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교회의 주보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일주일 간 이 교회에 들어온 헌금이 15만 달러였다. 얼핏 계산해도 1년이면 700만 달러가 넘는다.
워싱턴 지역에는 300여개의 한인교회가 있다. 교계 추산으로 이중 상위 10개 대형교회의 1년 헌금 총액은 2천만 달러를 상회한다. 전체 규모를 보면 5천만 달러는 될 것이라 한다.
요즘 다시 한인 커뮤니티 센터 건립 바람이 일고 있다. 한인교회 예산 연 5천만 달러 시대에 한인사회를 돌아보면 찬바람이 휑하다. 주요 한인회의 1년 예산은 다 합쳐도 50만 달러를 조금 넘을 뿐이다. 대부분은 회장과 임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모 한인회 간부는 “교회는 계속 늘어나고 대형화되어 가는데 정작 한인커뮤니티는 빈사상태”라며 “주중에 비어 있는 한인교회 건물들을 볼 때마다 커뮤니티센터 하나 없어 고충을 겪는 한인사회의 현실이 생각나 참담해진다”고 털어놓았다.
한인 커뮤니티는 교회의 관심사 밖의 세계다. 성(聖)과 속(俗)의 분리적 사고다.
한인사회와 한인교회가 동반성장할 수는 없는 걸까. 아무리 한인교회들이 커뮤니티와 신앙공동체를 구분해도 둘은 동전의 양면 같은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 한인사회 인사들도 저마다의 교회에서 직분을 맡아 봉사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 신도들도 교회 밖을 나오면 한인사회의 일원이다. 교회는 한인사회의 성장을 자양분으로 이만큼 동반 성장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회가 가진 훌륭한 인적 자원과 재원은 따지고 보면 그 교회의 자산이자 한인 커뮤니티의 자산이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자산은 교회 안에서만 활용될 뿐이었다.
커뮤니티의 미래는 교회와 한인 2세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한인사회의 미래를 밝힐 커뮤니티 센터 하나 없는 이 기막힌 현실을 보면서 교회들이 앞장서서 헌금의 몇 %라도 커뮤니티센터 기금으로 내놓으면 한인사회가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 지를 생각해본다.
가난한 한인 커뮤니티와 풍요로운 교회. 더 이상 이 부끄러운 자화상이 걸려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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