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은 뉴욕에 ‘한식 한류’가 어느 해보다 거세게 몰아쳤던 한해였다. 정부 기관과 현지 한식당들은 다양하고 풍성한 한식 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한식이 주류사회에 소개됐다. 유난히 많았던 각종 푸드 페스티벌에도 한국 음식은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다양한 한식 행사와 한식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2세 요리사들의 출현이 기대되고 있다.
대형 비빔밥 만들기는 뉴욕에서 열리는 음식행사에서 단골 이벤트로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아시안 푸드 페스티벌’에서 참석자들이 500명분의 비빔밥을 비비며 즐거워하고 있다.
■ 주류 언론의 커다란 관심
지난해 연말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인기 아침 프로그램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앵커 주주 장은 떡국 만드는 법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떡국은 굉장히 쉽게 만들 수 있다”며 “아이들이 떡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강조한 주주 장이 한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제 방송이나 주류 언론에서 한식 관련 보도를 접하는 것은 전혀 낯선 풍경은 아니다. 그만큼 관심이 높고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라는 반증이다.
한국문화원이 뉴욕타임스의 한국 관련 기사만을 묶어 매년 발행하는 ‘코리안 웨이브’에도 한식 관련 기사의 양과 내용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맵고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신기한 음식’이나 ‘불고기와 갈비’ 차원에서 다뤄지던 한식이 이제는 한국의 경제, 문화적인 성장에 힘입어 주목할 만한 아시안 푸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느낌이다. 자극적이면서 중독성이 있는 맛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건강이라는 컨셉에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코리안 웨이브의 주인공들은 몇몇 스타 요리사에만 한정되지 않고 그린 마켓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일반 한인, 트럭을 몰고 거리에 나선 젊은 기업가도 포함되었다.
올해는 월초부터 한식이 대대적으로 방송을 통해 소개된다. 맨해튼에서도 5곳뿐인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장 조지’의 오너 셰프 장 조지 봉게리히텐이 출연하는 한식관광 프로그램 ‘한국의 맛과 멋’(Stop and Bop Korea)‘이 PBS에서 방영된다. 무려 13부작이다. 이 프로그램은 장 조지와 그의 한국계 부인 마르자가 한국의 맛을 찾아다니며 그 비법을 배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 한식세계화 추진 위원회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한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는 단체명 그대로 한식 세계화에 현지 한인 식당들이 앞장선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유성 aT센터 지사장은 “한식 세계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외국인 손님인데 그들과의 접점은 결국 현지 식당”이라며 “전진기지로서 한식당이 앞서 나가고, 정부는 서포트 역할을 하는 바람직한 모델이 마려된 것”이라고 추진위 출범의 의의를 말했다. 유지성 위원장은 “한식은 중독성 강한 건강식품이기 때문에 일단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면 그 성장 가능성은 무한
하다”며 “한국산 제품 중 세계 최대의 경제 국가 미국을 점령할 수 있는 건 음식”이라고 역설했다.
한식 세계화의 당위성과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고 “정부차원의 지원과 현지 식당, 식품 업체들의 협력으로 한식을 일식에 버금가는 세계인의 음식으로 발전시키자”고 다짐했던 추진위는 출범식에서 13개 분야의 구체적인 활동 목표들도 제시됐고 지난해 상당부분이 진행되었다. 올해는 외국인 전용 음식 메뉴판 제작, 한식 메뉴 레시피 표준화, 외국인 전용 웹사이트 개설, 조리장 교육 등 더욱 구체적인 사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큰 성과를 거둔 ‘코
리아데이(Korean Food & Culture Festival)’는 올해 7월 2회 개최를 목표로 추진중이며 ‘한식종사자 교육과정’도 계속 진행된다.
■ 다양한 푸드 페스티벌
지난해 9월 뉴욕 최초로 열린 ‘한국 전통 사찰음식의 날’이 소호에서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조계종에서 온 승려들과 현지 CIA 요리학교 한인 학생들이 3색연근밥, 호박죽, 호박전, 두부전, 5색국수 등 정성스럽게 준비한 40여가지 음식을 현지 정치인들과 음식 전문가, 미디어 관계자 등 300여명의 참석객들에게 대접했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대형 행사도 한식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제1회 아시안 푸드 페스티벌’, ‘아시안 피스티발(Asian Feastival)’ 등 지난해 유난히 많았던 음식 축제에서 한식이 이미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도 알찬 성과였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aT
센터, 문화원 등의 기관들이 이를 한국 홍보의 장으로 십분 활용했고, 더 중요한 것은 각 식당들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결과였다. 올해도 3월 이후부터 새로운 컨셉의 아시안 푸드 행사가 맨하탄, 플러싱을 중심으로 열릴 예정이며 지난해 시작된 아시안 레스토랑 위크에도 참여 식당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식에 대한 관심은 한인 식당과 요리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뉴욕에서 열리는 거의 푸드 행사에 관여하는 기획자 웬디 첸씨는 “아시안 음식에 관한 행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한국 음식이 얼마나 건강하고 맛이 뛰어난 지 발견했다”며 “특히 마늘, 인삼, 김치 등 한식의 주요 재료들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유통 경로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며 “셰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미디어, 요리 교육자 및 각 분야의 트렌드 세터들에게 한식을 소개하는 기획을 계속 내나가겠다”고 밝혔다.
