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노래 실력에 나쁘지 않은 예능감, 처지지 않는 연기력을 갖춘 남자 연예인이 있다면, 당신은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 ‘확 뜨기는 힘들다’거나 ‘톱스타는 될 수 없어’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애매해 보이는 연예인 중에 톱스타가 있다. 이승기(29)다. 이승기에게는 조각 같은 외모도, 모델 같은 체형도 없다. 전체적으로 준수하지만, 튀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톱스타가 됐다. 간혹 주변에서 이승기를 가리켜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도 있다. ‘도대체 걔는 왜 뜬 거야?’
"그래서 절 사랑해주시잖아요. 그 익숙함이 단점은 아니죠"
‘터처블(touchable)’은 이승기의 최대 장점이다. 시쳇말로 ‘만만하다.’동생 같고, 아들 같고, 동네 오빠 같은 익숙함이 이승기 성공의 정체성이다. 깎아 놓은 듯 잘생긴 정우성을 보며 친근함을 떠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우성은 반대로 ‘언터처블(untouchable)’한 인물이다. 이승기가 예능을 통해 구축한 ‘허당’ 캐릭터는, 그래서 절묘했다.
어느덧 데뷔 12년 차, 데뷔 초(국민 남동생 이미지)를 제외하면 이승기는 특유의 ‘적절함’으로 정글과도 같은 연예 바닥에서 군림하고 있다.
이승기가 찍은 광고 목록을 보면 그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이승기는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그 이미지를 그대로 영화 속으로 가져왔다. 그의 첫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에서 이승기가 맡은 역할은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 준수다. 준수는 남매처럼 자란 현우(문채원)를 남몰래 사랑하지만, 현우는 준수의 평범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현우는 준수의 한결같음에 마음을 연다.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에서 마치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준수’ 이승기에게 매우 안전한 선택으로 보였다.
“주변에서도 그랬어요. 그 연기는 이승기가 쉽게 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 말이 한편으로는 감사해요. 하지만 이건 연기잖아요. 모든 연기는 다 어려워요. 평소의 저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것 자체로 인정받겠지만, 익숙함 안에서 스페셜한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까요. 저는 제가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어요."
‘보장된 흥행’이라는 말은 영화판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승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흥행도 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주연배우다. 여기서 안 되면 더 힘들어진다. 이승기가 보여주는 반복된 이미지에 관객이 질렸다는 말이 나오기 쉽다.
2006년 KBS 2TV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이승기는 이후 드라마 5편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6편의 드라마는 모두 성공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 ‘강심장’ ‘꽃보다 누나’도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는 영화다. 이승기는 “영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고 했다.
“물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죠. 캐릭터가 분명한 인물을 연기하는것처럼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관객이 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이승기는 아직 어리지만, 경험이 많다. 결과도 내봤다.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필모그래피에 뭔가를 남기는 것,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그는 안다. 그래서 이승기는 자신의 길을 간다. 이승기의 마이웨이는 책임감이기도 하다.
“난 대중스타다. 내 멋대로 어떤 일을 할 수는 없다. 결과론적인 책임을 무시하고 어떤 일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나 자신의 발전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는 게 이승기의 생각이다. 이승기 스스로 구축한 이미지는 다시 그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이미지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에 능숙한 것 같다고 꼬집어봤다. 이승기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는 확실히 안다"고 답했다.
이승기는 “순리대로 간다"고 강조했다. 이승기가 왜 떴는지 모르겠다고? 그는 인터뷰 도중 비법을 이미전수했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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