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담당 기자로 사회 첫발, 취재 인연 우버 출신자 등 전문가 영입해 모바이크 창업
▶ 14개월 만에 1조원 이상 유치, 연구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 무공기 타이어 등 독자기술 완성
경기 수원시 장안구 주택가의 자전거도로에 모바이크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모바이크는 정해진 스테이션이 없어 아무 곳에서나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다. <김창훈 기자>
요즘 경기 수원시 아파트단지와 주택가 곳곳에는 똑같이 생긴 주황색 자전거들이 돌아다닌다. 중국에서 탄생한 스마트 자전거 공유기업 모바이크(Mobike)의 자전거 들이다. 정해진 대여소(스테이션)가 없어서 아무 데나 방치한 것처럼 무질서해 보이지만 잠시 뒤 또 누군가는 세워져 있던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수원시는 스테이션 없는 자전거 공유를 위해 올해 1월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모바이크를 도입했다. 현재 수원 전역에서 운행 중인 모바이크 자전거는 약 5,000대다. 아직 1년이 안 됐지만 출퇴근 시간 이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바이크 이용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공유자전거로 대도시교통난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모바이크 창업자 후웨이웨이의 꿈은 이제 한국에서도 자라고 있다.
기자 경험으로 모빌리티·창업 눈떠
26일 모바이크에 따르면 후웨이웨이는 1982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둥양(東陽)시에서 태어났다.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한 1980년 이후 출생한‘바링허우(八零後) 세대’다. 2000년 저장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고 2004년 대학 졸업 뒤에는 언론인의 길로 들어섰다. 첫 입사한 ‘중국매일경제신문’에서는 자동차 담당 기자로 근무했다. 이후‘신경보(新京報)’와 기술전문지 ‘비즈니스 밸류’등으로 이직 하며 정보기술(IT)과 스타트업 등을 취재 했다. 자동차 전문지 창간 경험도 있는 후웨이웨이는 기자 생활을 통해 IT 기반 모빌리티와 창업에 눈을 떴다.
후웨이웨이는 2015년 초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자전거 도난이 다반사인 중국에서 자전거 공유사업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지만 그녀는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취재를 하며 알게 된 포드자동차 출신 시아이핑(夏一平)을 설득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끌어들였고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중국 상하이 책임자에서 물러난 데이비스 왕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 세 명이 모바이크의 공동창업자다. 후웨이웨이는 중국에서 회장을 뜻하는 총재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손잡은 후웨이웨이는 2015년 10월 상하이에서 자전거 공유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필요할 때 어느곳에서나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결제는 간편하고, 도난 위험이 없으면서도 튼튼한 공유자전거가 목표였다.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웨이웨이는 “모든 이에게 자동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즐겨 타는 자전거가 교통난을 해결할수 있을 것”이라고 창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듬해 1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락(잠금장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심(SIM) 카드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위치 검색, QR코드(격자무늬 2차원 코드) 결제 기능 등을 갖춘 모바이크가 상하이에 등장했다.
유일하게 직접 자전거 만드는 공유업체
최신 기술로 무장했지만 공유자전거의 핵심인 자전거가 또 다른 난관이었다. 기성공장에서 납품받은 자전거는 녹이 잘 슬고 잦은 타이어 펑크 등 내구성이 문제였다.
후웨이웨이는 직접 생산을 선택했다. 공장을 세워 처음 만든 모델이 2016년 4월 선보인 알루미늄 차체에 체인이 없는 ‘모바이크 클래식’이다. 지금도 모바이크는 전 세계 자전거 공유기업 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자전거를 설계·제작한다.
자전거 공유가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었지만 모바이크는 창업 이후 14개월 만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중국의 ‘IT 공룡’텐센트와 대만 전자기업 폭스콘도 모바이크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했다. 후웨이웨이는 1년여 만에‘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신화를 만들었다.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은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입해 독자기술을 완성했다.
자전거를 뜯어보면 모바이크의 경쟁력이 드러난다. 모바이크 자전거는 펑크를 방지하기 위해 무공기 타이어가 적용됐고, 차체는 녹에 강한 알루미늄이다. 사람이 페달을 밟으면 스마트락 배터리가 자동 충전된다. 자전거 앞 바구니 바닥에 설치된 소형 태양광 패널은 장시간 이용하지 않았을 때 스마트락 배터리를 충전하는 용도다.
클래식 모델은 무체인 방식이라 체인 교체의 번거로움도 없다. 다만 자전거가 무겁다는 반응도 적지 않아 모바이크는 체인을 적용하고 차체를 경량화해 클래식 모델보다 무게를 6㎏ 줄인 15.5㎏의‘뉴라이트(New Lite)’도 개발했다. 수원에 도입된 모바이크 자전거 5,000대 중 뉴라이트는 4,000대고 클래식은 1,000대다.
유엔 지구환경대상까지 받아
후웨이웨이는 이전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기자의 덕목인 논리와 통찰력은 창업자의 기본 소양이고, 질문이 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기자로서 쌓은 경험이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모바이크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바이크는 상하이에서 구축한 이용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베이징에서도 연착륙하며 중국 공유자전거 1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베이징에서의 성공 이후 중국의 주요 도시들로 주황색 자전거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현재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200여 도시에서 운영 중인 모바이크 자전거는 총 800만대, 하루 이용자는 3,000만명에 이른다. 후웨이웨이는 지난해 12월 저탄소 대중교통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환경계획(UNEP)의‘2017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다. 환경분야 유엔 최고 권위상까지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인 반열에 올랐다.
올해 4월 초 모바이크는 텐센트 산하 인터넷 서비스 기업 메이투안 디안핑에 인수됐다. 지분 인수 가격은 27억달러(약 3조원)로 알려졌다. 모바이크 공동창업자의 지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자신의 지분을 모두 넘긴 후웨이웨이가 상당한 금액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메이투안 디안핑에 인수된 뒤 데이비스왕은 모바이크를 떠났다. 후웨이웨이가 CEO를 맡았지만 두문불출하며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올해 4월이 마지막이었다.
치열한 경쟁 헤쳐 나가야
중국에서 후웨이웨이는 20대 젊은이들 의우상이다.‘ 공유자전거의여신’,‘기자출신 스타트업의 전설’등 화려한 수식어가 그를 따라 다닌다. 창업 초기 수수한 옷차림으로 직접 공유자전거 모델을 했던 후웨이웨이는 모바이크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가 아닌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후웨이웨이는 본보의 서면 인터뷰 요청도 고사하며“한국에서 자전거 공유 문화발전을 보게 돼 기쁘고 모바이크가 지역사회에서 가장 편리하고 즐거운‘라스트 마일(Last Mile)’솔루션이 되기를 바란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전했다.
1마일은 약 1.6㎞다. 영어로 ‘라스트 마일’은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같은 대중교통에서 내려 집·회사 등 최종 목적지까지 남은 마지막 거리다. 자전거가 라스트 마일을 해결하면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 도로 정체와 대기오염 해소에 도움이 된다.
라스트 마일을 극복하기 위해 후웨이웨이는 모바이크를 창업했고 약 2년 만에 세계 최대 자전거 공유기업으로 키워냈지만 앞으로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영국 가디언이 지난 9월 초‘맨체스터의 모바이크가 심각한 자전거 훼손 때문에 철수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돌발 변수가 생기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들도 잇따라 등장했다. 중국의 대학캠퍼스에서 출발한 공유자전거 오포(ofo)가 알리바바의 투자를 발판으로 모바이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오바이크(o-Bike)도 글로벌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모바이크에 또 한번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후웨이웨이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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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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