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예맨 발 수송기서 폭발물 발견 이후
테러분자들 화물수송기 테러에 이용 위험 커져
9.11 테러 이후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승객에 대한 보안 검색은 점점 엄하게 강화되었다. 비행기를 타려면 이제 승객들은 검색대 앞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고 모든 액체는 작은 용기에 담긴 것만 소지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벨트를 풀어야 하고 트렁크에서 랩탑을 꺼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전신 검색대 앞에 서야 하고 손으로 몸을 더듬는 검사도 받아야 한다. 비행기 여행 한번 하려면 수모에 가까운 검색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제 승객 뿐 아니라 항공 화물에 대한 검색도 강화될 조짐이다.
지난 10월 예맨 발 화물 수송기에서 잉크 카트리지 안에 숨겨진 폭발물이 발견된 이후 화물 수송기의 보안 검색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00억 달러 규모의 화물운송업계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화물에 대한 검색이 비행기 탑승객에 대한 검색과 같이 당장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화물 운송업계가 연중 가장 바쁜 시즌인 지금 정부와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화물 검색을 강화하면서도 전 세계 비즈니스 거래에 없어서는 안 될 항공화물 산업을 마비시키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느라 고심 중이다.
하지만 화물운송업계에도 변화가 멀지 않았다. 화물수송기 안전이 전반적 항공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부들이 이 문제에 매달리겠다고 선언했고, 미 연방의회 의원들은 화물기에 대한 검색 대폭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항공화물 업계는 한 가지에 대해서만은 단호하다. 바로 모든 화물을 조사하는 것에 대한 반대이다. 매일 발송되는 엄청난 양의 화물들을 모두 조사할 만한 공간이 대부분 공항에는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썩기 쉬운 상품이나 의료용품 같은 물품들은 공항 검색을 위해 오래 지체되다보면 상할 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 보장을 위해 업계의 비즈니스를 존폐 위기로 몰아야 하는 가, 그것이 해묵은 난제”라고 연방항공청의 전 보안담당국장 빌리 빈센트는 말한다.
탑승객들에 대한 검색은 화물 검색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전 세계 1,600여 공항에서 탑승객들을 보안 검색대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화물은 무수히 많은 출처에서 보내지고, 내용물 또한 신선한 청과물부터 의료용품, 전자제품 등 종류가 무수히 많다. 화물운송업계 자체도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수신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DHL, UPS, 페덱스가 있고, 화물 전용 수송기가 있는 가하면 승객용 항공기의 화물칸을 빌려 사업하는 운송업체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탑승자 보안검색 담당 기관인 연방 교통안전청은 항공화물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화물에 대한 검색을 주로 화물운송업계 자체에 맡기는 것이다. 미국에서나 해외에서나 화물에 대한 검사는 화물운송 회사나 항공사 측에 의해 공장이나 창고에서 실시된다.
교통안전청이 화물 보다는 승객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예산 배정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회계연도 항공기 보안 예산으로는 52억달러가 지급된 반면 화물 안전 예산으로는 1억2,300만달러가 지급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승객들을 위한 새로운 보안 절차들은 9.11 직후 채택된 반면 항공기 짐칸의 화물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한 법안은 2007년에야 연방의회를 통과했다. 이 새로운 규정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규를 작성한 에드워드 마키 연방하원의원(민·매서추세츠)은 화물기 안전에 아직도 구멍이 뚫려 있다고 주장한다. 항공 화물의 85%를 차지하는 화물 수송기 내 화물에 대해서는 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맨 사건 발발 후, 마키 의원은 모든 화물수송기로까지 검색을 확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살상 플랜 배달장치로 화물 수송기로 돌아서고 있다. 수송기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최근 말했다. 지금처럼 허술하게 내버려 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화물수송 전문가들은 일괄적 검색 보다 선별적 검색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위험 국가로부터 오는 소포나, 기록이 없는 업체로부터 익명으로 부쳐진 꾸러미, 혹은 현금으로 지불된 화물 같은 것들이다. 정기적으로 상품을 발송하는 자리 잡힌 기업들은 위험 요소가 적으니 보안 검색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들어오거나 해외로 나가는 모든 화물수송기들의 화물을 일일이 검색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수송기 안전이 100%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고 업계 측은 말한다. 누가 무엇을 어디에서 발송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에는 심각한 구멍이 있다. 미국에서 이륙하는 승객용 항공기의 화물에 대해서는 검색이 이뤄지는 반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항공기의 화물에 대한 검색은 그처럼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수준의 검색은 2013년부터 실시된다. 지금으로서는 국제선 항공기 화물의 65% 정도에 대해서만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 예맨 사건 이후 미국은 예맨과 소말리아로부터의 화물 수송을 금지했다. 유럽 연합 역시 유럽 밖으로부터 오는 항공 화물에 대한 검색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DHL, 페덱스와 같은 속달화물 회사들은 자체 보안 검색 절차를 개발했다. DHL의 경우, X 레이, 폭발물 탐지기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소포들을 검사한다.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소재한 DHL에는 방사능 탐지 장치도 갖춰져 있다.
속달 화물 시스템은 순조롭게 잘 돌아간다. 예를 들어 이번 주 어느 이른 아침, 독일 발 DHL 화물수송기가 케네디 공항의 얼어붙은 정적을 깨고 착륙했다. 수송기 속에는 유럽으로부터 온 4,000개의 소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 착륙 2시간 만에 모든 소포들이 분류되고 배달 트럭에 실려 월스트릿 은행들, 맨해턴 가게들, 뉴저지의 가정집들로 향했다.
미 정부 당국은 이 수송기의 적하 목록을 4시간 전에 받은 후 단지 11개 소포에 대해서만 검사를 요구했다. 화물 안전과 원활한 비즈니스 사이의 균형을 잘 잡은 일처리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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