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옷차림 다 비침 비침/ 땡큐! 내 시력을 올려줘”(‘호르몬 전쟁’·2014) 데뷔 초 방탄소년단(BTS) 노래 가사다.
이런 세계관에 머물렀다면, 그저그런 아이돌그룹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소우주’·2019) 2018년부터 내놓은 시리즈 앨범 제목 ‘Love Yourself’처럼, 포용, 다양성, 자기해방의 세계관을 장착한 뒤 글로벌 스타가 됐다.
■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들리는 이야기는 그러나 온통 통제, 단속, 금지에 관한 것이다.
특공대 등 경찰 6,500명 투입, 테러 대비 검문·검색 실시, 도로 최장 33시간 통제, 인근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출입구 폐쇄, 따릉이 대여 중단, 건물 31곳 출입 제한, 공공시설 휴관… 누군가는 주말 나들이를 포기했고, 누군가는 출근을 위해 먼 거리를 걸어야 할 판이다.
“BTS가 뭔데?” 소셜미디어엔 성토가 쏟아지고, 팬덤 ‘아미’는 가슴을 졸인다.
■ 20여 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니,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폐쇄적 쇼케이스’가 되고 말 거였다면, 공공의 공간을 열어 줄 필요가 있었을까.
시민의 양식과 자율성을 불신한 나머지 행정력이 통제하는 광장을 광장이라 할 수 있나.
“하루도 못 참냐”고 하지만, 왜 참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합의도 없었다. ‘관광수익 등 경제효과’ ‘K팝 홍보를 통한 국격 상승’을 위해 시민이 희생하라는 요구는 낡았다.
■ 이번 공연을 ‘국가적 행사’로 보는 발상 자체가 촌스럽다. ‘관’의 개입은 문화예술을 시들게 한다. 어느 여당 의원은 “왜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 넷플릭스가 공연을 독점 중계하나. 앞으로는 대형 K콘텐츠 중계 전에 정부 승인을 받으라”고 했다.
이게 ‘관’의 수준이다. BTS는 한국의 자랑이지만 한국의 자산은 아니며, 그들의 춤과 노래는 국위선양을 위한 것일 수 없다. “전체주의적 사고가 K팝을 내부에서 붕괴시킬 수 있다”(‘K-POP 원론’ 저자 노마 히데키)는 경고가 현실이 되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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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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