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17세 때 시력을 잃은 임산부 타치아나 게하(30)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태아의초음파 입체영상을 3차원(3D) 프린터로 인쇄해그 모습을 촉각으로 알 수 있게 됐다는 것. 지난7일 의사로부터 조형물을 건네받은 게하는 ‘나는 당신의 아들 무릴로입니다’라고 새겨진 점자와 아기의 얼굴을 쉴 새 없이 더듬으며 손끝에그 모습을 새겼다.
게하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3D프린팅’ 기술이 인류에 새 희망을 심어줄 것이란 희망도 새삼스럽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 기술이 단순한 제조업의 혁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미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이 기술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우려도 있다.
■3D 프린터 시장 5년 내 급성장 전망
3D 프린터는 제조업의 지형을 뒤흔드는 핵심기술로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3D 프린터 시장은 2009년 11억달러 규모에서 2012년 2배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4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무려 108억달러대로 커진다. 제작비용이저렴한 데다 제품을 만드는 방법도 쉬워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올 3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선천적으로 한쪽 팔이 성장하지않은 7세 장애아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의수를 선물하며 눈길을 끌었다. 아이언맨 로봇의핵심기술이 담긴‘ 만능 팔’을 본 딴 이 의수는아이에게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겠다는 꿈을 심어줬다.
저비용으로 의수를 제작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청년 알버트 마네로는 이‘ 만능 팔’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350달러에 제작했다. 비슷한 기능의 일반의수가격이 4만달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의수 한 개 가격으로 114명의 비슷한 처지의 장애아에게도 꿈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 앤 갬블(P&G)과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도 최근 3D 프린터를 이용해피부조직을 만드는 ‘바이오프린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람 피부와 가장 비슷한 실험대상을 개발, 이를 활용한 연구로 획기적인 상품을만들겠다는 목표에서다.
P&G 관계자는 26일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우리는 싱가포르에서 바이오프린팅 연구개발비 지원대상을 선발할 경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바이오프린팅은 신생사업 영역중 성공이 가장 유력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로레알도 이 달 생명공학 스타트업 기업인오가노보와 손잡고 인간 피부를 생성하는 3D프린팅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오가노보는 이미독일 제약사 등과 제휴해 간과 신장조직을 3D프린팅하는데 성공한 만큼, 5년 뒤에는 살아 있는 피부를 3D 프린터로 인쇄하는데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항공방위산업체인 BAE 시스템스 역시지난해 토네이도 전투기에 3D 프린터로 만든금속부품을 장착하고 시험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BAE 시스템스는“ 서잉글랜드 공군기지에서만든 부품들은 제작비가 100파운드(약 150달러)도 안 들었다”면서“ 매년 수십만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 우주국(ESA)도 최근 3D 프린터로 로켓과 항공기, 우주선, 핵융합로 등에 이용되는 금속부품을 제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기·약물제조에 악용되기도
반면 3D 프린팅 기술이 골칫덩어리를 낳는경우도 적지 않다. 우선 저작권 침해 문제다.
3D 프린팅 사업체인 뉴프로토는 최근 드라마‘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왕좌를 본 따 스마트폰 충전 거치대 3D 도면을 만들었다.
이후 한 웹사이트에 이 도면을 50달러 가격에 등록,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을 방영 중인 미 방송채널 HBO는뉴프로토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이를 막았고,두 업체의 갈등은 지속됐다.
지난해에는 한 디자이너가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의 캐릭터를 본 따 3D 프린터로 화분을 만들고, 이 도면을 3D 도면 판매 사이트에올렸다 저작권을 문제로 법적분쟁을 벌인 바있다.
영국 지식재산청은 올 1월 관련 보고서를 내고“ 3D 프린터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지식 재산권 침해사례는 급성장할 것”이라며 “관련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3D 도면 저작권 관련법과 규제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총이나 마약 등은 더큰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인 코디 윌슨이 창립한 총기 도면 공유단체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DD)는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기술을 활용한 권총 제조법을 인터넷 사이트에게재했다. 실제로 총알 1발을 쏠 수 있는 플래스틱 권총 ‘리버레이터’ 도면은 화제를 뿌렸고,열흘도 안 돼 10만번 이상 다운로드 됐다.
곧이어 3D 프린터로 만든 금속 총까지 탄생했다.‘ 솔리드 컨셉’이라는 미 업체는 3D 프린트로 제작한 M1911 금속 재질 총과 이 총의시험발사 영상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총은 3D 프린터로 제작된부품 33개로 이뤄져 있고, 나일론으로 된 손잡이 부분 등 일부를 제외한 부품이 대부분 스테인리스강과 합금 등 금속 재질로 돼 있다. 영상에 등장한 총기 전문가는 이 총으로 50발을 성공적으로 발사해 일부는 30m 떨어진 지점에도명중시켰다.
솔리드 컨셉은 “우리는 미국에서 유일하게연방 총기면허(FFL)를 소지한 3D 프린팅 전문업체”라며 총기 면허증을 소지한 개인이 구매를 원하면 5일 내로 모든 부품을 배송하겠다고광고해, 논란은 이어졌다.
3D 프린팅을 통한 약물제조도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대 리 크로닌 교수는분자성분으로 된 원재료 잉크를 3D 프린터에 넣어 의약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학ㆍ과학 전문기자 마이크 파워는 저서 ‘Drugs 2.0’에서 “개인이 집에서 3D프린터로 엑스터시 등 합성 마약과 코케인을 만드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어떠한 자물쇠도 해제할 수 있는‘만능열쇠’가 3D 프린터로 만들어져 독일에선절도범죄 우려가 높아졌고, 지문이나 신체조직을 이 기술로 복제해 기밀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각국 정보기관의 보안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신기술 발달에 대응 위한 제도와 법규 구멍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영역은 빠른 속도로커지고 있지만, 그 부작용을 막아낼 법적 틀은없는 상태다. 미국과 일본 등이 국가 차원에서관련문제를 다룬 적이 있으나 3D 프린터 출현이전에 만들어진 법을 적용한 탓에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윌슨의 ‘리버레이터’ 도면이 빠르게 퍼지고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미 국무부는 부랴부랴 ‘웹사이트에 올린 총기 도면을 삭제하라, 그렇지 않으면 기소될 수 있다’고 그에게 통보했다. 국제 무기거래규제(ITAR)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3D 총기 도면은 M16 소총과 같은 무기의 도면과 같은 것이어서 이를 웹사이트에 게재한행위는 무기수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윌슨은 이달 6일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미 국무부와 존 케리 국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윌슨은 총 자체가 아니라 그 총을 출력할 수있는 도면을 공유했고, 이를 막는 것은 표현의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7일 가디언을 통해“ 3D 프린팅 총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것을 국가가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3D 프린팅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이 기술을 완전히 이해하고 문제 가능성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법규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abc 방송에“ 추적할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고, 제작도 쉬운 3D 프린팅 기술을 정부가 전혀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마땅한 법을 내놓지않으면 이 기술은 우리를 점차 파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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