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7년 오픈 유서깊은 대형서점… 영화에도 등장
▶ 서점 측 “규제 많아져 서점 죽이는 일” 반발 변수
1927년 문을 연 맨해턴의 스트랜드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중 하나이자 뉴욕의 문화적 명소로 꼽힌다. [Tony Cenicola - 뉴욕타임스]
뉴욕 맨해턴에 있는 스트랜드(Strand) 서점은 1927년에 문을 열었다. 이후 치솟는 렌트비, 초대형 서점들, 아마존, 전자책 등 맨해턴의 많은 개인운영 서점들을 문 닫게 만든 온갖 도전들을 이겨내며 이 날까지 버텨왔다.
‘18마일의 책들’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스트랜드는 여러 영화에 등장하고, 유명인사들을 단골로 두면서 뉴욕의 문화적 명소 역할을 해왔다.
이제 뉴욕 시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브로드웨이와 12가 코너에 있는 스트랜드 빌딩을 시 랜드마크로 선포함으로써 공식적 명소로 삼으려 한다. 그런데 딱 하나 문제가 있다. 스트랜드 서점 측이 랜드마트 지정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브로드웨이 826번지의 스트랜드 서점과 그 빌딩을 소유한 낸시 배스 와이든은 랜드마크로 지정되면 그 가족이 91년간 보유해온 사업체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중 하나인 스트랜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뉴욕시 랜드마크 보존 위원회 공청회에서 탄원을 할 예정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제발 스트랜드를 죽이지 마세오.”
뉴욕의 많은 건물주들이 그렇듯 와이든 역시 빌딩이 랜드마크로 지정되면 규제와 제한이 많아져 귀찮은데다 보수 및 관리 비용이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스트랜드를 랜드마크로 지정함으로써 뉴욕의 역사 한 조각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지금 아주 적은 이윤을 보며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랜드마크가 되면 당장 비용이 엄청 많이 나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귀찮은 문제들이 많이 생기겠지요.”
스트랜드를 보존하려 하는 것이 오히려 스트랜드에 위협이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도시의 보물을 보존할 임무를 맡은 바로 그 기관 때문에 그 보물 중 하나가 멸종 위기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상황을 꼬이게 만드는 일이 때마침 또 하나 일어나고 있다. 책방 주인들에게는 절대로 달갑지 않은 존재인 아마존이 퀸스에 본사를 만든다는 공표이다. 뉴욕 시와 주정부 지도자들이 아마존과 억만장자 CEO 제프 베조스에게 20억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모셔온 것이다.
“미국 최고의 부자이자 우리의 직접적 경쟁자에게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이 전달되었어요. 나는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세금 환불을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날 좀 가만 둬 주세요.”
와이든은 말한다.
1902년 건축된 이 건물을 랜드마크로 지정하면서 시 위원회는 스트랜드를 ‘로우어 맨해턴의 문학적 삶의 중심’이자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서점이자 관광 목적지’로 칭하려 한다. 위원회 관련 보고서는 또 건물 전면의 르네상스 리바이벌 양식 그리고 저명한 건축가인 윌리엄 H. 버크마이어를 언급하고 있다.
스트랜드 빌딩은 그 지역에서 랜드마크 후보로 고려 중인 7개 빌딩 중 하나이다. 위원회 대변인인 조뎃 니그론은 그들 7개의 건축을 “유니온 스퀘어 남부지역을 상업지구로 개발하던 중요한 시기를 대표하는 건물들로 건축적으로 의미있고 온전한 빌딩들”이라고 묘사한다.
랜드마크 위원회가 후보로 지정하면 대부분의 건물들은 랜트마크로 승인되기 마련이지만, 니그론 대변인은 항상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승인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인 공청회는 위원회가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는 기회”라고 그는 덧붙인다.
랜드마크로 지정되고 나면 건물주들은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는다. 위원회 승인 없이는 본래 디자인과 다른 건물구조나 건축자재 하다못해 페인트 색깔도 사용이 금지된다.
스트랜드를 단골로 이용하는 많은 저명한 작가들 중 아트 스피글만, 프랜 리보위츠 등 몇몇은 와이든 편을 들고 있다. 리보위츠는 와이든을 지지하는 부분적 이유로 “내가 서점의 편에 서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통 나는 보존주의자들 편에 섭니다. 하지만 이 케이스에서는 낸시 와이든의 말에 동의합니다. 스트랜드는 상점이지만 사실 이 도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화 기구입니다. 랜드마크로서의 규제를 서점 위에 얹어두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지요.”
한편 뉴욕 랜드마크 보존 옹호단체의 페그 브린 회장은 스트랜드의 우려가 근거 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아무도 스트랜드를 해치거나, 어려움을 더해주려는 게 아닙니다. 그 건물에 경의를 표하려는 것이지요.”브린 회장은 그 지역의 많은 건물들이 랜드마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스트랜드 빌딩과 다른 6개 빌딩들이 랜드마크 물꼬를 터주기를 바라고 있다. 스트랜드 가까이에서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21층짜리 테크 트레이닝 빌딩이 세워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로 인해 이 지역에 개발의 불이 붙을 것을 우려하는 보존주의자들은 유니언 스퀘어 남부 지역의 근 200개 빌딩의 랜드마크 지정을 촉구했다.
그리니치 빌리지 역사보존 협회의 앤드류 버만 사무총장은 랜드마크 위원회가 단 7개 빌딩만을 랜드마크 후보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개발 가능성이 적은 빌딩들만 가려서 뽑아내고 개발 위험이 높은 다른 많은 빌딩들을 그대로 두었다는 비난이다.
스트랜드의 3대 주인인 와이든은 스트랜드와 유사한 유명 서점인 포틀랜드의 파월 서점에서 오리건의 론 와이든 연방상원의원을 만나 결혼했다. 스트랜드에는 중고서적, 희귀서적, 신간서적들이 대략 250만권 소장되어 있고 직원 230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인 벤자민 배스는 1927년 당시 거의 50개의 책방이 줄지어 있어 ‘책의 길’로 알려졌던 포스 애비뉴에서 스트랜드를 처음 열었다. 이어 벤자민의 아들이자 그의 아버지인 프레드 배스가 사업을 이어받아 지난 1월 89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운영했다.
배스 가족은 1957년 스트랜드를 현재의 장소로 옮겼고, 수십년 장소를 렌트하다가 1996년 820만 달러에 건물을 매입했다. 치솟는 렌트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었다. 지난 1월 기준 건물의 시가는 3,100만 달러로 시정부는 평가하고 있다.
랜드마크 지정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해체나 심각한 변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와이든은 건물을 개발업자에게 팔 의도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기존의 조닝만으로도 개발은 충분히 제한되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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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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