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의 20여개 우체국들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를 독지가들에게 전해 선물과 답장 편지를 보내주도록 하는 `산타 작전’(Operation Santa)을 전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샌타애나 우체국에 전시된 어린이들 편지.
어린이들 산타에게 보낸 편지 생활고 등 애절한 사연 많아
미국에서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어지자 어린이들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 대신 겨울 코트 등 기본적인 생필품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USA투데이는 15일 미 전역의 어린이들이 북극에 사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앞으로 보낸 편지를 분류하는 우정공사(USPS) 직원들의 말을 토대로 이같이 고단한 연말 풍경을 전했다.
어린이들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바비 인형, 비디오 게임, 컴퓨터 대신 코트, 양말, 구두 등을 선물로 원한다고 쓴 경우가 많았다.
뉴욕시의 중앙 우체국을 비롯해 미 전역의 20여개 우체국들은 현재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를 독지가들에게 전해 어린이들이 원하는 선물과 답장 편지를 보내주도록 하는 `산타 작전’(Operation Santa)을 매년 전개하고 있다.
이 우체국의 고객담당 매니저인 피터 폰테나를 비롯해 22명의 직원들은 올해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200만통의 편지를 처리하느라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15년째 산타 작전에 참여중인 폰테나 매니저는 “올해는 기본적인 생필품을 선물로 원하는 어린이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한 어린 소녀는 자기 선물은 필요없고, 대신 `엄마의 겨울 코트를 선물로 보내주세요’라고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 7세의 세자르는 “올해는 우리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돈이 없으시다”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저와 여동생에게 장난감과 옷을 선물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부 편지 중에는 일자리를 잃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선물을 사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내용도 들어있고, 전기료가 체납되어 전력회사로부터 받은 단전통지서를 동봉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산타의 선물을 원하는 편지는 늘고 있는 반면, `비밀 산타’로 이들에게 대신 선물을 기부하는 독지가들은 줄고 있어 어린이들의 바람이 모두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카고 우정국의 경우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 중 절반 정도는 답장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와! 현금 주는 산타”
캔사스시티 `비밀 산타 2세’
노숙자 등에 100달러 나눠줘
미주리주 캔사스시티에 14일 `비밀 산타 2세’가 등장해 시민들에게 100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며, 이 도시에서 오랜 전통이던 `원조’ 비밀 산타의 선행을 이어갔다. 사실 비밀 산타 2세가 등장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도래 직후이다.
원조 비밀 산타는 지난 200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래리 스튜어트. 그는 생전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 차림을 하고 돌아다니며 어려운 이웃에게 100만달러 이상씩을 나눠 줬었다.
‘비밀 산타 2세’도 흰 가짜 수염을 얼굴에 붙이고 빨간 모자를 쓴 채 이날 중고품 할인점, 무료 급식소, 노숙자용 숙소 등을 돌며 모두 1만달러 이상을 기부했지만 역시 생전의 스튜어트처럼 익명을 고수했다.
뜻하지 않게 그의 돈을 받은 말기암 환자인 경찰관, 낡은 샤핑카트를 밀고 가던 노숙자, 그리고 아이 2명의 어머니이지만 실직한 32세의 여성 등은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거나 혹시 가짜 돈은 아닌지 의심하거나, 통곡하기도 하는 등 실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두 아이의 어머니는 산타가 200달러를 건네자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받을 수 없다”고 하다가 산타와 동행한 ‘요정’중 한 사람이 100달러를 더 건네자 “한 아이에 선물 하나 밖에 못 사줄 형편이었는데 지금은…”이라며 그만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몇 걸음 떨어진 채 산타를 따르던 캔사스시티 소방서장 레이 윈이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느냐”고 묻자 두 아이의 어머니는 “지금은 믿어요, 믿어요”라고 답하기도했다.
비밀 산타 2세도 원조 비밀 산타처럼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달에 4만달러 정도를 쓸 것으로 보이며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후퇴, 실업, 이런 걸 보면 지금은 멈출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중고품 할인매장에서 산타를 만난 페기 포터(59)라는 여성은 그와 몇마디 대화를 하다간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1년반 전 아들을 잃고는 지난 7월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직후 딸마저 여의고는 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힘들고 장례비 갚느라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
산타가 200달러를 건네며 가리킨 포터가 들고 있던 포스터엔 “베풂의 친절은 사랑을 낳는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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