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수사기록·법무부 문건 일체…엡스타인의 글로벌 인맥 더 드러나나
▶ 상하 양원 통과,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아…트럼프, 막판에 공개로 입장바꿔
오랜 시간 봉인된 채 각종 추측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미국의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연방 하원과 상원은 18일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자료와 정부 문건들을 공개하도록 명령하는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향후 공개될 파일의 내용이 미국 정·재계와 연예계 등에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 공개 내용에 따라 美 비롯 글로벌 정·재계·문화계 파급 엄청날 수도
뉴욕 월가의 잘나가던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사교계 거물이었던 제프리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그에게 성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 리스트가 존재한다거나, 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계속 증폭됐다.
특히 엡스타인은 생전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깝게 교류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엡스타인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최근 왕자 칭호를 박탈당한 영국의 앤드루 전 왕자, 영화감독 우디 앨런 등이 있다.
특히 앤드루 전 왕자는 엡스타인에게 고용된 직원이었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17세일 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다가 민사소송에서 합의했다. 이후 그는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은 채 계속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번에 공개가 결정된 '엡스타인 파일'은 지금까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또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방대한 분량의 문서와 영상·전자기록 등을 총칭한다.
파일 공개는 단순히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그와 긴밀히 얽힌 미국 정·재계·문화계는 물론 해외 글로벌 엘리트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규명하고, 엡스타인이 여러 중범죄 의혹에도 오랜 시간 어떻게 법망을 피해 가며 거액의 자산을 유지해왔는지를 파악할 단초가 될 전망이다.
이 파일에는 구체적으로는 2008년 엡스타인이 플로리다주에서 미성년자를 매춘 목적에 이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이었던 법무부와 FBI의 수사자료, 이후 뉴욕에서의 추가 기소로 이어진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하드디스크, 이메일, 항공기 탑승 기록, 연락처, 피해자 진술 등 방대한 증거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에 휩싸인 엡스타인 파일에 대해 FBI와 법무부는 지난 7월 파일의 추가 증거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뜨거운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협박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나 이른바 '고객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비공개 결정의 이유였다.
FBI와 법무부는 "엡스타인이 1천 명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개인적으로 해를 끼쳤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소되지 않은 제 3자를 추가로 수사할 근거가 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 이어지면서 이 문제가 미국 정·재계의 뇌관이 되자 미 의회는 이번에 전격적으로 공개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 엡스타인과 '친밀한 관계'說 부인해온 트럼프…파일 공개 반대하다가 입장 선회
의회를 통과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연방검찰 등 연방 수사·사법기관들이 보유한 엡스타인과 그의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63)과 관련된 모든 기밀 해제 기록, 문서, 통신, 수사자료를 3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맥스웰은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로, 엡스타인을 위해 미성년 여성을 모집한 혐의로 2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엡스타인 파일이 논란이 된 것은 관련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엡스타인의 생전 이메일엔 트럼프가 그의 성범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엡스타인과 가까운 관계라는 설을 계속 부인해 왔다.
그는 18일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양자 회담을 하던 중 관련 질문을 받자 "난 그가 역겨운 변태라고 생각해 오래전에 내 클럽에서 쫓아냈고, 결국 내 판단이 맞았던 셈"이라며 "엡스타인 이슈는 민주당의 사기(hoax)"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엡스타인이 자신에게는 돈을 주지 않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이 그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입장을 바꿔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찬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기간에 취임 후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이후 의회의 승인 없이도 언제든지 이를 공개할 수 있는 위치였으나, 곧 입장을 바꿔 파일 공개 방침을 철회해 의구심을 증폭시킨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의회가 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확실해지자 비로소 공개 쪽으로 입장을 다시 선회했다.
공화당 내 이탈표가 속출하면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자 사실상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그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방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파일 공개 법안은 대통령 서명이 있어야 정식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서명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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