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자물품 공급’ 미 군납업체 상대 또 소송
10여년전 한국공군에 물품 공급 L.I.소재 DSI사 상대
작년 ‘파라곤 시스템스’상대 소송에선 한국정부 승소
배상액 6만달러...금전적 피해보다 잘못된 군납게약문제 시정 위한 것
한국 정부가 10여 년 전 한국 공군에 하자 물품을 공급한 미국 군납업체를 상대로 지난 달 12일 미 연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이는 한국 정부가 지난 해 1월 역시 유사한 이유로 미 연방법원에 또 다른 미국 군납업체를 소송한데 이어 2번째로 이뤄진 것이기에 주목된다.특히 이번 소송은 한국 정부가 미국 군납업체로부터 약 6만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금전적 피해보다는 과거 잘못된 ‘군납계약’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취해진 조치로 보여 더욱 관심을 모은다.
미 연방뉴욕동부지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조달본부는 1997년 11월 ‘나이키’(NIKE), ‘호크’(HAWK) 등 한국군의 방공무기 미사일 관리유지를 위해 뉴욕 롱아일랜드 파밍데일 소재 ‘디펜스시스템스사’(DSI)와 수리부품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이에 따라 DSI는 1999년 1월 관련 물품을 공급했으나 한국은 그 중 ‘기어캐이스 모터’(GEARCASE MOTOR) 9개를 ‘하자’있는 품목으로 판단, 물품을 반송했다.‘기어캐이스 모터’는 미사일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운행을 조절하는 주요 부품으로 하자품은 미사일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소장은 DSI가 한국 국방부조달본부의 시정 요구에도 불고하고 하자품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양자 계약에 따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 2007년 12월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물품대금 4만8,277달러42센트를 포함, 총 5만4,469달러97센트 및 지연손해금 이자 6%를 배상받는 판결을 받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미 연방법원이 2007년 12월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을 인정,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DSI를 상대로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법정 명령’(court order)을 내려달라는 신청이다.실제로 한국 정부는 지난 해 1월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파라곤 시스템스 유한책임회사’를 상대로 미 연방캘리포니아남부지방법원에 200만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7월23일 승소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가 법원에 제기한 소송 역시 한국 국방부조달본부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2001년 12월∼2003년 한국 육군과 해군에 군수물자를 공급한 미국 회사가 ‘불완전’(imperfect), ‘이종‘(different type than ordered), ‘(물량) 부족’(short in quantity) 등 하자가 있는 물품을 납품함에 따라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대한상사중재원이 문제의 미국 회사를 상대로 매입대금 반환 판정을 내린 사건이었다.한국 정부는 당시 소송에서 미 연방법원이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파라곤 시스템스 유한책임회사’는 연방파산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는 등 법적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결국 소송 6개월 만에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파라곤 시스템스 유한책임회사’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소송비용까지 받아낼 수 있도록 명령하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이번 DS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역시 유사한 법률 절차와 최종 판결 시기가 예상된다.
한편 한국 국방조달본부와 DSI가 체결한 계약은 한국 부산 소재 ‘우스코 트레이드’(WOOSCO TRADE)의 대표 이동춘씨가 DSI의 한국 대리인으로서 “매도인의 계약이행에 하자가 있거나 매수인의 하자발생 통보후 6개월 이내에 하자 보완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즉시 국방부 조달본부에 하자피해 금액을 현금으로 손해배상한다”는 내용의 연대보증을 선 것으로 기록돼 있다.
나이키 미사일
■ 기자의 눈/ ‘베터 래이트 댄 네버’
‘베터 래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특정 문제 해결에 있어 비록 뒤늦게라도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영원히 방치되는 것보다는 바람직하다는 말이다.흔히 정부가 파묻혀 있던 옛 사건이 표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떠밀리다시피 대응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늑장 대응’이라는 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는 일종의 해명으로 사용되곤 한다.그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달 미국 연방법원에 뉴욕의 한 군납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소송에서 주장하는 금전적 피해액이 6만 달러 상당에 불과하다는 점은 물론 피해 자체가 10여년 전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볼 때 더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조달본부와 계약을 체결한 미국 회사가 한국 공군에게 하자물품을 공급했다는 것. 하자품 매수 사실을 발견한 한국 정부는 물품을 반송하고 문제 해결에 노력을 했으나 미국 회사가 이를 일체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매입대금 반환 판정을 받아냈으며 미국 법원이 그러한 판정을 미국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소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사실상 미국 회사로부터 한국이 입은 피해는 돈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문제의 하자품이 ‘호크’와 ‘나이키’ 등 당시 한국군이 실전 배치한 방공무기 미사일의 수리부품이라는 사실과 이 부품의 문제는 결국 미사일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현실 때문이다.
최근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입증했듯이 한국은 현재 북한과 무력 대응 중이다. 언제 어디서 북한이 무슨 무력 도발을 일으킬지 모르는 정전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국이 국방을 위해 배치한 무기들은 국군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세이프티 네트’(safty net)인데 이들 무기 관리유지를 위해 매입한 부품이 하자품이었다는 사실은 단순히 넘어갈 사건이 아니다.만일 국방부조달본부가 미국 회사로부터 매수한 물품이 하자품이라는 사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실제로 무기에 장착했다고 생각할 경우 끔찍스럽기까지 한 사건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조달본부는 하자물품을 매수한지 무려 8년 반이 지난 뒤인 2007년 6월에서야 ‘대한상사중재원’에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그 결과 2007년 12월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판결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년이 지난 뒤인 지난 해 12월에서야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한국정부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근 10여년간 해결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얼마나 국방에 안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 2009년 12월 “무기 구입과 조달, 병무 관련 업무 등은 현재 구조에서는 근원적으로 비리가 생길 틈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만일 그의 발언이 그동안 발생한 ‘하자군수품’ 매수 문제를 뒤늦게나마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1월과 12월 미 연방법원에 잇달아 소송을 제기한 한국 정부의 조치로 이어졌다고 한다면 ‘베터 래이트 댄 네버’라는 미국 속담에서 안위를 찾아본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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