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와 아이유 `레옹’
광희·지드래곤·태양 `황태지’
1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앞에는 MBC TV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로 4만여 인파가 모였다. 간간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날씨가 추워졌지만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기도 한 사람들의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스탠딩 석에 2만여 명, 좌석에 1만여 명이 자리를 잡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1만5000여 명은 공연장 외부에 설치된 LED 화면으로 현장을 함께 했다.
2007년 강변북로가요제로 양화대교 밑에서 소박하게 출발한 ‘무한도전’ 가요제는 이제 각종 음원차트 점령으로 가요계까지 뒤흔드는 최대 행사가 됐다. 그만큼 공연 현장은 화려했다. 수만 명이 모여 내는 함성과 야광봉 불빛에 폭죽까지 수시로 터져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지드래곤·태양·아이유·자이언티·윤상·박진영·혁오 등 그 어느 때보다 쟁쟁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은 만큼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무대로 오래 기다린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호돌이’ 유니온의 `맙소사’… 광희·지드래곤·태양 `황태지’
1998년생 `호돌이’ 세 명이 뭉쳤다. 지난 주 방송에서 살짝 공개됐던 `황태지’의 `맙소사’는“`빅뱅’ 같은 노래를 하고 싶다"던 광희의 바람이 십분 반영된 힙합 댄스곡이었다. `무한도전’으로 진짜 친구가 된 동갑내기 세 사람의 우정을 노래했다.
호돌이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무대에서 첫 순서부터 에너지 넘치는 춤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마지막에 터지는 꽃가루는 화룡점정이었다. 스스로 노래를 못 한다고 꾸준히 얘기했던 광희의 보컬은 생각보다 수준급이었고, 지드래곤과 태양은 탄탄한 라이브 실력으로 `월드스타’임을 입증했다.
무대를 마친 광희는 가요제를 위해 “다섯 시간 동안 염색을 했다"며 “두피에 고름이 생겼다"고 투정했지만 평소보다 더욱 신나 있었다. “땡 큐 마이 프렌드!"(Thank you my friend!)를 외치며 지드래곤과 태양을 끌어안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드래곤과 태양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태양은 “광희와의 관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지만 “생각보다 잘해서 준비하면서 놀랐다"고 칭찬했다. 지드래곤 역시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가장 궁합이 잘 맞았던 멤버로 광희를 꼽았다.
◇결국 포기 못한 EDM 공장장 박명수와 아이유의 `레옹’…`이유 갓지(God-G) 않은 이유’
가요제 초반부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만 고집하며 “조용한 노래를 하자"는 아이유와 줄다리기를 한 이 팀은 결국 훌륭한 조합을 만들어 냈다. 방송에서 아이유가 기타 반주에 맞춰 살짝 부른 “까만 선글라스"가 `레옹’이라는 곡으로 탄생했다.
레옹과 마틸다의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블루스 풍의 멜로디로 초반에는 박명수가 EDM 욕심을 버린 듯 했지만 아니었다. 모두 무대가 끝난 줄 알았던 그 때, 박명수가 그토록 목 놓아 외치던 “까까까까…"가 화려한 조명과 함께 터졌다. 현장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진 것도 그 때였다.
박명수는 “결국 EDM을 하시네요"라는 유재석의 말에 “저도 자존심이 있잖아요"라고 응수했다. 아이유도 “선생님(박명수)께서 그렇게 간곡하게 의견을 내세우신 게 그럴 만 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선생님(박명수)을 선택하겠다"고 무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아이유는 이날 단발머리를 하고 완벽한 마틸다의 모습으로 등장해 객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찰떡궁합 하하·자이언티 `으뜨거따시’의 `스폰서’
페도라를 쓰고 번쩍이는 수트 차림으로 멋지게 등장한 하하와 자이언티는 `까리’했다. 특히 그 동안 “자메이카 레게 소울"을 외치던 하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댄서들과 함께 등장해 춤을 추는 모습은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켰다.
’스폰서’는 록킹한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팝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곡이다. 무대 최고의 순간은 자이언티의 아버지가 영상으로 등장해 자이언티의 실제 전화번호를 말할 때, 하하와 자이언티가 리프트를 타고 관객 머리 위에서 종이돈을 뿌릴 때였다.
