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면의 계단 91개 X 4 = 394 개이다. 그리고 정상에 하나를 더하면 일년 365일이 된다.
카우보이 말은 20달러
영화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그릇된 사실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도록 한다. 배우 율 부린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에서 늠름하게 타고 있는 말은 남북전쟁 당시 장군들이나 타는 말로 700달러 정도 고가의 말이었다. 그러나 포니라는 우편물을 신속 배달하는 말은 30달러, 카우보이들이 타는 말은 20달러이었으며 지금 당나귀 크기이었다.
그리고 영화에서 겁쟁이, 그저 농사나 짓고 산적들에게 핍박을 당하다가 미국 카우보이들에게 원조를 청하는 볼품없는 멕시코 농부들은 소위 할리우드 멕시칸들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방문하고 있는 유카탄은 97.9%가 마야 원주민으로 그나마 영화에서 보던 멕시칸 모습인 소위 혼혈인 메스티조가 소수이다.
나는 지금 휴양의 도시 캔쿤에서 이곳 주민들을 버스 창으로 보면서 마야 유적지인 치첸 이사(Chichen Itza)로 향하고 있다. 여려 생각들이 맴돈다. 마야 원주민도 그리 영화에서처럼 무기력하고 자존심도 없는 사람들일까?
유카탄의 유래
처음 스페니쉬 정복자가 도착해서 ‘여기가 어디냐?’ 하고 물으니 ‘무슨 말이냐? 하는 말이 마야 말로 ’유카탄‘으로 들렸다 한다. 그래서 이 땅 이름이 유카탄이 되었다. 키가 작고 목이 짧고, 머리가 커서 5내지 6 등신의 이 마야족들은 이 땅을 찾은 스페니쉬로부터 정복을 당하면서도 평화스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가 인류를 위해서 구속(Redeem)한다는 뜻, 그리고 십자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십자가 대신 X를 썼다.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이 X에다가 태풍, 바람, 비의 방향으로 그곳에다 다시 동남, 서북 등의 선을 더 긋고 비가 와서 풍년이 드는 것만이 관심사이었기 때문이다.

전사자들을 기리는 1000개의 돌기둥, 기하학적으로 세워 놓았다.
이러한 가치관 차이 그리고 마야인들의 자존심 때문에 결국 1824년 1차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유카탄 공화국을 세우다가 멕시칸 연방정부에 편입하고, 다시 1841년에 2차 유카탄 공화국으로 탈퇴했다가 힘의 부족으로 1848년 재 편입되는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자신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그저 불모지나 다름없는 메마른 땅에 수확이라고는 옥수수, 그리고 열대 과일과 데킬라 술의 원료가 되는 일종의 선인장, 그것이 전부인 척박한 유카탄 반도이니 힘이 부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마도 마야 문화에 대한 자존심의 맥을 이어 가게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자존심의 원동력이 되는 그들의 문명 문화는 과연 어떤 것인가?
세계 7대 불가사의
치첸 이사 가는 길에 작은 마을에 들렀다. 작은 마을이라 해도 전형적인 스페니쉬 풍의 마을이다. 성당이 있고, 광장이 있고, 둘레에 상가, 마을 사무소 등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성당이 피라미드의 돌을 옮겨와서 사용해서 마야문명의 파괴를 볼 수 있었다는 것과 평화스러운 마을이라 해도 마야 원주민이 아닌 혼혈의 메스티조 인들도 꽤나 눈에 띄었다. 치첸 이사 가는 길 곳곳에 경찰 초소가 있다. 이 모습은 미국으로 밀입국 그리고 마약 밀수출의 통로이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아마도 마야 독립 항거에서 비롯된 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치첸 이사 경내에 들어섰다. 단어의 순서가 다르고 뜻 해석도 달라서 치첸 이사의 뜻을 정확히 정의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Chi Chen Iza A’는 마야 말로 Border Hole Lord Water이다. 아마도 “부족장의 영토 경계에 있는 물” 정도가 아닐까?
드디어 치첸 이사 유적지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라미드 앞에서 나는 그만 할 말을 잊었다. 경악이었다. 내가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새로 제정된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AD 700-900년 당시 인구 6만 명 정도의 사회에서 믿기 어려울 만큼 큰 규모의 피라미드를 지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유적에서 제단이란 내세에 좋은 천국으로 가기를 꿈꾸는 것으로 지어졌는데 마야인들의 피라미드는 풍년을 위해서 제사와 번제를 드리는 곳으로 또 기후를 측정하기 위한 4계절 등 천문의 과학을 담고 있었다는 것, 이것이 전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하고 과학적인지는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치첸이사 가는 길에 있는 이사말 마을의 성당. 피라미드를 해체해서 그 돌로 성당을 지었다.
높이 30미터의 피라미드
우선 쿠쿨칸(kukulcan) 피라미드는 물론 이집트의 피라미드 보다는 작았지만 사방 55미터 높이 30미터로 아주 거대한 피라미드였다. 그 보다도 사방으로 91개의 계단, 하니까 91 X 4 = 364개 거기다가 정상에 제사 지내는 곳 하나를 더하면 일 년을 가리키는 365이고 그 정상에 소위 번제(sacrifice)를 올린다는 종교 의식과 천문 실력이 놀랍다. 또 그들은 종종 부족 간에 전쟁을 일으켰다. 노동을 시킬 노예사냥이었다. 그러다가 전사한 자들을 위해서 커다란 천개의 돌기둥을 세웠다. 이곳에 천개의 기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하학적으로 잘 정돈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번 탐방 중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가 Ball Court 라고 경기장이 있는데 커다란 정구 코트 모양이며 양 벽에 돌로 된 링을 걸쳐 놓았다. 그리고 두 팀으로 짜서 팔과 다리를 제외한 몸으로 공(해골로 추정)을 링 구멍에 골을 시키는 경기이다.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승리 팀의 주장 또는 전부가 성스러운 희생이 되어 죽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지배자인 제사장이 자기에 자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는 능력 있는 자를 미리 없애려고 했다고 하기도 한다.
희생의 우물
또 하나는 성스러운 시노트 (희생의 우물)에서다. 커다란 깊은 저수지 같은 웅덩이가 있다. 제사장이 이곳에 스스로 희생 번제가 되어 뛰어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다가 죽으면 죽고, 헤엄쳐서 나오면 살고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포로를 대신 희생 번제로, 또는 처녀를 번제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스페니쉬 탐험대(?) 아니면 도둑들이 제일 눈독을 들인 곳이 이곳이었다. 소문은 요란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건저 올린 것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도둑들이 훔친 것이니 알 리가 없을 것이다.
저녁때에 이곳에 다시 왔다. 전기 빔으로 나이트쇼를 보여 준다고 해서인데 실력이 별별일 없어 재미가 없었다. 나는 그러나 앉아서 총총한 밤하늘의 별을 보았다. 마야는 400년마다 온다는 큰 가뭄을 미리알고 백 년, 이 백년 천문을 연구하고, 비를 내려 달라고 제사를 지내면서 옥수수 농사에 전력했지만 결국 가뭄으로 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버리고 정글로 흩어져 살아졌다. 저들도 나처럼 하늘의 별로 방향을 잡고 이곳을 떠났으리라
치첸이사여! 안녕.
<
이영묵 전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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