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사 작년 상반기만 660억 적자
▶ 전기료 인상·50% 관세폭탄 못버텨
▶ 산업 쇠퇴에 지역 경제도 내리막길
포항·광양을 잇는 국내 3대 철강 도시인 충남 당진시가 이르면 다음 달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철강·화학 등 한계 산업의 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하는 모습이다.
1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당진시는 최근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정부와 당진시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협의를 이어온 만큼 실제 지정은 4월 중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산단이 소재한 울산 역시 최근 산업부에 관련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지역산업위기대응법에 따라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로, 지정 시 금융·고용, 경영 컨설팅 등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석유화학 산단이 있는 전남 여수를 1호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선정한 데 이어 충남 서산(석유화학), 경북 포항(철강), 전남 광양(철강) 등을 차례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에 당진까지 포함되면 그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3대 철강 도시가 모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이 되는 셈이다.
정부가 석유화학·철강 산단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을 넓혀가는 것은 이들 산업의 위기가 각 산단 내 제조업체는 물론 지역 경제 침체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남도에 따르면 현대제철 일반산단, 당진1철강 일반산단 등이 소재한 당진의 제조업 생산액은 31조2,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철강 산업 비중은 60%(약 18조7,000억원)에 달한다. 또 당진 내 제조업 종사자 3만5,800여명 중 40%는 철강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당진 주요 철강사가 660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지역 경제를 떠받쳤던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당진시의 법인지방소득세는 2022년 317억원에서 2024년 28억원으로 90% 넘게 급감했다. 당진 지역 철강 노동조합 협의회는 “최근 국내외 환경 변화로 철강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고용과 산업 기반, 지역 경제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며 “마치 과거 한보철강 부도 사태가 떠오를 정도”라고 했다. 국내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철강은 1997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도를 내고 도산한 바 있다.
문제는 철강회사들의 경영난이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3일 낮 시간대 요금은 내리고 저녁 시간대 요금은 올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산업용(을)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평균 1.7원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석유화학·철강 등 일부 산업계는 오히려 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요금이 ㎾h당 15.4원 싸지는 최대부하 시간대는 6시간 적용되는 데 비해 요금이 5.1원 인상되는 경부하 시간대는 총 10시간이어서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업황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 정부가 철강 제품에 50%의 품목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유럽연합(EU)도 수입산 철강에 대한 저율할당관세(TRQ) 물량을 대폭 줄이는 내용의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등 각국이 철강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국내 철강 제품 수출액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했으며 지난해 수출액은 약 303억달러로 전년보다 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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