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 유사랑(31) 목소리의 여러 번 들을수록 진가가 발휘된다. 발라드를 부를 때는 소녀 같고 블루지한 노래를 선보일 때는 섹시하며 밝은 곡을 노래할 때는 사랑스럽다. 최근 소니뮤직을 통해 발매한 첫 솔로 앨범 ‘마이 웨이(MY WAY)’에 이 모든 것이 녹아 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재신 신에서 활동해왔다. 유봉인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이번 앨범 발표 직전 ‘유사랑’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2012년 ‘쿼텟 플레이하우스(Quartet Playhouse)’와 ‘트리오 젠틀레인(Trio Gentle Rain)’과 앨범을 냈다. 국내 재즈잡지 ‘재즈피플’이 선정한 ‘2014 라이징 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팝재즈의 성향이 강한 이번 앨범은 그가 재즈계의 차세대 보컬로 성장해 갈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타이틀곡 ‘마이 웨이’를 비롯해 앨범에 실린 총 9곡 중 5곡을 작곡했다. 아직까지 손 대기는 자신이 없다는 밝은 곡인 ‘심바’(작사·작곡·편곡 제임스 리)를 제외한 모든 곡의 편곡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사연이 담긴 노래들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부른 만큼 각 곡에는 진심이 옹골차다.
-첫 앨범을 낸 소감은 어떤가요?
"오래 걸린 앨범이에요. 우여곡절이 많았고. 세상에 나오게 돼 기쁘고 감사하죠. 근데, 기대했던 것만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왜 오래 걸렸어요?"처음 앨범을 내는데 혼자 했으니까요. 아티스트 섭외하고 마지막으로 재킷 디자인까지 혼자 다 했어요."
-기대와는 어떤 점이 다르다는 건가요?
"물론 허황된 꿈까지는 아니었지만 앨범이 나오면 제 가슴 속에 뿌듯함이 더 크게 다가올 줄 알았는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커요. 해왔던 것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재즈 음악을 어떻게 시작한 건가요?
"재즈는 문화 같은 거예요. 곡이나 연주 형태에 있어 한정된 부분이 없죠. 어떤 곡이든 재즈 뮤지션이 연주하면 재즈 곡이 돼요.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보다 누구와 연주하느냐가 중요하죠. 20대 후반에 재즈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좋아하는 재즈 보컬이 있나요?
"엘라 피츠제럴드요. 자유롭게 스캣을 하시는 부분이 재미있어요. 저도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정해진 틀안에서 노래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재즈보컬을 대표하시는 나윤선, 말로, 웅산 선생님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요. 특히 웅산 선생님이요."
-어떤 영향을 받으신 건가요?
"부산에 있을 때인 2006년 웅산 선생님이 노래하는 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대단했어요.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는데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더라고요. 그 길로 서울로 올라와서 레슨을 받고 코러스를 하기 시작했죠. 꽤 오랜 기간 웅산 밴드에서 코러스를 했고 많은 부분을 챙겨주셨어요. 이번 앨범에 드럼에 힘을 보태준 박철우 씨도 웅산밴드를 통해 만난 분이죠."
-목소리 결이 다양해서 매력적입니다.
"색깔 한가지를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죠. 그래서 고민도 있어요. 유사랑하면 떠오르는 음색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의 콘셉트를 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근데 고민 끝에 그것대로 제 모습이기 때문에 편하게 보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죠. 꾸준히 오랫동안 노래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타이틀곡 ‘마이 웨이’는 어떤 곡인가요?
"2013년 말, 2014년 초 굉장히 힘들었을 때 만든 곡이에요. 당시 가수가 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정말 무엇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죠. 그래서 ‘내 길을 재정비하고 나 만의 길을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 생각과 고민이 많을 서른즈음에 만든 곡이네요.
"그래서 그런가, 제 나이 때 여성 분들이 많이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투나이트(Tonight)’도 인상적입니다.
"떠나간 연인을 그리며 만든 곡이라 생각할 수 있는 2010년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에요. 제가 남다르게 엄마를 좋아했어요. 노래를 잘하셔서 꿈이 가수였죠. 아등바등 살고 있는 날, 엄마가 갑자기 너무 보고 싶은 거예요. 근데 볼 수가 없었죠. 그렇게 탄생한 곡이에요.
-존 뉴턴의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편곡이 정말 좋았어요. 아리랑과 교묘하게 만났는데 두 곡다 한이 담겨 있어서 그런가 잘 통해요.
"젠틀레인 앨범에서 이 곡을 영어로 불렀어요. 그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불렀는데 (유사랑은 지난해부터 기독교를 믿게 됐다.) 이번에 제대로 불러보고 싶었죠. 이 곡 자체가 너무 버전이 많아서 어떻게 부를까 고민했는데 아리랑과 코드가 같더라고요. 또 허밍으로 불러서 이질감이 덜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보컬 녹음을 한 스튜디오에서 오전 시간대에 성경 통독 녹음이 있었어요. 그 기운을 받아 열심히 녹음했죠."
-심바는 밝고 귀여운 곡이에요.
"심바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에요. 제 주변에서는 저보다 더 유명하죠(웃음). 밝은 곡을 제가 못 써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제임스 리에게 부탁을 해서 스윙 풍의 곡이 나왔어요."
-’사랑하리’라는 곡도 인상적이에요. 사랑 씨 이름이 직접적으로 들어갔죠. 유의 영어 표기를 ‘Yoo’가 아닌 ‘You’로 쓰시니, 유사랑이라는 이름 자체도 남달라 보입니다.
"앨범 수록곡 중 제일 마지막에 쓴 곡이에요. 마이너로 시작해 메이저로 끝나는데,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심장에 꽃이 피고 생각에는 날개가 달린다’고 노래하는 거죠. 저의 모든 것을 한곡에 담은 느낌이에요."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체인지 유어 마인드’는 어떤 노래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앨범 수록곡 중 약간 아쉬운 곡이에요. 처음에 만들었을 때는 사랑에 대한 폭발하는 감정들을 쏟아냈는데 녹음을 할 때는 그런 부분이 잘 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집 때는 곡을 쓰고 바로 녹음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곡을 만든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재즈라는 장르가 국내에서 특히 소수에요.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기 것을 하는 수밖에 없는 듯해요. 제가 무던한 편이라 주변에서 곰이라고 하시는데 이런 성격을 믿고 가야죠(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요?
"계속해서 변화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1, 2, 3집에서 모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계속 발전하는 가수요."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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