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난과 미국의 국가채무 증가, 곡물.원자재 가격 급등, 중동.북아프리카 소요사태와 유가 폭등, 일본 대지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 막 회복 가도에 접어든 지구촌 경제의 앞날이 ‘산너머 산’이다.
지구촌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유럽 경제는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비틀거리고 있고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은 경기부양책이라는 ‘약발’로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연준의 2단계 양적완화(QE)조치가 끝나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역할을 하던 중국은 인플레 대응을 위해 긴축 모드로 돌입한 상태이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불거지고 이로 인해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경기 회복 가도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은 전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방이 악재’인 지구촌 경제에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재는 무엇보다 유가 상승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휘발유 가격이 올라 소비지출에 타격을 주고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늘어나 경기 회복 속도가 지연되거나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통상 석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년간 0.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1센트 오르면 소비자들이 연간 10억달러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1일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2.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동의 소요사태와 치솟는 에너지 가격, 재정 긴축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애초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더구나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소요 사태로 촉발된 최근의 유가 상승은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난과 미국의 막대한 국가채무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석유뿐 아니라 각종 곡물가격과 철광석,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크다.
기업들은 커지는 원가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어 인플레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은 지구촌 경제의 또 다른 악재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 경제의 피해 규모는 1천억달러(약 11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9%가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오히려 복구 과정에서 경기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인명.재산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이런 악재들로 인해 일단 단기적으로 14일 개장하는 아시아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고 미국과 유럽의 주가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라인 경제전문 사이트인 마켓 워치는 "일본 대지진의 경제와 시장에 대한 충격이 이번주 내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것"이라면서 "시장의 움직임과 일본 중앙은행의 대응조치 등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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