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클랩튼 기타‘블랙키’모조품 3만달러에 낙찰
▶ 특성감염·모방주술·유사성 등 인간 심리 산물
에릭 클랩튼이 한때 사용했던 1948년 깁슨 기타.
‘기타의 신’으로 추앙받는 클랩튼이 그의 대표적 애장품이었던 블랙키의 복제품을 경매에 부친다는 소식이 나가자 지난 2004년 경매 이후 이른바 ‘블랙키 현상’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일제히 논문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이들은 단지 유명 인사의 소장품이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중고 기타가 고급 주택 한 채 값에 팔리는 비논리적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진품의 닮은꼴에 불과한 짝퉁이 수만달러의 고가에 팔리는 이유를 밝히는 것도 이들의 관심사였다.
기타 연주자들과 수집가들을 면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한 예일대 심리학자들은 ‘특성 감염’과 ‘모방 주술’ 및 ‘유사성의 법칙’ 등을 들어 블랙키 현상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 조지 뉴먼, 길 디센드럭 등 동료 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폴 불룸 박사는 사람들의 심리 속에 내재된 ‘특성 감염’에 대한 믿음이 유명 인사들의 기념물에 집착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세 암흑기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을 통해 사람들은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사물의 특성은 전염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으며 지금의 우리는 이같은 사고를 받아들인 중세인들의 후손이라고 말했다. 불룸 박사는 흑사병이 창궐할 당시 전염을 믿지 않은 사람들은 병자들과 함께 지내다 거의 모두 사망, 후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다시 말해 사물의 본질이나 특성은 전염된다는 깨우침으로 죽음의 덧에서 벗어난 흑사병 생존자들이 이를 자손들에 주입했고,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내재적인 믿음으로 굳어졌다는 것. 따라서 사람들은 특정 방면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그가 지닌 ‘특성’을 받아들이려는 내재된 심리상태를 갖고 있다고 불룸 박사는 설명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유명인과의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유명 인사의 스웨터를 이용한 실험에서 참여자들이 제시한 호가는 그가 얼마나 자주 입었던 옷인지, 경매에 내놓기 전에 세탁을 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졌다. 물론 유명 인사가 한 번이라도 입었던 적이 있고, 경매에 내놓기 전에 세탁을 하지 않은 경우에 가격이 더 높이 올라갔다.
불룸 박사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뉴먼 박사는 “흔히들 유명인과 관련된 물품을 고가에 구입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거나, 자신이 숭배하는 원래 소유주와의 정신적 연대감을 구축하려는 욕망, 혹은 그 물건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즐기려는 정서적 기호쯤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역대 경매 기록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우상이 소장하고 있던 물건은 되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구입 열기가 여전히 뜨거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 실험에서도 사람들은 재판매 불가라는 단서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이런 제한이 따를 경우 사담 후세인과 같은 악명 높은 유명인의 유물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또한 특정 유명인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기준으로 입찰자가 경매에 나온 해당 유명 인사의 유물이나 소장품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점치기 힘들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뉴먼 박사는 “물론 유명 인사의 소장품을 고가에 구입하는 이유가 투자 목적이거나, 개인의 정서적 기호와 관련된 것일 수 있으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그보다는 ‘감염 주술’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물품을 초자연적 특성을 지닌 ‘주물’(fetish)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를 통한 ‘특성 전염’ 즉 ‘감염 주술’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험에 참가한 한 기타주자는 가수 듀안 올맨이 쓰다버린 기타줄 덕에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클랩튼 경매에서 그의 손때가 묻은 앰프를 구입하려다 실패한 또 다른 기타 연주자 로버트 엔더는 왜 클랩튼의 소장품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에 “그와 관련한 물건이 음악적 마력(mojo)을 부여해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길 디센드럭 박사는 클랩튼의 짝퉁 블랙키가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를 ‘유사성의 법칙’으로 설명했다. 유사성의 법칙은 “닮은꼴인 물건들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한다”는 주장으로 ‘모방 주술’의 근거를 이룬다. 해를 끼치고 싶은 사람의 인형을 만들어 태우거나 바늘로 찔러대는 따위의 모방 주술(imitative magic)은 유사성의 법칙에 뿌리를 대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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