등이 진료 중이다. 북측 진료소에는 8명의 의사와 간호사 4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얼마 전 다리에 생긴 종양으로 보행이 불편했던 북측 환자가 남측에서 파견된 정형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면서 “남북 전문의가 협력 진료를 하며 의료기술을 공유하는 등 남북 화해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2만명인 개성공단 근로자 수가 연말까지 6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응급치료소를 거쳐 병원 수준으로 발전한 개성병원을 종합병원으로 격상시켜 개성 시민까지 진료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그린닥터스는 대북 의료사업에 대한 영문 보고서를 발간, 올 가을께 유엔과 미국 인권단체 등에서 보고회를 갖고 대북 의료지원의 국제적인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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