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늦어졌지만 완성도 높아져
▶ 촬영 끝나고 작품에 자긍심 뿌듯…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영화
[‘소수의견’ 윤계상]
자부심이 가득해 보였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제작 하리마오픽쳐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윤계상은 시험을 만족스럽게 보고 성적표만 기다리는 학생 같아 보였다. 앞으로 나올 성적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고 작품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하기에 행복해 보였다. 그룹 god의 멤버에서 연기자로 전환한 지 10년. 윤계상은 편안한 길보다 둔탁한 길을 선택해가며 달려왔다. 배급사가 바뀌는 등 2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소수의견’ 개봉을 앞둔 그의 눈빛에는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다. 달변가는 아니지만 말 한마디마다 진정성이 담겨있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영화가 개봉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개봉이 늦어졌는지는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개봉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1년반 전 완성본과 현재의 개봉 버전은 시간이 지났기에 좀 더 다듬어졌습니다. 그때도 완성도는 분명히 있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가 좀 더 깊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편견 없이 보면서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16세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재호(이경영)를 놓고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과 검찰 측이 나누는 공방을 담은 작품이다. 윤계상은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묻는 패기 넘치는 젊은 변호사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어간다. 윤계상은 윤진원이 정의감에 똘똘 뭉쳐 사회적 약자를 돕는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인 게 마음에 들었단다.
“사실 편집됐지만 윤진원의 국선변호사로서 일상이 담긴 장면들이 있었어요. 질이 안 좋은 사건만 맡으면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죠. 그러다 평생에 가장 큰 사건 될 수 있다는 말에 이 사건에 뛰어들게 돼요. 재판과정을 통해 남의 일이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변화해 가는 진원의 모습이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니 정말 열심히 한 게 보여 뿌듯했습니다. 2년 전인데 현재보다 노숙해 보이더라고요. 일부러 머리도 더벅머리로 하고 양복도 큰 치수를 입었거든요. 눈빛이나 연기 모두 성에 안 차지만 순간순간 눈빛에서 역할에 빠져 있는 게 느껴져 기뻤습니다.”
윤계상은 부드러운 동안 외모 때문에 한동안 톱여배우들을 잘 받쳐주는 남배우의 느낌이 강했다. 로맨틱 코미디에 적격인 배우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소수의견’부터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풍산개’ 등에 우리 사회의 음지를 탐험하는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외모와 달리 상남자다운 성격을 지닌 윤계상은 여배우보다 강한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때 더욱 연기가 살아난단다.
“여배우보다 남배우와 호흡을 맞출 때 연기자로서 희열이 느껴져요. 제가 내면에 쌓인게 많아선지 강하고 세고 질퍽거리는 게 좋아요. 섬세한 건 신경이 곤두서서 힘들어요. ‘소수의견’에서 유해진 김의성 이경영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가끔 선배 분이 대사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눈빛을 주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도 강하게 갈 수 있으니 만족감이 더 큰 거 같아요. 김옥빈도 여배우지만 내면은 남자예요. 저에게 오히려 ‘오빠는 여배우’같다 말할 정도죠.”
윤계상은 ‘소수의견’ 개봉을 앞두고 ‘연평해전’과 비교하면서 정치적 시각으로 대립 관계를 만드려는 현재의 분위기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소수의견’을 둘러싼 오해가 풀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용산참사가 모티프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사건을 중점적으로 그린 영화가 아니에요. 그사건을 모티프로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누구의 편을 들려는 의도가 없어요. 영화를 보시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평소에 우리 사회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은 아니었어요. 뉴스나 신문을 자주 보지 않아요. 그러나 눈을 뜨고 있으면 관심을 안 둬도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어요.
요즘 댓글들을 보면 우리 국민들이 요즘 얼마나 날이 서 있는지 알 수 있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제 입으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 내에서 연기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가장 맞다고 봐요.”
윤계상은 연기를 시작한 후 10년 동안 항상 배우로서 진화해왔다. 똑같은 역할은 거의 없다. 현재의 입지는 많이 아파하고 갈등하고 부닥치며 얻어낸 결과다. 본인은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름 잘 온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직 내 스스로를 인정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제 영화 데뷔작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님이 ‘배우는 자신에 만족하는 순간 패턴화된다’는 말을 항상 가슴 속에 새겨두고 있어요. 요즘도 늘 새로운 역할, 내가 해보지 않은 걸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마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소수의견’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로 남을 작품이에요. 결과에 상관없이 자부심으로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최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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