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주 피어스카운티 현 검사장은 범죄소설가
소설가이자 피어스 카운티 검사장인 마크 린퀴스트가 워싱턴 주 타코마의 스태디엄 하이스쿨 앞에 서 있다.
마크 린퀴스트가 필요한 것은 딱 66초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윌리엄 그리소에게 31년 징역형을 내리도록 그가 판사를 설득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소(43)는“아내, 피앙세, 걸프렌드를 다 거느린 사생활이 아주 복잡한 자였다”고 린퀴스트 검사는 법정에서 말했다.“그래도 그에겐 이 복잡한 관계망을 합법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살인을 택했다. 이건 치정 살인도 아니다. 그저 그의 성급함에 의한 범죄일 뿐이다”
같은 날 그리소는 걸프렌드와 함께 살기 위해 아내와의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피앙세인 낸시 가드너(45)를 주립공원으로 데려가 이마에 두발, 총을 쏴 살해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그리소의 선고 공판 때 낸시의 남자형제인 릭은 법정증언에서 “그리소는 자신의 친 아들을 범행에 가담시키려고도 했다. 도대체 어떤 자가 그런 짓을 하려 하겠는가”고 되물었다. 당시 그리소의 아들은 틴에이저였다.
워싱턴 주에서 가장 기이한 위법행위 (어떤 것은 너무 이상해 우습기까지 하고 어떤 것은 너무 어리석고 너무 끔찍하고 너무 가슴 아프기도 한)가 많이 발생한다는 피어스카운티에서의 ‘죄와 벌’이라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이곳은 카운티 쉐리프가 급습한 메탐페타민(메스) 마약제조소에서 4피트 길이의 악어를 발견하기도 하고, 목이 말랐던 아기가 엄마의 물담배 용 물을 들이 킨 후 메탐페타민 중독으로 숨지는가 하면, 한명도 아닌 두 명의 남자가 7세 미만 아이들을 물고문하다 체포된 곳이다.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고교교사가 남학생의 걸프렌드에게 사과편지를 보냈다가 체포된 곳이며 마약에 취한 두 명의 남자가 톱을 휘두르며 싸우다가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상처를 낚싯줄로 꿰매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메스 중독, 톱 싸움 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07년 소설 ‘킹 오브 메들레헴’(메스와 베들레헴의 복합어)이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카운티 검사장 마크 린퀴스트(56)에 의해 저술 출판된 곳이기도 하다. 린퀴스트는 현재 자신의 5번째 소설 ‘대마초의 여왕’을 저술 중으로 자료 수집하랴,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소환투표에 대비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할리웃을 무대로 한 그의 첫 소설 ‘슬픈 영화들’은 그가 USC를 졸업하고 무비 스투디오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1987년 출판되었다. 1990년 두 번째 소설을 출간한 직후 그는 고향인 워싱턴 주로 돌아와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가 되었으며 다시 태평양 북서쪽 지역의 법과 범죄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킹 오브 메들레헴’은 피어스카운티가 미국의 ‘메탐페타민의 수도’로 알려질 만큼 이곳에 메스 제조업이 성행하던 시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쓴 작품이다. 당시 범죄 리얼리티 쇼인 ‘경찰들(Cops)’은 피어스카운티 내 타코마 시를 배경으로 했다. ‘킹 오브 베들레헴’의 주인공인 하워드 슐츠는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할리웃으로 가고, 전문 도박사가 되기 원하면 라스베가스로 가라. 그리고 메스의 제왕이 되고 싶다면 워싱턴 주의 피어스카운티로 가라”고 말한다. 슐츠는 ‘범죄로 악명 높은’ 이 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절박하게 메스의 제왕이 되려고 몸부림친다.
“연쇄살인강간범인 테드 번디는 타코마에 살았고 또 다른 연쇄살인강간범인 로버츠 예이츠도 이곳에 살았으며 그린리버 킬러인 게리 릿즈웨이는 피어스카운티에 희생자들의 시체를 매장한 것으로 알려진다…”라고 린퀴스트는 쓰고 있다.
타코마의 현직 경찰국장 데이빗 브레임이 피어스카운티의 한 스트립몰 주차장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 크리스탈을 총격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2003년의 실제 사건도 린퀴스트는 작품 속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당시 차안에서 8세와 5세 짜리 두 자녀가 부모의 끔찍한 죽음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피어스카운티에는 워싱턴 주에서 가장 큰 정신병원과 여성교도소, 여성전과자 재활센터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주 전역의 성범죄자들이 마지막에 정착하는 곳으로도 알려지고 있는 점들이 피어스카운티 범죄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일부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1935년엔 저명한 목재회사 사장의 9살짜리 아들 조지 웨이어하우저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서 돌아가던 중 유괴를 당하면서 타코마가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보다 앞선 1920년 12월4일엔 길을 가다 경찰의 정지명령에 겁이나 도망가던 한 남자가 경찰에게 총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두 발의 공포탄을 쏘았을 뿐이었다. 한 발은 공중에, 다른 한 발은 땅바닥에. 그런데 땅 바닥에 쏜 탄환이 튀어 오르며 6명 아이의 아버지의 갈비뼈를 명중시켜 쓰러뜨린 것이었다.
2010년 무더운 8월 어느 날 실종된 키미 데일리(16)의 시신은 닷새 후 집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서 발견되었다. 자신의 속옷으로 목을 졸린 나체로 자신의 자전거와 나뭇가지에 덮여 있었다. 2013년 그녀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청년 타일러 새비지의 재판에서 린퀴스트 검사장은 타일러가 11세 지능의 정신지체자인 데일리를 유인해 강간 교살하고 시체를 버린 후 집으로 돌아가 비디오게임을 했다고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변호팀은 가학피학성 섹스에 관심을 가졌던 피해자와의 합의된 성관계였다면서 당시 18세였던 가해자도 아직 아이였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팀이 둘의 만남을 가학성 섹스에 관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비유하며 2급 살인을 호소했을 때 린퀴스트 검사장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소설이자 픽션일 뿐”이라며 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가중살인 유죄평결을 받은 새비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졌다.
아동성범죄사건 기소과정에서의 직권남용 등으로 주민들의 소환캠페인에 직면한 린퀴스트는 소환투표에 회부되어도 자신이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면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부분 “픽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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