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라는 밴드가 있었다. 1998년 1집 ‘내가 배운게’를 발표한 인디 1세대로 당시 인디 붐을 이끈 밴드 중 하나다.
“뭐 하세요?/ 노래해요. 혹시 로큰롤을 좋아하나요?/ 어머 저도 로큰롤 좋아해요. 10년 전에 멋진 밴드를 봤어요. 꽃미남 밴드 마루라고/ 그거 바로 전데?"(’꽃미남 어디 갔어?’ 중)
준수한 외모로도 주목받은 모양이다. 최근 발표한 정규 4집 ‘타임 이스 곤(The Time Is Gone)’ 타이틀곡 ‘꽃미남 어디 갔어?’는 밴드 ‘점프’에서 베이스를 치다 2010년 ‘마루’에 합류한 김성수의 최근 경험담이다.
“어느 여성분이 웬만한 인디 밴드는 다 안다고 해서 ‘점프’라는 팀을 아느냐고 물어봤죠. 꽃미남 밴드라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꽃미남 어디 갔어?’라고들 했죠."
1집으로 이름을 알린 마루는 2집 ‘홀릭(Holic)’과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OST 등 다수의 곡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후 밴드명을 ‘페이크(Fake)’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로 바꿔 활동하다 다시 ‘밴드마루’로 변경, 3집 ‘러빙 유(Loving You)’ 등을 발표했다.
“1998년만 해도 ‘마루’라는 이름이 많이 사용 안 됐어요. 이후 집집이 마룻바닥을 깔기 시작하더라고요. ‘마루’가 들어간 브랜드도 많이 생기고요. 그래서 이름을 ‘밴드마루’라고 바꿨죠."(오후·보컬)
‘사랑방과 안방을 이어주는 공간인 마루처럼 언더와 메이저를 연결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로 만든 밴드 이름처럼 마루는 인디 밴드로는 드물게 TV 출연도 종종 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첫 방송은 라디오였어요. 두 곡을 할 예정이었는데 첫 곡에서 기타 앰프가 나갔어요. 기타가 멜로디 파트를 다 책임지고 있었는데 보컬과 베이스, 드럼만 가지고 노래를 했죠. ‘수요 예술 무대’ 때도 일이 터졌어요.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되면서 한 곡도 채 방송을 못 탔죠."(오후)
“2005년에는 방송이 꽤 잡혀 있었어요. 그때 밴드 ‘카우치’가 방송에서 옷을 벗었죠."(넌·기타)
드러머 조청현을 포함해 4인조 구성을 완성하고 발표한 정규 4집 제목 ‘타임 이스 곤(The Time Is Gone)’은 그런 시간도 모두 지나간다는 깨달음으로 탄생했다.
"나름 절정의 중간쯤을 찍고 내려왔다고 생각은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만족을 못 했어요. 아주 좋았던 시절도,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런 시간도 결국에는 지나간다는 뜻으로 앨범 제목을 정했어요."(오후)
앨범 겉면에는 ‘더 퍼스트 제너레이션 오브 인디 뮤직(THE FIRST GENERATION OF INDIE MUSIC)’ ‘코리안 서던 록 밴드(KOREAN SOUTHERN ROCK BAND)’ ‘1998’ 등 밴드의 정체성이 적혀있다.
"1집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노래들을 훑어보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중구난방이었던 거 같아도 서던록적인 측면이 많았어요. 행사 때문에 가요를 편곡해도 서던록 느낌이 나게 바꾸고는 했죠."(오후)
"모던록이라고 하기에는 올드하고, 하드하다고 하기에도 그렇지도 않고 고민을 많이했죠. 물론 진짜 서던록을 아시는분은 어이없어 하실 수도 있죠. 그래서 앞에 코리안을 붙였어요. ‘남한의 록 밴드’다, 이런 거죠.(웃음)"(넌)
추억에 기대는 겉면과는 달리 신나는 곡들이 담겼다. ‘꽃미남 어디갔어?’ 같은 위트 있는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이들의 장기인 발라드곡 ‘풀리지 않는 고백’의 유려한 멜로디도 즐겁다. 1집을 두고 보면 확연히 달라진 오후의 보컬이 역할을 하고 있다.
불만 많은 목소리를 쏟았던 1집과는 가사도 달라졌다. “당시는 IMF 전이었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시기였죠. 그럴 때는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희망찬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픈 부분을 공유하는 내용이 담겨야한다고 봤죠."(오후)
공연 시작 전 관객에게 데낄라를 권하는 식으로 공연을 진행해 온 마루는 또 다른 특별한 공연을 구상 중이다. 어둠의 공간에서 펼치는 ‘블라인드 콘서트’다. 이와는 별개로 2월 버스킹에도 나설 예정이다. 밴드 결성 20주년이 임박했지만, 이들은 이렇게 신선하다.
“이제는 ‘마루’라는 이름이 ‘언더와 메이저를 연결하는 음악을 한다’는 뜻보다는 ‘밴드의 톱(Top)이 되자’는 의미가 더 커진 거 같아요."(넌)
“나이로 톱을 찍겠다는 거겠죠."(김성수)
<오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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