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납용기 손상… 방사능 검출치 급상승
연료봉 녹아 노심 용해땐 ‘지구촌 재앙’
일본 동북부 9.0 대지진 피해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1·3호기가 폭발을 일으킨데 이어 15일(이하 현지시간) 2호기까지 수위 저하에 따른 연료봉 노출이 반복되다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나타나 연료봉이 녹아내려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는 노심 용해(meltdown)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15일 오전 6시10분쯤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일본 정부가 발표했다. 특히 폭발음이 들린 후 주변 방사능 수치가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방사능 유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서프레션 풀’(압력억제 풀)이라고 불리는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와 연관된 설비에 손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격납용기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비다. 이 설비에 일부 손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방사성 물질 봉쇄가 충분하게 기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NHK는 해석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검측된 방사선이 지금까지 검측된 최고치보다 2배로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2호기 사태의 심각성은 앞서 폭발했던 2기의 원자로와 달리 연료봉이 공기 중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1·3호기 때에는 없었던 심각한 사태”라며 “대량의 연료가 고온으로 녹아내리면서 새어 나올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녹은 용해물이 물과 접촉했을 때 폭발하기도 하고, 용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자로 내부 압력이 상승해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폭발과 함께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광범위하게 흩날릴 가능성이 크다.
에다노 장관은 이번 설비 이상이 곧바로 주민의 건강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수 주입 등을 통해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원자로를 식힐 수 있을 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노출된 노심 일부가 이미 녹고 있을 가능성은 에다노 관방장관도 이미 인정한 바 있다. 사고 대처 작업중 부상자는 물론 주민 피폭자까지 확인된 상태다.
헬기 타고 구조활동
미군 17명‘방사능 피폭’
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 복구를 위해 현지에 파견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승조원 17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현지시간 14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군 제7함대는 동일본에서 구조활동을 하기 위해 미야기현 산리쿠 앞바다에 전개됐던 원자력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 탑재된 헬리콥터 요원 17명이 낮은 수준의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발표했다.
미 항모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거리는 160㎞이며 피폭된 헬리콥터 요원들은 헬기 3대에 분승해 센다이시 부근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뒤 항모로 귀환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약 1시간 만에 한 달치 분량의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또 원전에서 북쪽으로 60마일 지점을 비행하던 헬기도 입자성 방사능에 뒤덮여 세척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방사능 노출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는 미군은 아직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피폭 공포’ 주민들 탈출 러시
■ 후쿠시마현 표정
“안전한 곳으로” 공항 인파
자녀와 노숙하며 대기도
대지진과 쓰나미에 휩쓸린 데 이어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마저 제기된 일본 후쿠시마현의 주민들이 위험지역을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지시간 15일 오후 5시께 후쿠시마 국제공항은 도쿄나 오사카 등 방사능에 노출될 우려가 없는 곳으로 떠나려는 주민 수백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항의 출발 로비와 1층 복도 곳곳에는 항공권을 확보하기는커녕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주민 150여명이 담요를 깔고 앉아 기약없는 `노숙생활’을 이어갔다.
가까스로 티켓을 확보한 주민 200여명도 항공기를 타기 위한 게이트 로비에 설치된 TV에서 나오는 원전 3호기 폭발장면을 미동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검색대 앞에서 동료와 단 둘이서 쉬어가는 목소리로 승객을 안내하던 ANA 항공 여승무원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 공항을 찾은 것은 개항 이래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공항에서 며칠째 노숙생활을 이어가는 주민 상당수는 어린 자녀까지 딸린 가족들이었다.
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와키시에 산다는 혼마(48·여)는 “방사능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도록 쌍둥이 언니가 사는 나고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틀 동안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부는 원전에서 20㎞ 이상 떨어진 곳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후쿠시마 공항에서는 삿포로행 4편, 오사카행 11편, 도쿄행 2편 등 총 17편의 항공기가 이륙했다. 그러나 피폭 우려가 없는 안전한 곳으로 떠나려는 주민들을 모두 태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인근 고리야마시의 역 앞은 현내 최대 도시의 중심 번화가였지만 그저 길을 걷는 시민조차도 찾기 힘들었다. 지진 직후부터 수도가 끊긴 탓에 영업을 하는 음식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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