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속옷차림의 미녀들이 줄지어 행진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팔등신 모델들이다. TV를 보고 있던 아내가 신문을 들여다보는 척하는 남편에게 슬쩍 한마디 던진다. “야, 여자인 내가 봐도 근사하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남편이 응수한다. “멋있긴. 비쩍 말랐구먼. 제들 가슴은 전부 가짜야. 해골에다 실리콘 붙여놓은 것 같지 않아?” 그러면 그렇지. 모양새 괜찮은 여자를 볼 때마다 ‘눈길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남편이 반라 여성들의 고혹스런 자태를 그대로 흘려보낼 리 없다.
예쁜 여자 보고도 관심 없는 척 보호본능
배란기와 한눈팔기 밀접한 함수관계 발견
아내는 남편의 속보이는 태도와 빤한 입발림에 은근히 정나미가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남편은 배우자와의 ‘관계유지’를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기억대로 정직하게 행동한 것이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특정 여성과 로맨틱한 관계에 있는 남성은 이 같은 관계에 위협이 되는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무의식적인 노력을 한다. 매력적인 여성을 폄하하거나 관심이 없는 척 딴청을 부리는 것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여성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실험의 ‘여주인공’인 21세의 여대생은 연구실에서 만나게 될 젊은 남성들과 무심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철저한 사전훈련을 받았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이 여성은 화장기 없는 민낯에 말총머리를 하고, 청바지에 수수한 티셔츠 차림을 유지했다. 상대와의 눈길 교환이나 대화도 최소 수준으로 제한됐다. 실험에는 여러 명의 남성이 동원됐지만 이들 각자는 이 여성과 단 둘만이 로고 퍼즐 연구에 참여중인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연구진은 남성들에게 이 여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이미 다른 여성과 “안정적인 관계”에 있는 남성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내놓았다. 특히 이 여성의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에 연구소를 찾았던 ‘임자’ 있는 남성들의 평가가 가장 야박했다.
연구를 주도한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존 매너 심리학 박사는 “이미 ‘여친’이 있는 남성들이 가장 낮은 점수를 준 것은 여자 친구나 배우자와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계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여성을 매력 없는 존재로 평가절하 함으로써 ‘위험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노력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매너 박사는 또 “월경주기 상 임신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의 여성이 기존의 관계를 망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이 여성을 만난 ‘임자’ 있는 남성들의 평가가 가장 낮게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단 몇분 간 이 여성의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어떻게 상대의 배란주기까지 알아 낼 수 있을까. 최근 나온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란주기의 정점에 이른 여성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고음이 되고, 남성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터론의 왕성한 분비를 유도하는 유혹적인 몸 냄새를 뿜어낸다.
남성은 상대의 배란상태에 대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 최고조의 가임상태에 있는 랩댄서들은 피임제로 배란을 억누른 동료 댄서들에 비해 훨씬 후한 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란기 여성들은 또한 사교모임이나 파티에 평소보다 강한 관심을 보이고 옷차림도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성적 매력이 별로 없는 ‘남친’을 둔 여성의 경우엔 ‘한눈팔기’가 심해진다. 성적매력을 풍기는 남성들에게 은근한 추파를 던지는 등 바람기를 드러낸다.
배란이 일어나기 전 수일 간은 남친에게 비판적이 되고 주변의 보다 근사한 남성들을 ‘대체 섹스 파트너’로 바라본다. 바로 여기서 외도에 대한 진화론적 ‘우량 유전자론’이 나온다. 잘생긴 남성과의 외도로 우량한 유전자를 지닌 매력적인 자녀를 두게 되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의 자손들에게 넘겨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그러나 성적 매력이 별로인 배우자나 남친이 외도사실을 알아챌 경우 자녀 부양을 거부하고 자신의 곁을 떠날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가임기에만 바람을 피움으로써 발각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 든다는 ‘학설’이다.
역시 똑같은 진화론적 논리에 따라 남성은 여친이나 배우자가 가임기에 있을 때 높은 경계심과 질투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짝 지키기’(mate-guarding) 심리가 유난스레 작동하는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매너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독신 남녀들을 따로 불러 ‘성욕’이라든지 ‘입맞춤’ 등의 단어로 성적 잠재의식을 자극한 다음, 영사기로 여러 장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보여 주며 새로 나오는 사진에 주목할 것을 주시했다.
그러나 잘 생긴 남성이나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이 등장하자 이들은 한동안 다음 사진으로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반면 짝이 있는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연구진이 주문했던 대로 시선의 이동이 빨리 이루어졌다. 매너 박사는 성욕 등의 단어가 이들의 잠재의식 속에 경계심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유혹을 차단하려는 진화론적 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매너 박사는 실험을 통해 ‘짝 지키기’ 노력의 부작용도 밝혀냈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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