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거래 자동화의 명암
▶ 자동거래, 고객 편의성 높이지만
▶ 사고땐 규모 더 키우는 요인으로
▶ 불과 7분 사이에 4만명 고객 거래
▶ AI 확대따라 내부통제 강화 필요
단 7분 만에 토스뱅크 고객 4만 명이 반값에 엔화를 환전할 수 있었던 사고 배경에는 사전에 정해 놓은 환율 도달 시 자동 매수가 이뤄지는 서비스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 거래는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반대로 사고 발생 시에는 그 규모를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10일 발생한 토스뱅크의 엔(JPY) 환율 고시 시스템 오류 당시 이뤄진 거래의 대부분이 자동 환전 서비스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토스뱅크에서는 이달 10일 오후 7시 29분부터 7시 36분까지 7분간 엔화 환율 고시 시스템 오류로 100엔당 472원대 환율이 적용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정상 환율은 100엔당 934원대로 절반 수준의 환율로 엔화가 거래됐다. 이 7분 동안 반값에 환전된 엔화 규모는 28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거래 체결 고객은 4만 명가량으로 집계됐다.
4만 명에 이르는 고객이 단 7분 사이에 거래에 나설 수 있던 것은 토스뱅크의 자동 거래 서비스 때문이다. 토스뱅크가 제공하는 외화 환전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다. 환율을 보고 즉시 매수하는 직접 환전과 고객이 지정한 환율·주기·유효기간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매수·매도가 이뤄지는 ‘원하는 환율에 환전하기’, 매주 특정 요일에 조건부로 자동 매수되는 ‘외화 모으기’다.
이 가운데 이번 사태에서 대규모 거래를 촉발한 주된 경로는 ‘원하는 환율에 환전하기’ 서비스로 파악된다. 이 서비스는 토스뱅크가 고시한 환율이 이용자가 미리 설정해 놓은 환율과 일치하거나 낮을 때 자동 환전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통화별로 1일 1회 거래 체결만 가능하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사고 시간에 발생한 거래 대부분이 자동 환전 서비스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외 결제 시 외화 잔액이 부족할 경우 원화를 자동으로 환전해 충당해주는 ‘부족한 돈 자동 환전’ 서비스 이용자들도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해당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 모으기’ 서비스도 자동 환전 기능을 제공하지만 매일 오전 10시 환전이 이뤄져 이번 사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 환전은 아니지만 환율 알림을 설정해둔 이용자들이 급락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환전에 나선 것도 사고를 키웠다. 사고 당시 토스 애플리케이션에는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은 환율”이라는 알림 메시지가 일부 이용자에게 발송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동 환전 서비스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자동 환전 서비스는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아도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통화를 자동으로 매수할 수 있어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다만 이번 사태처럼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자동 거래 기능이 오히려 피해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 되는 만큼 고객 편의성과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화폐별로 환율 변동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자동 고시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며 “편의성 제공에 강점이 있는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이번 사고로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자동 환전 서비스 자체를 문제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내용을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자동 환전 서비스에는 편의성과 보안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며 “서비스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관련 내용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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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중섭·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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