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 값에서 집 한 채 값까지
▶ 가주의 경우 최저 1500달러, 최고 18만달러로 조사 환자상태·입원기간 감안해도 엄청난 차이 설명 안돼 “의료비 책정체계 아예 없고 결국 병원 마음대로 받아”
맹장수술은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외과적 치료에 해당하지만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 병원따라 천차만별, 왜?
병원이 맹장수술 환자에게 부과하는 경비는 편차가 심하다. 의료비에 정찰제를 적용할 수야 없겠지만 동일한 질환에 대해 유사한 치료를 받았을 경우 거의 비슷한 수준의 치료비가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료비 책정은 막말로‘엿장수 맘대로’다. 맹장을 하나 떼어내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냉장고 한 대 값에서 집 한 채 값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이해하기 힘든 격차다.
맹장수술은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외과적 치료에 해당한다. 어디서 수술을 받건 가격 차이가 날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 결과 병원의 청구서에 찍히는 액수는 1,500달러에서 18만달러까지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가격은 3만3,000만달러였다.
이처럼 어이없는 맹장수술비 차이는 비단 캘리포니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 전역에서 일관되게 발생하는 고질병이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가격책정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데 따른 결과다.
응급실 의사이자 UC샌프란시스코 연구원인 리니 샤는 “사실 들쭉날쭉한 맹장수술 비용을 설명할 수 있는 합당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이는 의료분야에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맹장 수술비는 환자의 상태와 수술 장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가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맹장염 외에 다른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 몸 상태로 인해 일반적인 기준보다 더 많은 이미징 스캔(imaging scan)을 받아야 하고 병원 입원기간도 늘어나게 된다며 이에 따라 같은 맹장수술을 받았다 해도 수술경비에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그 같은 요인들을 감안한다 해도 가격차의 3분의 1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에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맹장 수술비의 편차를 납득시켜줄 만한 설명을 달리 찾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의 다른 선진국들은 이런 불합리한 격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규정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부 당국의 인위적인 의료비 규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시장경쟁의 원칙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아주 없는 말은 아니지만 이제까지의 예로 볼 때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경제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현재 연방 대법원이 심리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정법이 설사 합헌 판정을 받고 살아남는다 해도 춤추는 의료비를 단속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를 제어할 관련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UC샌프란시스코의 연구는 가주 병원들이 2009년 맹장염에 걸린 환자 1만9,368명에게 청구한 고지서 내역을 주정부로부터 넘겨받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연구진은 병원 체류기간이 4일 이내인, 복합증상이 없는 맹장수술 환자들로 조사 대상을 제한했다. 나이도 18세에서 59세 사이로 좁혔다.
이들은 건강보험사가 의료수가를 변제하기 이전의 청구서를 검토했다. 물론 조사대상 중에는 무보험자도 많았다.
병원의 청구서에 찍힌 금액은 일종의 제시가격이지 그 자체로 확정가격은 아니다. 의료보험사는 청구액을 깎아내리기 위해 병원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다. 환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몫도 가입한 건강보험 플랜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병원의 청구액으로 가장 큰 덤터기를 쓰는 환자는 부모험자다. 지불능력이 가장 허약한 무보험자는 병원 측이 제시한 청구액수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물론 이들도 개인적으로 병원 관계자들과 지급조건 및 액수에 관한 협상을 시도할 수 있지만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은 대개 파산신청으로 일단락을 짓는다.
설사 좋은 건강보험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맹장수술비의 일부분을 자비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청구액 규모는 환자의 호주머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UC샌프란시스코의 조사결과 일반적으로 무보험자와 메디케이드 환자에게 청구되는 액수가 개인 보험을 가진 환자에게 부과되는 금액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 병원의 청구액이 가장 높았고 다음이 비영리 병원, 마지막이 ‘의료 안전망’으로 여겨지는 카운티 병원의 순이었다.
2009년 병원 측이 청구한 최고의 맹장 수술비는 무려 18만2,955달러. 이 엄청난 치료비를 폭탄세례를 맞은 여성 환자는 당시 암 투병 중이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소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 환자의 청구서에는 암 관련 치료를 동시에 제공했다는 기록이 없었다. 환자가 암 투병 중이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달리 의료비가 높아질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가장 저렴한 맹장수술비는 1,529달러. 그 주인공은 북부 캘리포니아 농촌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맹장을 떼어냈다.
수술비 청구액은 냉장고 가격과 전국 주택 중간가격 만큼이나 차이가 크게 났지만 이들 사이의 다른 조건들은 유사했다. 두 환자 모두 단 하루 입원했고, 수술도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명이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받은 검사종류와 회수도 거의 일치했다.
청구서만을 놓고 비교해 보면 도무지 왜 이런 가격 차이가 나왔는지 감조차 잡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 두건의 사례가 예외적인 것은 아니었다. 10만달러를 웃돌거나 2,000달러를 밑도는 청구서는 한두 건이 아니었다. 일정한 지역 내에서도 최고액과 최저액의 차이가 수만달러에 달했다.
맹장수술의 종목별 청구서는 병원 하루 입원비, 수술비, 수술기구 사용료, 수술실 경비, 마취비, 이미징 검사비와 랩 테스트 경비 등으로 짜여 진다. 여기에서 빼거나 보탤 것이 거의 없다. 따라서 청구액에 심각한 차이가 발생할 근거 자체가 없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병원 66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동일한 서비스에 대한 청구액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미 병원협회의 부사장 캐롤라인 스타인버그는 의료비가 도농 지역 등 병원이 위치한 커뮤니티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새삼스런 일도,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증상에 똑같은 서비스를 동일한 병원에서 받는다면 청구서 가격은 “거의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샤는 그나마 확신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병원이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들이 자신에게 사용될 약이나 외과적 기술을 선택하는 경우 역시 극히 드물기 때문에 같은 질환으로 같은 치료를 받았다 해도 청구서에 찍히는 액수에는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병원 측의 ‘자의적’ 계산만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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