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기사들의 고민
바둑은 첫수가 중요하다. 넓고 넓은 361로의 판 위에 흑돌 하나를 놓으면서 프로 바둑기사들은 상념에 젖는다. 어떻게 바둑판을 주도해 나갈 것인가. 집수를 위주로 실리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세력을 쌓아 상대방을 제압할 것인가.
물론 실리와 세력으로 균형을 이루면 더 바랄나위가 없다. 하지만 실리를 생각하면서 바둑을 두다보면 단단하고 견실하여 확실한 집수를 계산할 수는 있어도 위축되어 집이 모자라는 경우가 생기고 세력 위주로 바둑을 두다보면 상대방의 공격을 받거나 허술하여 집이 깨져서 단번에 판세가 무너지는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바둑을 둘 때는 철저하게 실리로 가느냐, 아니면 세력 위주로 가야하느냐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된다.
그러기에 프로 바둑기사들은 첫수로 승부의 관건인 돌의 배치와 작전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것을 바둑용어로 포석(布石)이라고 한다.
-최상오 사장의 기상시간은 2시
삼왕식품 최상오 사장의 아침 기상시간은 새벽 2시다.
그래야 미 전국에서 트레일러에 물건을 싣고 달려온 트럭들의 짐들을 냉동 창고에다 부릴 수 있고 또한 새벽부터 몰려드는 소매상인들에게도 상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품들은, 야채와 식품이고시간을 다투는 신선도와 냉장보관을 요한다. 그래서 70년대 초창기 창업할 때부터 현재까지 30여 년 동안 한 번도 상점 오픈시간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최 사장은 1970년도 초에 큰누님의 형제 초청으로 온 가족이 미국 땅을 밟았다. 양친부모를 포함하여 9남매의 대식구였다.
고향은 춘향이의 고을, 전라북도 남원이다. 그 많은 대식구가 워싱턴에 당도하고 보니 막상 머물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 정착한 곳이 버지니아 루트1 선상의 포트 벨보어 군부대 근처의 트레일러 하우스였다. 집단수용소처럼 트레일러 몇에다 방들을 만들어 공동으로 식구들이 이민생활을 하였다.
한국식품을 구하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그 많은 대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신 그의 모친은 궁리 끝에 한국인의 주식인 된장, 고추장을 담가 식구들을 먹이고 그리고 김치를 담그는 일을 시작하였다.
누군가 된장, 고추장을 담가서 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삼왕식품 형제들이다. 성도 나이도 비슷하고 하여 호형호제하면서 지내기로 했다.
-수영장 라커룸에서
9남매 중 남자 형제로 둘째인 최상호 씨가 삼왕식품 창업자이다. 그는 필자와는 또 다른 인연으로 플로리다 마켓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같은 마켓 상가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오다가다 필자의 플로리다 마겟 사무실에 자주 들렸던 최 사장. 바둑을 약간 둘 줄 안다는 그가 훈수(訓手) 한마디를 던졌다.
“이보게 동상. 맨날 바둑판만 들여다보면 언제 돈을 버나. 장사꾼이 돈 나오는 곳을 찾아 다녀야지.”
뼈있는 훈수에 정신이 번쩍하였다. “에고 행님. 지당하신 말씀을.”
최 사장은 동전 하나라도 헛되게 쓰는 사람이 아니다.
어느 날 그와 함께 근처 체육관에 수영하러 갔다. 라커룸은 동전 몇 개를 넣어야 열린다. 옷을 넣기 위한 유료 보관함이다. 그런데 그는 그냥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아니, 옷을 왜들고 들어가세요.”
“이보게 동상. 아깝게 왜 돈을 쓰나. 돈은 안 써야 버는 거야.”
점잖게 한마디를 던진다. 절약 또 절약. 배추장사에서 거부가 된 최 사장의 장사 철칙이다. 바둑으로 치면 철저한 30년 실리(實利) 위주 포석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작고하신 그의 모친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느새 백발이 된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장례식장에는 최 씨 일가의 손자에서 증손까지 많은 자손들이 무리를 이루어 가득하다.
40년 전 된장과 고추장으로 일가를 이룬 모친의 성공 스토리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다.
choi15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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