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90세. 옛부터 7순을 넘는 이들이 거의 없어 ‘구순(九旬)’ 외에는 높임말이 따로 없을 정도로 드문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리지(Claridge) 아파트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고층 노인아파트에 사는 한인 노인 160명 중 90대 어르신만 무려 열네 분이나 된다.
“이상하게 우리 아파트에 고령노인이 많습니다. 제가 37년생인데 가장 어린 축이에요. 가장 연장자는 99세인데 얼마 전 돌아가셨어요.”
이 아파트 한인노인회의 회장인 장영희 씨의 말처럼 70대 중반이 ‘어린 막내’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그것도 구순 노인 중 98세만 박정선 할머니 등 5명이나 될 정도이다.
한인사회나 행사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이 아파트에 요즘 가정의 달 5월에 열리는 특별한 이벤트 준비로 약간은 들떠 있다. 이벤트는 다름 아닌 구순 합동 효(孝) 잔치. 오는 5월4일(토)에 14명의 구순 노인들을 모시고 합동 생일잔치를 연다는 것이다.
장영희 회장은 “지난 달 열린 설날 경로잔치에 참석했다가 윤희균 미주한인노인봉사단 회장께 구순 어르신들 이야기를 드렸더니만 흔쾌히 생일잔치를 베풀어주시겠다고 했다”며 “우리 아파트에서는 처음 해보는 잔치라 기대도 되고 어르신들이 기뻐하실 걸 생각하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한인노인회에서는 미주한인노인봉사단과 함께 준비위도 꾸렸다. 장 회장이 행사위원장, 준비위원장은 이 노인회 전 회장인 양보영 목사가 맡았다. 준비위원은 권정순 총무를 필두로 7명이 포함됐으며 김옥순 등 4명이 행사위원으로 수고 중이다.
구순 합동 효 잔치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구순 어르신들의 이름을 모두 넣은 대형 케이크를 자르고 맛있는 음식과 선물도 준비된다.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 라인댄스, 중창단의 어버이 은혜 노래, 장기자랑 등 여흥 프로그램도 있어 잔치를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행사를 총괄 준비하는 윤희균 노인봉사단 회장은 “구순노인들 대부분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라 생일잔치도 제대로 차려 드시지 못한다”며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인사회에 노인 공경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기 위해 합동잔치를 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문의 (703)346-1925.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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