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다매체 시대 경쟁 치열한데 진부한 스토리·막장 소재 여전”
지상파 TV 드라마가 심각한 시청률 부진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 TV시청률에 밀리는 드라마도 생겨나며 한자릿수 시청률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3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월 첫회 4.2%(전국 기준)로 출발한 KBS2 금요드라마 ‘오렌지마말레이드’의 시청률은 이후 내리막길로 치달으면서 지난 24일 마지막회는 2.4%(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저 시청률로 체면을 구겼다.
애초 50부작으로 기획된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은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26회 만에 조기종영했다. 지난 1월 첫 방송에서 2.9%로 출발한 후 시청률 2% 부진의 늪에 빠졌으며, 마지막회도 5.2%의 시청률로 씁쓸하게 퇴장했다.
시청률 부진으로 오후 9시대에 방송되는 SBS 주말드라마는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BS는 지난 3월 종영한 ‘떴다 패밀리’를 끝으로 창사 이래 24년간 ‘주말 8 뉴스’에 이어 편성해온 주말극을 폐지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 11회는 시청률 4.8%(전국기준), 지난 23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어셈블리’ 4회는 시청률 4.9%(전국 기준)에 그쳤다.
또 지난 26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10회는 5.5%,지난 23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6회는 7.9%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침체 속에 출생의 비밀등으로 ‘막장’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가 그나마 선전 중이다. KBS2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과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가 평균 20%대의 시청률,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이 10% 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IP)TV, 종합편성채널 등 다양한방송형태의 등장으로 경쟁이 한층 심화된 것과 기존 드라마에서 나왔던 상투적인 주제나 스토리, 진부한 연출 등을 지상파 TV 드라마의 시청률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는 “텔레비전 매체의 특성을 감안해야 될 것 같다. 지상파텔레비전 매체는 우리나라 평균적인 사람이 많이 보는 미디어"라며 “예전에는 지상파 외에 별다른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서 봤는데, 지금은 다매체 시대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 기호도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것이나 마니아층, 장르적인 특성을 가진 드라마들이 케이블로 많이 이동했고, 대체적으로 막장에 가까운 가족주의나 극단적인 상황 설정에 관련된 드라마들은 지상파 주말드라마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그런 드라마들은 좀 더 좋은 드라마, 트렌디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보지 않는데, 문화지체 현상이 약간 남아 있어서 고정시청률이 조금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너무 새롭거나 트렌디해도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지상파 TV가 가진 매체적 특성, 그 매체를 즐겨보는 사람들의 특징에 맞게 드라마를 제작해야 하는데 현재는 양극단인 것 같다"며 “너무 식상하고 극단적이거나 도덕·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 설정으로 시각적 자극만 주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에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환경 영향으로 본방 사수를 안하는 면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지상파 드라마 특성에 맞는 모델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스타 파워가 예전같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전작에 대한 후광효과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관심을 갖지만, 스토리 전개가 됐을 때 자기 기호에 안 맞으면 바로 드라마를 안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채널시대인 만큼 드라마 시청률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층이 다르다. 이를 잘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새로운 시도를 할지 아니면 익숙한 것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 같은 문제가 정리되면 새로우면서도 좋은 콘텐츠가 나올 것 같은데, 지금은 이런 게 쉽지 않은 환경이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이 드라마 본방송을 챙겨 보기보다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본다. 그러다보니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없다"며 “시청률에만 초점을 맞춰서 드라마를 만들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없어진다.
시청률보다는 콘텐츠의 질과 새로운 시도,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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