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남자가 드릴을 휘두르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마치 불도저가 머리 속으로 지나가는 것 같이 느껴지고, 뺨 속에서 튜브는 침을 빨아들이고, 치아 전체에 물이 뿌려지며, 주사 바늘을 연약한 잇몸에 찌르면 몇 시간씩 얼굴 반쪽이 마비된다. 치과에 가서 겪는 이런 일은 물론 갔던 사실까지 잊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마스크도, 드릴도, 주사바늘도, 조리가 서지 않는 꿈속의 영상처럼 의식에서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
항불안제와 수면제 투여하는 ‘이완요법’
환자를 ‘깨어있지만 기억 상실’ 상태로
“치과 오기 겁내는 사람들에 큰 도움”
치과협회선 과도 약물사용에 주의 요망
매서추세츠주 데덤의 ‘덴털 스페셜티즈’ 병원에 준비된 진정 치료용 약물(위의 두 컵).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기억나지 않게 해준다고 약속하면 환자에게 몇백 달러를 더 청구할 수 있고, 몇 년 동안 치과에 오지 않고 숨어 있는 많은 환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치과를 무서워하고 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이완 치의술’(relaxation dentistry)이 치과계에서 급속 성장하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상적인 클리닝부터 충전, 근관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료를 받는 성인 환자에게 항불안제와 수면제를 먹여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불안해 하는 환자들에게 약을 사용해 깨어는 있지만 정신이 똑똑하지는 않은 가벼운 기억상실 상태를 만들어 치과에서 겪은 일 모두를 잊어버리거나 모호하게만 생각나게 하는 약물 투여 훈련을 받은 치과의사는 수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대개는 단지 24시간에 걸친 훈련만 받았을 뿐 약물을 안전하게 감시할 장비가 없는 치과의사에 의해 환자가 과도하게 진정될 위험성을 제기하는 의사 및 치과의사들의 비판 또한 거세지고 있다.
치과의사들과 다른 의료 전문인들은 이완 치의술의 성장은 소비자들이 우울증부터 발기부전까지 모든 것에 약을 사용하는 것을 점점 편안해 하고, 또 진정제를 이용한 치료법의 발달로 약물 투여 후 몇 시간 이내로 다시 정상 활동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4시간 훈련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8,000명이 넘는 회원 치과의사들이 경구 진정요법 마케팅에 앞장서고 있는 ‘의식 있는 진정작용을 위한 치과기구’를 2000년에 창설한 치과의사 마이클 실버만은 이 방법은 치아 건강을 소홀히 해 전반적인 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구 진정요법은 증가하고 있으나 적절한 규제는 결여돼 있음을 경고하던 끝에 미국치과협회는 지난해에 치과의사들에게 최소한 24시간의 훈련을 받고 10번의 임상경험을 거치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10번 중 3번은 실제 케이스, 하나는 깊이 잠들었던 환자를 깨우는 것을 포함시키지만 나머지는 모의실험이나 비디오테입 시청으로 대신해도 된다.
40개 주정부도 과도한 진정 및 기타 안전에 대한 염려에 대응하여 그 지침을 채택하거나 자체 기준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규제방안을 검토중이다.
치과를 기피하며 숨기만 하는 환자를 끌어내기 위해 점점 많은 치과의사들이 이완 치의술을 텔리비전, 신문, 인터넷 광고를 통해 소개,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다. 매서추세츠주 퀸시에 사는 캐런 오핸리(45)도 치과가 싫어 4년이나 발을 끊고 지냈으나 텔리비전 광고에서 듣고 찾아간 치과에서 이완 치의술을 경험했다.
구강 진정요법에는 대개 ‘발륨’과 ‘핼시온’이라는 상표로 판매되는 수면제가 사용된다. ‘발륨’은 치과에 오기 전날 밤에 먹고, 수면제는 예약시간 1시간 전에 먹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간의 조정을 한다.
경구 진정요법을 사용한 치과 진료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려 평균 1시간 정도 걸린다. 환자가 편안해하지 않거나 알맞게 진정되지 않았으면 약을 더 써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는 치과의사들은 환자가 한번 와서 더 많은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시간이 절약된다고 말한다.
이제 오핸리는 기꺼이 지난해에 치료받지 않은 다른 쪽 치아들을 고치러 갈 생각인데 7,000달러의 치료비에 진정 치료비로 400달러가 추가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딱 한번 가서 필링 3개, 근관치료, 브리지와 크라운까지 했는데 바늘도, 물도, 의자에 5시간이나 앉아 있었던 것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취과 의사들은 이 치료법에 사용되는 약물은 치료 중에는 의식이 있더라도 환자에게 약간의 기억상실을 유발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을 잃는 것은 아니며 환자에 따라, 복용량에 따라 다르다. 졸음과 몽롱함 같은 부작용은 구강 수술이나 복잡한 치료를 받을 때 하는 전신마취와 비교하면 훨씬 가볍지만 환자에게는 치과에 오고갈 때 운전사를 동반하게 한다.
치과의사들 중에는 경구 진정요법이 잘못하면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확하기 때문에 안전한 주사요법과 달리 약을 먹으면 혈류에 흡수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최종 약효를 모르는 채 의사가 약을 더 많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