■스타 셰프들
모모후쿠 식당의 데이비드 장(장석호)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됨으로서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셀리브리티 셰프의 반열에 올랐다. 2008년 LA에서 ‘고기 비비큐(kogi BBQ)’ 트럭을 운영하며 ‘한국식 타코’로 주목받은 로이 최씨는 최고 권위의 음식전문지 ‘푸드 앤드 와인’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새 요리사로 뽑히면서 역시 전국적인 명사가 됐다. 이처럼 주류 요식 업계에서 한인들의 활약이 눈부셨고 이들의 활동에 자극을 받은 미래의 스타 요리사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0 국제외식산업박람회(NRA 2010 Show)’에서 한식을 시연한 요리전문방송 ‘푸드 네트웍스(Food Networks)의 인기 요리사 데비 리(Debbie Lee), 뉴욕타임스의 주목받는 요리사로 선정된 빌 김(Bill Kim),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이 최우수 요리사로 인정한 에드워드 리(Edward Lee) 등이 올해에도 기대주들이다. 유명 요리사 허버트 켈 리가 "한 두가지 음식을 홍보하는 데 의존하지 말고 스타 셰프를 키워 한식의 이미지부터 높여라"고 조언한 것처럼 이들의 활약은 올 한해 한식 이미지 제고에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스타쉐프 장 조지(오른쪽)와 한국계 부인 마르자(한국명 말자)가 PBS를 통해 올초부터 한식 알림이로 나선다.
■ 2세들의 활약
한국식 갈비, 불고기와 멕시칸 전통 옥수수 음식 토틸라를 결합한 ‘코리안 타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2년전 처음 선을 보인 한식 타코는 애틀랜타, 포틀랜드, 인디애나, 필라델피아 등 전국으로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버팔로 윙이나 캘리포니안 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이 최씨의 성공에 자극받은 한인 1.5세와 2세들은 전국에서 속속 유사한 트럭과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1.5세 2세 젊은이들은 김치를 본격적인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김치의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린,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각종 퓨전 메뉴들이 다양화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직 싱어 겸 DJ인 2세 오기림씨는 모친에게 배운 김치 담그기 기술을 바탕으로 2년전 마마오스 김치를 설립했다. LA에서 20여년간 운영되고 있는 유명 한식당 장모집의 딸인 전혜원씨는 장모김치를 홀푸드 마켓에도 진출시켰다. 뉴욕시 전역을 누비고 있는 푸드트럭 ‘코릴라BBQ’의 에디 송, 앤드류 장 공동대표도 20대 초반의 패기 넘치는 2세들이다. 이들에게 2010년이 출발의 해였다면 2011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이고, 이들보다 더 젊은 2세들을 한식의 길로 끌어들이는 구심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 보완해야 할 점
이처럼 정부 기관들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 한식당들의 새로운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식의 인지도는 일본, 중국, 타이, 베트남 등 뉴욕에서 일반화 된 아시안 푸드들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뉴욕시 안내 사이트인 해롤드스퀘어호텔 닷컴이 ‘숨겨진 세상(Hidden World)’, ‘고
립된 곳(Insulated)’으로 표현했듯이 여전히 홍보가 더 필요한 32가 한인타운이지만 인근 호텔에 한인 레스토랑 안내도가 비치된 곳이 드물다. 문화원이 1월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식 가이드북(가제)’는 이런 문제점을 다소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이전처럼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가장 가까운 교통편 안내를 포함해 ‘한권만 있어도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직접 찾아가게 만드는’ 목적을 담고 있다. 120여 뉴욕, 뉴저지 식당을 소개하고 5,000부를 제작, 배포 후 웹사이트도 제작할 예정이다. 번영회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었지만 관광객들에게 보다 어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유흥가로 느껴지고 32가의 무질서한 분위기도 좀 더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부터 50억원의 예산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정부 운영의 ‘플래그쉽 한식당’은 찬반 논란에 쌓여있다. 여전히 고급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는 한식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이미지를 심어줄 지 지켜볼 일이다. <박원영 기자>
■ 반 레스토랑 최영숙 대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식 교육이 우선이죠”
반과 우래옥식당의 최영숙(사진) 대표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식 조리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한식관련 세미나, 비빔밥 광고, 교육 프로그램 등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한국정부와 미주 한인들의 노력이 대단했지만 타인종이 와서 우리나라 음식을 배우는 것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아쉬움 역시 남는 한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꾸준한 교육이 한식을 전파하는 효과적인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장차 한식당 운영을 꿈꾸는 한인들에게 기존의 틀과 한인 타운을 벗어나야 주류 사회를 파고 들 수 있다는 충고를 남겼다. 최 대표는 “한인타운을 벗어난 공항, 다운타운 등 현지인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한식을 팔아야 타인종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불이 귀하던 시절에는 굽고 볶는 요리대신 무치는 종류의 한식이 발달을 했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맛과 재료는 그대로 유지하되 조리법, 모양 등을 좀 더 다양화시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42가 타임 스퀘어에서 진행됐던 비빔밥 광고처럼 홍보활동 역시 장기적으로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1974년 LA에 우래옥을 세운 시어머니 고 이춘봉 여사의 가업을 이어받아 1990년 우래옥 베버리 힐즈 지점 개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에 총 6개의 우래옥과 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뉴욕의 우래옥과 반에는 타인종 고객이 평균 90%를 차지하는 등 미 주류 사회에 가장 성공적으로 파고든 한식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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