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은퇴 저축액 남성의 3분의1 불과, IRA·401(k) 적립 등 최대한 늘려야
▶ ‘복리의 힘’ 저축 하루라도 빨리
오래 산다고 무조건 즐거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말년에 병이라도 얻게 되면 병상에 누워 병고에 시달려야 할 수도 있다. 무엇 보다 재정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남성보다 수명이 더 긴 여성들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당면 문제로 다가 선다. 장수 시대를 맞는 여성들이 꼭 알아 둬야할 것들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정리했다.
미국에서 100세를 넘겨 사는 시니어들이 머지않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성들이다.
센서스국은 2016년 100세 넘는 미국인들이 8만2,000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들 중 80.5%는 여성이다. 또 2060년까지 이 숫자는 59만명으로 늘어날 것이고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1.5%나 된다.
그런데 이런 장수 시대가 모두에게 결코 희소식만 전해주지는 않는다. 오래 살수록 근심거리가 늘어나게 돼 있다. 특히 재정이 문제다.
메릴린치의 샤론 오벌랜더 어드바이저는 “여성들이 더 오래 사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보건통계센터의 자료를 인용,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평균 5년을 더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고 즐거워 할 일만은 아니라면서 “여성들의 많은 수가 노년에 재정적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랜스아메리카의 은퇴 연구 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성들의 은퇴 저축금 중간 값은 4만2,000달러로 남성의 12만3,000달러에 비교할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은퇴 저축이 적은 이유
여성의 은퇴 저축이 남성보다 크게 뒤지는 이유는 남녀평등 차원의 수입 불균형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남녀의 임금 편차는 더 이상 비밀은 아니다.
연방노동통계청(BLS)의 주간 수입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이 1달러 버는 동안 여성은 82센트 수입에 그치고 있다. 이 수입 편차는 소수인종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은 같은 인종의 남성들이 1달러 벌 때 각각 70센트와 64센트를 번다. 또 여성은 남성과 생활사가 다른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지적된다.
메릴린치의 노령인구 연구 센터인 ‘에이지 웨이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여성은 성인이 된 후 생활의 44%를 직장 이외의 일에 소비한다. 이에 반해 남성은 고작 28%에 그친다. 그렇다고 휴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직장외 시간을 자녀를 돌보고, 부모를 봉양하며 남편을 케어하는데 소모한다.
결국 이런 임금 격차와 가족 돌보는 시간의 남녀 편차로 인해 여성은 평균 남성들보다 평생 110만 달러 가량 덜 번다는 것이다.
특히 평생 수입뿐만이 아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받게 되는 소셜 시큐리티 연금 역시 남성보다 더 적다.
■적립금을 최대로 늘린다
401(k)나 이와 유사한 은퇴 플랜을 제공하는 회사에 다닌다면 가능하면 많은 돈을 적립한다. 또 자영업을 한다면 개인 은퇴 연금 IRA를 적극 활용한다.
2018년 IRS 규정에 따르면 401(k)의 직원 적립금 한계는 1만8,500달러이며 IRA는 5,500달러다. 만약 나이가 50이 넘었다면 더 많은 돈을 적립할 수 있다. 401(k)는 6,000달러, IRA는 1,000달러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거나 자영업을 하지 않고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여성이라면 ‘배우자 IRA’를 활용하면 된다. 쳉 플래너는 이런 형태의 은퇴 플랜은 전통 IRA 또는 로스 IRA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IRA에 적립을 하려면 근로소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배우자(부인)도 배우자(남편)가 돈을 번다면 일을 하지 않는 배우주(부인) 역시 IRA를 오픈해 적립할 수 있다.
■재정 상식을 늘려라
일반 재정뿐 아니라 자신만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가 든 여성일수록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세울 때 남편의 계획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오벌랜더 플래너는 “대부분 부인들이 집안 살림과 가족 지출금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 현실적 대처에는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면서 “큰 일이 벌어졌을 때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특히 장기적 재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재정 서비스 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메릴린치 ‘에이지 웨이브’는 시중에 소개되는 은퇴 저축 계산 방법들은 주로 남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전문가와 상의를 한다면 상담비용과 전략, 상담 철학 등을 파악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시말해 자신의 이익이나 커미션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재정 계획을 위해 충분히 헌신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선택해야 한다.
재정 서비스 회사인 ‘캐피털 그룹’의 헤더 로드 수석 부사장은 “여성들은 인생 목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미래를 위해 현명한 재정 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재정 전문가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은 남성과의 임금 격차, 가사로 인한 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짧아 은퇴에 대한 장기 계획이 부족하다.
남성보다 최소 5년 이상은 더 사는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은퇴 생활에 대한 더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한 저축이 필요하며 재정에 대한 지식과 미래의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불이익 줄이기 위해 최선을
여성들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선 저축이 중요하다. 저축은 빠를수록 좋다. 빠를수록 불어나는 시간이 길다.
25세에 매달 100달러를 저축하고 8% 수익에 복리로 불어난다고 가정하면 10년 후에는 1만8,417달러가 된다. 여기에 한푼도 더 저축하지 않고 그대로 넣어둔다고 해도 65세가 되면 200만1,403달러로 늘어난다.
하지만 저축을 하지 않고 있다가 45세에 월 250달러를 저축을 시작하고 8%에 복리로 계산한다면 20년간 꾸준히 저축을 한다고 해도 65세에는 14만8,237달러에 그친다. 투자 전문가들은 복리의 힘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오벌랜더 어드바이저는 “복리로 불어나는 저축의 힘은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능하면 빨리 저축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가능하면 빨리’라는 말의 정의에는 연령의 기준이 없다. 늦다고 생각했을 때가 빠르다는 말도 있다.
웰스 매니지먼트 회사인 ‘블루오션 글러벌 웰스’사의 마가리타 쳉 재정 플래너는 “내 딸은 19살의 나이부터 직장 은퇴 플랜인 401(k)에 적립하기 시작했고 내 고객 한명은 72세에 로스 IRA를 개설했다”면서 “저축에는 결코 너무 이르다거나 늦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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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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