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 내년에 문을 여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관작 공연때문에 논란이 첨예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겉은 화려하게 건축됐지만 개관작에 어울리는 공연이 마땅치 않자 정명훈 음악감독이 라 스칼라 오페라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경비만 총액 105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부 지역 시민단체와 예술인들은 ‘전시 행정 성격이 강한 프로덕션’이라고 비판하면서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라 스칼라를 초청하는 것에 대한 찬성 반대의 싸움이 아니라 정명훈 감독을 둘러싼 해묵은 정치적 갈등의 표면화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진보진영의 치명적인 실수는 오세훈 시장 시절 수백억을 들여 이미 추진해 오던 한강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설계획을 백지화한 것이었다. 이미 수백억을 들여 조감도까지 완성해 놓은 사업을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로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었다. 당시 서울시가 놓쳐버린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는 부산에 세계적인 수준의 콘서트 홀 및 오페라 하우스로 재 등장하게 되는데 서울시의 문화적 위상이 제 2의 도시 부산에게 빼앗긴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부산시는 정명훈의 명성을 이용하여 부산을 한국 제1가는 문화도시로 키워나가겠다는 야심이다. 라 스칼라 초청도 이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진보(?)쪽에서 왠지 딴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하나의 문화사업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미운털박힌 정명훈이나 정치적인 이유가 표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정명훈이 있을 때 세계적인 오페라 초청 공연을 추진하고 이를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한다. 다만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에 있을 때부터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일 수 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서울시향을 동원한 것에서 부터 정감독은 정치적인 중립을 포기했다.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노조의 도움을 받아 쫒겨남을 면했음에도 2009년에는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당시 (유인촌 장관과의 인맥때문인지) 노조의 반대 서명을 외면하면서 정치적인 저울질에 너무 민감하게 대처했다. 경제성장과 문화생활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보다 나은 공연장에서 보다 나은 공연을 보는 것은 시민의 자유이자 권리이다.
정치인으로서 문화사업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나 반대로 문화인이 지나치게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제 2, 제 3의 부산 오페라 하우스 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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