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과 관련해 지난 18일 연방 당국에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씨는 LA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로 반북단체 ‘자유조선’이 일으킨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검찰은 23일 LA 다운타운 연방법원에서 열린 안씨에 대한 인정신문을 앞두고 공개한 기소장에서 안씨가 사건 당시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진입하는 모습을 담은 감시카메라(CCTV) 사진이 포함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열린 심리에서 노란색 수의를 입고 나온 안씨는 변호인인 켈리 스틸 변호사를 통해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틸 변호사는 오토 웜비어 사건을 예로 들면서 피고인의 신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있으며 그가 스페인으로 추방되면 북한으로 압송돼 처형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하고, 신변 위협을 이유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스틸 변호사는 또 안씨가 LA에서 태어나 다이아몬드바 고교를 거쳐 UC 어바인을 졸업하고 버지니아대에도 재학했었다고 밝히고, 미 해병대 출신의 안씨가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얻고 있어 도주의 우려도 없다며 안씨를 가택 모니터링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틸 변호사는 “24시간 전자감시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에서 보석을 요구한다”면서 “피고인은 도주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방법원 법정에는 안씨의 부인과 모친, 형제 등 가족들과 교회 지인 등 30여 명이 나와 안씨에 대한 구명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존 룰레지안 연방 검사는 연방수사국(FBI) 수색과정에서 안씨가 불법 무기를 소지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수사당국은 여러모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룰레지안 검사는 “안씨가 공범인 홍 창과 함께 있었던 사실과 그가 스페인 대사관 앞에서 찍힌 사진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크리스토퍼 안씨를 스페인으로 추방할 경우 북한으로 압송될 수 있다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 “미 법무당국은 피고인 신병을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것이지,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변호인·검찰 주장을 각각 청취한 뒤 “현 상황에서는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용해야 할 만한 특별한 정황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고인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 범죄의 중대성과 심각성, 국제적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방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라며 보석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안씨는 당분간 연방 구금시설에 구속된 상태에서 FBI 등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씨에 대한 3차 공판은 7월18일로 잡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주도자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과 안씨 등 자유조선 회원 10명은 앞서 지난 2월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을 결박하고 폭행한 뒤 컴퓨터와 하드 드라이브, 이동식 메모리 등을 탈취해 도주했다. 자유조선은 이 사건의 배후임을 자처했으며, 이후 FBI와 자료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씨는 지난 18일 LA 거주지에서 체포됐고, FBI 요원들은 지난 18일 에이드리언 홍 창의 거처도 급습했으나 홍 창은 당시 집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