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화함과 긍휼 있는 치료와 무심하고 무능력한 치료의 차이
나는 최근 수천, 수만 명의 여성들이 그런 것처럼 유방 조영 검사(mammogram)를 받았다. 이름도 모르는 여성이 나의 가슴을 밀가루 반죽처럼 만져보고 검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중년 나이의 여성이라면 꼭 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눈을 꼭 감고 받았다.
다음 검사는 생체 조직검사(biopsy)였다. 얼굴을 검진 테이블에 묻고 나의 가슴은 테이블 구멍 밑으로 노출돼 있었으며 또 다시 모르는 사람들의 손들이 나의 가슴을 만졌다. 처음에는 마취주사를, 두 번째에는 가슴 생체 조직의 일부를 뽑는 주사였는데 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 없이 울었다.
한 간호사가 나의 오른쪽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해주었고 내 옆에 앉아 테이블 밑에서 검진을 했던 남성 방사선과 의사는 검진을 하는 동안 나의 왼쪽 손목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들에게는 매일 반복하는 의술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행동에서 보여준 연민과 동정심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
다음 주 나는 조영 검사와 조직검사 결과를 받았는데 다행히도 98% 생존율의 유방 관상피내암(DCIS) 결과를 받았다. 사실 많은 의사들은 유방 관상피내암을 암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도 검사결과 이후 나는 또 다시 많은 검사와 시술을 받아야했으며 모르는 많은 손들이 내 몸을 만지고 많은 눈들이 내 몸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중에는 피를 뽑는 것부터 시작, 내 가슴 속에 있는 종양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아주 작은 주사바늘 같은 초음파 기기를 집어넣는 것도 포함됐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산부인과 자궁암 검사를 위해 자궁에 경질적 탐침을 넣어 검사하는 것이었다. 이 검사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약이 일부 여성에게 자궁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년인 나는 그동안 세 번의 정형외과 수술을 받은 것 외에는 건강했다. 그런데 유방암과 자궁암 검사를 하면서 내 생애 처음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검사와 시술을 받아야 했다. 뉴욕 주 외곽에서 받았던 이들 검사와 시술 일부는 그냥 좀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일부는 많이 아팠다.
그래도 내가 이들 검사와 시술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의료진이 보여주었던 자그마한 연민과 동정심의 표현이었다. 의사가 좋은 결과를 애기해주며 축하한다며 나를 허그해 준다거나, 사혈 전문의가 지혈대 없이 피를 뽑아주었던 것은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살과 살이 만져지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자에게 진정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정신적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연민과 동정심을 갖고 만지는 것과 의례적으로, 또는 과격하게, 부적절하게 만질 때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가 있다.
의료 역사학자 및 저자인 폴 스테판스키는 “많은 환자들은 따듯한 스킨십과 대화는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아버지는 펜실베니아 주 작은 도시에서 근무했던 의사였는데 그는 아버지가 환자들에게 따듯한 대화와 제스처를 통해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에 따르면 의사는 커뮤니티의 주요 자산이며 의술도 결국 의사가 환자 몸을 만지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의사와 환자의 스킨십, 즉 휴먼 터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특히 요즘에는 환자 기록카드도 종이보다는 컴퓨터에 입력되는 경우가 많아 의사와 환자가 만나도 의사들은 컴퓨터 스크린을 더 많이 본다. 의사와 환자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것이다.
폴 스테판스키는 “만진다는 것은 서로 신뢰를 증진시킨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사와 환자, 감호사와 환자 간의 휴먼터치와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스탠포드 의과대학 교수인 아브라함 버게스 박사는 의술에서 이같은 휴먼터치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한다. 버게스 박사는 “환자와의 검진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데 이는 환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의사들이 환자와의 따듯한 대화와 제스처, 스킨십도 환자의 회복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환자를 만지고 위로하고 병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수십 년간, 수십 곳의 병원과 클리닉, 또 수십 명의 의료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들 만성질환 환자는 그 누구보다도 따듯하고 마음에 와 닿는 치료를 갈망하고 있다. 결국 의술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을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고 사람(환자)과 사람(의사)과의 인간관계에서 치유 정도의 차이가 날 수 있다.
버지니아 주에 살면서 정치 컨설턴트인 나타샤 월시는 20년간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어 의사만 수십 명을 경험했다. 그녀는 기억하는 한 의사는 기계처럼 너무나 차갑고 냉담했다. 그는 한 번도 그녀를 직접 검진하지 않았고 검사결과에만 의존했는데 그녀는 이 의사와의 관계를 과감하게 정리했다.
많은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 또 의사를 바꾸고 싶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자신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할 것을 권고한다. 물론 의사를 바꾸는 것도 환자의 권리인 것은 당연하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머시 메디컬 센터에서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는 간호사 출신의 수잔 핀레슨은 “우리 병원은 가톨릭 병원으로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새로 의사나 간호사를 채용할 때 그들에게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혼까지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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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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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말이다, 오래전 수술을 수술을 받았는데 그 차갑고 냉정하고 질문조차 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그 한인의사 의사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