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폭설 현장서 눈을 치우는 사람들(AP=연합뉴스 DB)
미국 동부 지역을 마비시킨 폭설로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등으로 리세션(경기침체) 위험이 커진 미국 경제에 또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5일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동부 지역의 폭설로 최소 20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폭설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최고 7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폭설은 다행히 단기에 그쳤지만, 혹한이 계속되면 지난 분기 온화한 날씨로 늘어난 미국 고용이 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파 영향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014년·2015년 1분기 한파 타격 '데자뷔'
폭설과 한파는 시간제 근로자나 건설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소비자들의 외출을 억제해 소비도 위축시킨다.
실제로 미국은 2014년 1분기 혹한으로 GDP가 마이너스로 전환돼 금융위기 나타난 경기 침체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2013년 말부터 시작돼 2014년 초까지 이어진 이례적인 혹한으로 2013년 4분기 GDP는 0.1% 포인트 축소됐고, 2014년 1분기 GDP는 1.4%포인트 줄어들었다.
실제로 2014년 미국의 1분기 실질 GDP는 한파 영향으로 전분기대비 연율로 마이너스(-) 0.9%(계절조정치)를 나타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경기 침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 2015년 1분기 GDP 성장률도 전분기대비 연율로 0.6%(계절조정치)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4년은 전분기 성장률이 3.8% 증가하다, 4분기 한파 여파로 마이너스대로 고꾸라졌고, 2015년은 전분기 2.1%에서 0.6%로 축소된 것이다.
한파는 특히 고용에 가장 큰 타격을 미쳤다.
북극에서 날아온 '극소용돌이(Polar vortex)' 한파에 시달렸던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미국의 월평균 신규 고용자 수는 15만4천명을 기록해 2013년 1~11월 평균 고용자 수 20만7천명을 밑돌았다.
다만, 한파로 고꾸라진 성장률은 2분기와 3분기 곧바로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파 여파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 눈폭풍, 12월 '고용 효과' 날려 버리나
그러나 미국 동부 지역의 한파는 모처럼 불어온 고용 훈풍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조나단 라이트 존스 홉킨스 대학교수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국의 작년 4분기 신규 고용이 이례적으로 온화한 날씨로 실제는 통계치보다 더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라이트 교수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 덕에 작년 12월 신규 고용은 노동부가 발표한 공식 수치인 29만2천명보다 많은 26만9천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라이트 교수는 계절조정치를 산정할 때 노동부가 적용하는 현재와 과거 2년간의 자료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방식이 아닌 더 오랜 기간의 자료를 근거로 할 때 이같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고용 역시 공식 통계치인 25만2천명보다 많은 24만명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라이트 교수의 추정이다.
라이트 교수는 평균을 웃도는 날씨는 건설 고용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온화한 날씨 효과로 작년 10월~12월 실제 고용은 통계치보다 6만명 더 증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고용 지표 호조로 작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작년 12월 미국의 신규 고용은 29만2천명 증가해 4분기 월평균 28만3천명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실업률도 2009년 기록한 10%의 절반인 5.0%까지 떨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폭설이 주말을 기해 나타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리안 스위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가장 큰 충격은 주말 동안 나타날 수 있다"라며 "이는 생산성 축소 규모를 최소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TV로 중계되는 모습(AP=연합뉴스 DB)
◇ 경기침체 우려 증가…美 금리 인상에 적신호
미국은 오는 29일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분기인 2.0% 증가보다 크게 둔화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증시와 유가 폭락으로 전문가들의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JP모건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1%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도 0.1%로 전망치를 낮췄다. 바클레이즈와 BNP파리바도 4분기 전망치를 이달 들어 평균보다 낮은 0.5%로 제시했다.
4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면 리세션(경기침체) 우려는 커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파커 주식전략가는 지난 19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미국의 리세션 가능성을 50%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도 미국 증시가 올해 미국 리세션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리세션 위험은 오는 26~27일 예정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되나, 커지는 미국의 리세션 위험과 최근의 금융시장 흐름을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서 "금융불안 및 경기 둔화 위험이 더 커졌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중순 조사한 바로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가 아닌 세 차례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발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금리가 네차례 가량 인상될 것으로 점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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