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多産)의 상징인 토끼 해여서인지 토끼처럼 귀여운 아기들이 고고의 합창을 울리고 있다. 지금 지구촌에선 아기가 1초에 5명씩 탄생하고 있다. 한국 같은 저출산국엔 꿈같은 얘기지만 유엔 인구시계는 올 연말 세계인구가 70억명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고한다.
아기들이 예년보다 좀 많이 태어나는 것 같긴 하지만 새삼스러울 건 없다. 창조주가 모든 피조물들에 부여한 종족번식 본능에 따라 천지개벽 이후 계속 있어온 현상이다. 필자는 오히려 아기들과 마찬가지로 새해 들어 양산되고 있는 미국 노인들에 관심이 쏠린다.
퓨 연구센터는 올해 65세가 되는 미국인이 1월1일부터 매일 1만명씩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달에 30만명, 1년에 360만명씩 2029년까지 18년간 계속된다는 얘기다. 65세는 정부에 은퇴연금(소셜시큐리티)을 신청해 실질적으로 노인대접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다.
이들이 바로 미국을 주름잡아온 ‘베이비부머’들이다. 30년대 대공황 등 역경을 헤쳐 나온 미국인들이 2차 세계대전 종료직후 평화와 번영의 희망 속에 마치 경쟁하듯 출산했던 자녀들이다. 베이비붐은 1946년부터 시작돼 경구피임약이 보편화된 1964년까지 지속됐다.
이 18년 동안 태어나 금년에 47~65세가 되는 베이비부머들이 무려 7,900여만명으로 미국 전체인구(3억870만명)의 26%를 점한다. 격동기였던 60년대 중반이후 미국의 변화를 주도해온 베이비부머들이 이제 60대 중반 나이에 접어들면서 베이비시터로 변모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통상적 한 세대(25년)보다 짧지만 워낙 수가 많아서 세대 특성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록큰롤을 직접 만들지 않았지만 그것을 극대화했고, 인권운동을 선도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여성 및 동성애자 인권신장과 낙태자유 문제로까지 확대시켰다. 월남전에 앞장서 반대한 ‘히피’ 베이비부머도 많지만 월남전에서 전사한 부머들도 많았다.
‘부머 국가: 사상 최대, 최고부자 세대가 변화시킨 미국’이라는 책을 쓴 스티븐 길런은 “부모가 말을 시킬 때만 말하고 다른 때는 침묵하도록 양육된 이전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들은 벤자민 스포크 박사의 신 자녀양육지침서에 따라 독립된 인격체로 대접받으며 자랐고, 당시 보편화되기 시작한 텔레비전의 상업광고 홍수에 직접 노출된 첫 자녀세대이기 때문에 자기주장이 활달한 반면 응석받이들이 많다”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특성을 간추렸다.
베이비부머들은 거의 반세기에 걸쳐 미국을 변모시켜왔지만 앞으로도 이들의 ‘집단은퇴’가 18년간 미국에 끼칠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길런의 지적처럼 응석받이인 탓인지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은 노후대책이 막연하다. 62세부터 은퇴연금을 앞당겨 할인해 받는 사람이 많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살률이 높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신청하는 65세(실제 수령은 66세부터) 이상의 미국인이 현재는 전체인구의 13%에 머물러 있지만 마지막 베이비부머(현재 47세)들이 65세가 되는 2030년엔 그 비율이 18%로 늘어나게 돼 소셜시큐리티 연금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에도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다. 한국동란이 일단락된 1955년부터 군사독재가 본격화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14만여명을 지칭한다. 이들 중 이미 명퇴 당하지 않은 사람은 2013년부터 은퇴한다(58세 정년기준). 일본에서도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 다산현상이 시작돼 1949년까지 680만명이 태어났다. 이들은 2016년부터 은퇴한다(70세 정년기준).
베이비부머들보다 간발 앞서 태어난 필자도 실질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즐기며 했지만 저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은퇴를 코앞에 두고서야 난감해하는 대다수의 베이비부머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윤여춘(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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