이들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의견 대립이 없었을 정도로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하하는 “`나, 잇, 살’이라는 내레이션에서 `나’의 음정이 맞지 않는다고 자이언티가 세 시간 동안 다시 하게 했다"고 토로했지만 자이언티에게 파트너로서 “100점"을 주며 “마음속의 1등"으로 꼽았다.
◇꿈을 이룬 정준하·조력자 윤상 `상주나’의 ‘마이 라이프’(My Life)
힙합에 도전장을 내민 초보 래퍼 정준하가 꿈을 이뤘다. 정준하를 돕기 위해 파트너 윤상과 윤상의 프로듀싱팀 `원피스’, 팝핀 댄서 주민정, 래퍼 빈지노까지 가세했다. 걸 그룹 `씨스타’의 효린은 피쳐링에 참여해 직접 무대에 함께했다.
`마이 라이프’는 랩과 일렉트로닉 비트가 조화를 이룬 댄스곡이다. 염불을 외는 것 같지만 들을수록 묘하게 중독되는 정준하의 래핑과 효린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바퀴 달린 기구를 타고 등장한 정준하는 로봇 춤까지 소화하며 완벽한 ‘힙합 중년’으로 거듭났다.
무대를 마친 정준하는 “힙합에 대해서 잘 모르고 랩도 처음 해 보는데 모두 윤상 형님 덕"이라며 무대 성공의 공을 윤상에게 돌리며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했다. 이에 윤상은“이 주 넘게 하루에 두 시간도 못자고 노력해 준 정준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드디어 폭발한 유재석·박진영 `댄싱 게놈’…`아임 소 섹시’
꾸준히 춤에 대한 욕구를 어필했던 유재석이 이번에 드디어 제대로 된 짝을 만났다. 검증된 `춤꾼’ 박진영은 “방송으로 볼 때부터 알아봤다"며 유재석을 파트너로 선택했고 이 둘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아임 소 섹시’는 재즈와 펑크를 잘 뒤섞은 재즈 펑크 댄스곡으로 섹시함을 숨기고 사는 유재석과 섹시함을 숨길 수 없는 박진영이 무대에서 이를 폭발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JYP!"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한 이들은 의상보다 더 화려한 춤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유재석의 춤 실력은 의외의 발군이었다. 후렴구에 맞춰 몸을 꿀렁이는 유재석의 모습은 `아임 소 섹시~’라는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유재석은 “한달 반 동안 박진영 선생님을 만나서 인간 됐다"며 “당분간은 춤 욕심 안 부릴 정도로 댄스의 한을 풀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름 없음’→`오대천황’, 정형돈·`혁오’의 `멋진 헛간’
가요제 시작 직전까지, 아니 무대 등장 직전까지 팀 이름을 정하지 못했던 정형돈과 밴드 `혁오’는 관객들이 지어준 이름 `오대천황’으로 무대에 섰다.
이들의 `멋진 헛간’은 스스로에 대한 깨달음을 담아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동안 발표했던 `혁오’의 곡보다 훨씬 밝고 활기찼다. 기타 소리가 돋보이는 컨츄리 풍의 곡으로 낡은 헛간을 연상시키는 무대 배경이 어우러져 동화책 `브레멘 음악대’를 떠오르게 했다.
빨간 색 페도라를 쓰고 나온 정형돈은 밴드 사운드와 훌륭하게 어울리는 목소리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핫핑크색 정장을 맞춰 입은 `혁오’의 멤버들이 정형돈의 보컬을 뒷받침했다. 정형돈은 오혁의 민머리를 잡는 퍼포먼스나 눈알을 뒤집으며 추는 귀여운 춤으로 무대의 볼거리를 더했다.
◇역대 가요제 최고의 무대까지…꽉 채운 두 시간이날 영동고속도로가요제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가요제로 발표한 29곡 중 시청자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 세 개를 공개하고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1만6000여 명이 사전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1위는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유재석·이적(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가 뽑혔다. 2위는 2007년 강변북로가요제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 3위는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박명수·지드래곤(GG)의 `바람났어’로 아이유가 박봄을 대신해 무대에 섰다.
영동고속도로가요제 실황과 수상팀은 오는 22일부터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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