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며 겨자 먹기로 ‘깡통주택’ 페이먼트 하는 소유주들
거의 2년간 주택차압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이로 인해 한때 잘 나가던 가정들이 고통에 빠지고 대출기관들은 적자에 허우적댔다.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격이 거품 붕괴 전보다 훨씬 낮은 주택에 페이먼트를 계속 하고 있는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일지 모른다. 이런 소유주들이 페이먼트를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가 아니라 반대로 페이먼트를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크레딧 걱정에 집 내던지지 못하고
밑 빠진 독 물 붓는데 수십억달러
전국적으로 1,500만명에 달해
왜냐하면 물속에 잠겨 있는(가격이 모기지 잔액보다도 낮은) ‘깡통주택’들이 소비에 쓰일 수 있는 수십억달러의 돈을 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들은 재정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것은 주택시장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깡통주택 소유주들 가운데 약 780만명이 올 1분기 자신의 주택가치보다 최소한 25%가 더 많은 모기지를 현재 안고 있다고 무디스 사는 밝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67만2,000명, 플로리다의 42만4,000명, 일리노이의 12만1,000명을 포함해 400만명 이상의 주택 소유주들은 주택가치보다 무려 50% 이상 더 많은 모기지를 안고 있다. 이들의 마이너스 에퀴티 평균은 10만7,0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현재의 전국 평균 모기지 이자율인 4.25%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직업이 있기 때문에 페이먼트를 계속할 수는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융자액이 너무 많아 재융자를 할 수 없으며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도 불가능하다.
보통 융자도 받기 힘든 상황이다. 집을 팔 경우 엄청난 손해가 날 것은 뻔하다. 그렇다고 이들은 실직자와 다른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연방 재무부의 융자 재조정 프로그램을 신청할 자격도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헤더 하인스(37)와 그녀의 남편이 처해 있는 상황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이들이 2004년 43만달러에 구입한 캘리포니아 샌타로사의 타운하우스에 걸려 있는 모기지는 41만5,000달러이다. 몇 주 전 집 감정을 했더니 24만6,000달러 가치로 나왔다. 지난해 보다도 더 떨어진 상태다.
이들 부부는 두 아이가 틴에이저가 되면 좀 더 큰 집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물 건너갔다. 새 지붕을 해야 하는 데도 1년 이상 미루고 있다. “집 가치가 모기지보다도 적은 상태에서 이런 투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남편처럼 시청 플래너로 직업도 갖고 있고 대학 학위도 있는 하인스는 말했다.
이론적으로 하인스 부부는 집을 던지고 나갈 수 있다. 그들 수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중단하면 된다. 그러나 연체는 크레딧을 망가뜨리고 다른 부정적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페이먼트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인스는 말했다.
그러나 이게 문제의 끝은 아니다. 하인스 가족의 재정상황은 커뮤니티와 나아가 더 큰 경제에까지 여파를 미친다. 부동산 시장은 주택소유주들이 집을 팔고 더 큰 곳으로 옮겨가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움직임 없이는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그런데 하인스 가족은 새로운 지붕 공사를 미루고 있으며 이것은 그 지역의 지붕업자들의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침체 전 수백만 가정들이 했던 주택개조 공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로 인해 아주 많은 로컬 비즈니스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집에 걸려 있는 부채에 눌려 하인스 가족은 크레딧 카드 사용에도 신중해질 것이다. 여름철 전가족 휴가? 이런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하인스는 말했다.
이런 정서를 전국의 수백만 가정으로 곱해 보면 그것은 소비감소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의 70%는 소비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침체 후 소비를 줄인 많은 가정들은 이전 수준으로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뉴욕 연방은행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나타나고 있는 절약현상은 지난번 경기침체 후 회복 첫해와는 아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번 경기침체 직후에는 주택분야와 소비자 지출이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주었다. 주택 신축은 건설과 금융부문 일자리를 만들어주었으며 유리와 목재, 가구, 가전제품 등 제조업과 서비스 부분을 활성화 시켰다.
정상적인 시기였다면 미국은 매년 170만채의 새로운 주택을 건설했겠지만 올해에는 60만채에 불과하다고 전국 주택건설업자협회 경제학자인 데이빗 크로우는 밝혔다. 그는 주택건설이 원래의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3년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독립하거나 가정을 꾸리지 않은 채 돈을 절약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족 혹은 친구와 지내는 젊은이들이 두 배나 늘었다. 나이 든 미국인들은 가장 큰 재산인 주택가격이 회복되길 기다리며 되도록 오래 일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부동산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주택가격이 매년 3%씩 오른다면(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하인스 가족의 집 가치가 모기지 액수와 같아지는 데는 11년이 걸리게 된다.
현재 6.5% 이자를 내는 하인스 가족이 만약 재융자를 한다면 한 달에 600달러 정도를 절약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승인에 부정적이다. 소유주가 페이먼트를 연체하거나 장기연체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가 아닌 다음에는 연방정부의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원금을 깎아 주거나 이자율을 낮춰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캘리포니아 모기지업체 연합회의 전 회장인 프레드 아놀드는 “이들은 완전하게 배제돼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먼트를 중단하면 융자 재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방정부가 금융기관들의 재융자를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돈이 경제로 즉각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요지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기대하기 힘든 카드다.
경제학자들은 궁극적으로 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주택소유주들이 집을 포기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면 이들 가정과 주택시장, 그리고 전체 경제의 스트레스는 계속 늘어갈 것이다.
올 62세인 마이크 세이트-저스트에게도 별다른 여지가 없다. 2007년 그는 팜스프링스 인근의 23만달러짜리 원 베드룸 콘도를 12만5,000달러 다운페이로 구입했다. 카운티 관계자는 이 콘도의 현 가치를 8만7,000달러로 감정했다.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을 사용하는 바람에 부채는 14만3,000달러가 돼 있다. 집 가치보다 3분의2가 더 많은 상태다.
연방 연금을 받게 되면서 페이먼트는 꾸려가지만 다른 여력은 없다. 금융기관에 재융자를 문의했지만 부채가 주택 가치에 비해 너무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할 수 없이 페이먼트는 계속 하면서 다른 것들을 줄이고 있다. 그는 “월마트와 99센트 스토어에 가서 식품과 제너릭 약을 구입하고 있으며 난방비를 줄이려 모포로 몸을 감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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