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경력 할머니 아티스트의 수채화 카드 고수
최신 트렌드 분석하며 디지털 e-카드 시장 개척
금년 크리스마스가 채 오기도 전부터 홀마크 카드사는 마치 패션계처럼 내년 작품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 카드의 제작방향의 큰 줄기는 정해졌다. 우선 “Happy Holidays” “Seasons Greetings”처럼 일반적 문구가 쓰인 카드는 줄어들 것이다. 기독교 색채를 없애기 위해 “Merry Christmas” 대신 이런 인사말을 써야한다는 주장이 지지보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동물그림으론 북극곰 대신 펭귄이 많이 등장할 것이고 빨강은 스칼렛 보다는 체리 레드가, 녹색은 모스그린(이끼 빛)보다 에메랄드그린이 자주 쓰일 것이다. 애완동물 애호가들을 위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선물 보낼 여유가 안 되는 사람들의 형편을 재치 있게 전해 줄 카드도 많아진다. 그리고 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카드 속 메시지는 차분해질 전망이다.
“우린 내년을 희망에 찬 계절(hopeful season)이라고 부른다”고 홀마크의 크리스마스카드 편집 디렉터 쉐릴 게인스는 말한다. “merry라는 단어도 많이 쓰지만 내년 역시 모든 사람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는 못 될 수 있으니 ‘희망’을 섞어 넣도록 명심하고 있지요”
미주리 주 캔사스시티에 위치한 미국의 대표적 카드회사 홀마크는 판매 데이터와 트렌드 분석 그리고 회사가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소비자 리서치 결과 등에 근거해 다음해의 작품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엔 좀 다르다. 벌써 반세기 넘게 변함없이 제작되는 카드들이 있다. 미국 전국 곳곳 각 가정의 우체통에 전달되어 벽난로 위에 전시되는 언제나 인기 있는 품목이다. 그중 하나가 동물과 천사들의 사랑스런 모습을 담은 수채화로 ‘Mary’라는 단순한 서명이 들어있는 카드, 매리 해밀턴의 작품들이다.
“매리는 말하자면 카드업계의 록 스타”라고 홀마크의 창작팀을 이끄는 테리 앤 드레이크는 말한다. 매리는 카드에 자신의 서명을 넣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스터 아티스트’ 중 하나로 팬레터도 많이 받는 다는 것.
자그마한 몸집에 수줍은 매너로 늘 조용한 74세 미망인 해밀턴은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높고 추종자도 많아 “홀마크의 쉐어”로 불리기도 한다.
설립 100주년을 맞은 홀마크에서 해밀턴은 55년 동안 아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3,000개가 넘는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주 4일 일하는 그는 홀마크의 1만3,400명 종업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최장수 직원이다.
크리스마스는 1년 중 카드업계의 가장 큰 대목으로 꼽힌다. 지난 한 해 동안 팔린 카드는 약 1억5,000만장, 그중 절반이 홀마크의 상품이라고 회사의 대변인은 말한다. 홀마크의 ‘크리스마스’는 몇 달간 계속된다. 미국인들이 모든 선물을 풀고 각 가정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치워진 훨씬 후까지도 카드제작을 담당한 아티스트와 카피라이터들은 내년 작품의 마지막 결정을 위해 금년의 데이터와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느라 크리스마스와 작별하지 못한다.
홀마크도 불경기의 칼바람을 비껴가진 못했다. 대목인 할러데이를 맞았지만 모든 게 불안하고 불확실하긴 이곳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째 수입 감소와 감원으로 고군분투중이다. 요즘의 마케팅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카드를 특별한 때만이 아니라 일상 속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미국의 가정과 함께 지켜온 ‘전통’을 유지해 가는 한편 빠르게 달려가는 시대에 맞춘 변화도 모색하며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엔 카드봉투를 우송료 프리페이드로 하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정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홀마크 카드를 구시대의 산물로 밀어내고 있는 디지털 e-카드 마켓도 뚫어보고 있다.
19세에 입사한 해밀턴은 그러나 회사의 미래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변화를 목격해 왔다. 그녀가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현재의 CEO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었고 컴퓨터가 회사를 바꾼 것도 그 후 수 십 년이 지난 후였다.
하긴 그녀의 책상에선 시대의 변화를 읽기 힘들다. 여전히 팔레트에서 물감을 찍어 테디 베어와 작은 천사들을 그려내는 그녀의 손길은 50여 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작업 데스크 뒤에 놓인 컴퓨터는 거의 쓰는 일이 없다.
아무리 하이테크가 밀려와도 카드는 한참 더 우리 생활 속에 머물 것이라고 매리 해밀턴은 예언한다. “사람들은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을 좋아하니까요”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매리 해밀턴이 그린 1970년대 카드
카드회사 홀마크에서 55년간 아티스트로 수채화 카드를 그려온 매리 해밀턴.
컴퓨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해밀턴이 붓으로 카드의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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